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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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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7일 02시 06분 등록

 

지구 온난화 맞나 싶게 무서운 칼바람이 불어대더니 3월의 시작과 함께 봄이 왔다. 모두들 어디로 떠난 걸까. 연휴를 맞은 주말의 거리는 한산했다. 카페도 그랬다. 덕분에 벽장을 가득 메운 책들을 둘러볼 시간이 허락되었다. 영락없이 반성모드. 읽을 책은 줄을 섰는데 당최 시간이 없다. 핑계인지 아닌지 생각할 시간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끙.

 

먹는 낙으로 살고 있었다. 꾸역꾸역 그 힘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힘도 달린다. 살짝 무리했다 싶으면 덜커덕 신호가 오고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감기도 수면부족도 회복될 낌새가 약하다. 휴식이 답인 걸 뻔히 알면서도 나 몰라라 외면하고 앉았다. 누가 이렇게 살라고 했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미친년처럼 널도 뛴다. 끙.

 

주말의 거리는 한산하고 카페는 한가해도 집안은 어수선했다. 챙길 새 없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의 새 학년 등교 준비로 분주했다. 새해를 맞으며 ‘열아홉이야!’라며 비명을 지르던 고3인 큰딸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놈의 대학이 뭐길래. 안가도 괜찮다고 했더니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는 노려본다. 가고 싶단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작은딸. 얘는 참 뭐랄까. 거시기하다. 대안도 없는 대안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 치르고 학교를 배정받고 입학식을 앞둔 전날,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 거울 앞에서 좋아라 깡충깡충 뛰다가 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무릎이 아프다며 한참을 꼼짝도 못했다.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잠깐 갈등하다가 별일 아니겠지 하며 가볍게 넘겼다.

 

다음날 새벽, 통증으로 걸음을 걷지 못했다. 친구 하나 없는 새 학교 새 학년 새 학기 첫날, 난감했다. 일단 택시를 타고 함께 등교했다. 한 시간쯤 지나서 담임선생님을 만나 사정을 말씀드리고 입학식에 참석하는 대신 병원으로 갔다. 산 넘어 산. 월요일 아침의 종합병원은 난리 통이었다.

 

세 시간쯤 난리 버거지를 치다가 병원을 나와 보니 오른쪽 다리의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깁스한 상태였다. 물렁뼈가 어쩌고저쩌고 뼈는 이상이 없으니 MRI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는 다시 학교로 갔다. 입학식을 마치고 2교시째 시험을 보는 중이었다. 감독 선생님께 맡기고 출근을 했다.

 

사무실은 종합병원을 능가했다.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버티며 수업을 다녔다. 모두 새 학기 첫날이라 시간표도 뒤죽박죽, 상태는 무척 나빴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있는데 작은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며 좌변기가 없어서 화장실도 못 갔단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을 중단하고 가자니 더 복잡해서 수업을 다 끝내고 귀가했다.

 

작은 녀석은 퀭한 눈으로 긴 하루를 떠들어댔다. 담임선생님이 뭐라뭐라 반 아이들이 불라불라 학교가 쏼라쏼라 화장실이 훌라훌라 급식이 쩌비쩌비 다리는 쩔룩쩔룩 하다가 한참을 웃는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단다. 당연하지. 나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데. 뭐가 어찌 된 건지 하루가 어찌 갔는지 돌아봐 지지도 않는데.

 

그 와중에 담담하게 하루를 버티게 했던 문자가 있었다.

큰딸의 카톡 메시지였다.

엄마야~♥ 나 일년장학금받았어용 입학식하는데 앞에나가서받았당 우리학년나혼자

 

음…….

그 담에 뭐라고 쓸까 생각하는데 머릿속이 멍하다.

그냥 딸바보엄마 할란다.

 

***

 

아, 오늘도 제대로 된 글을 못 쓰고 또 일기장이 되어버렸다.

언제쯤 책 읽어가며 글을 쓸 수 있으려나.

하고 싶기는 한 건지 원. 끙.

 

IP *.114.23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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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08:31:42 *.216.38.13

딸 바보 엄마 다이어리, 너무 잘 읽고 있어요~!

정신없는 하루 뒤에 오는 반전, 기가 막히네요!!

늘 누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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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4 01:53:20 *.114.233.102

힘이 되는 응원, 고마워요~!

 

우리 카페 마담들도 고맙고..ㅎ,ㅎ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요즘 넘 힘들어~ㅇ

다크서클이 턱까지..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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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4:18:41 *.11.178.163

지난 금요일 평화롭던 카페에서의 우리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저 또한 새학년 첫주, 정신없는 아이들과 카페와 한주를 보냈는데... 언니와는 댈것도 아니었군요.끙

지수 깁스 어떻해요, 근데 걱정이 되는 한편, 카페로 디펑스 싸인 받으러 왔던 지수 모습 떠올라 미소가 막 나와요 ^^

언니, 낼 만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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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4:35:42 *.11.178.163

ㅋㅋㅋ 언니 글 완전 잼있다. ㅎㅎ. (물론 웃을 상황은 아닙니다만.... 끙..<- 요고 완전 맘에 듬. ㅎㅎ) 

언니, 힐링하러 오세요~ 내일 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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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20:13:57 *.151.207.149
끙.. 끙끙...끙..
살롱9 마담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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