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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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개구쟁이 소년 같았던
때로 외로운 소년 같았던
때로 지엄한 회초리 같았던
때로 뜨겁게 달군 부지깽이 같았던
삶은 곧 쓰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던
어떻게 스승의 길을 걷는 것인지 모습으로 보여 주셨던
주일학교를 시작으로 16세부터 지금껏 가르쳤다는 내게
네가 내 선배구나. 해밝게 웃으시던 내 스승.
병실로 달려갔을 때 곧 지아비를 잃게 될 사모님의
‘이렇게 마음 아프게 해 미안해요’라는 부창부수의 말씀을 듣고
얼싸안고 울어야 했던 잔인한 4월을 그예 지나
꽃무릇 지친 이 계절을 사람들은 그저 여름이라 부르고
어제 사모님을 뵙고 돌아서며 흘린 눈물이 더 큰 수로를 낸 듯
밤새 가슴을 관통하는 물소리.
산 같고 바다 같던 스승의 부재가 낯설고 낯설어 새벽까지 뒤척이다 또 이른 아침 깨어
오늘 써야 할 글 시간을 놓치고도 하염없이 베개머리 적신 채
‘늘 제자를 생각하고 있으니 좋은 선생인 게다’
어느날 주셨던 말씀, 부지깽이 삼아 스승 떠나고도 암시렁도 않는 야속한 거리로 나서니
오늘까지만 울리라, 오늘까지만 울리라.
예서야. 눈물이 강산이여. 울면서 길을 가되
도망가지 말고, 슬픔과 맞서 눈물을 닦아라. 어디선가 우뢰와 같은 말씀 귓전을 울리고.
울면서울면서 문득 깨닫네.
어디에나 없고 어디에나 있는 내 스승은 그리하여 영원히 현존하게 되셨음을.
사부를 잃은 스승의 날, 나는 고작 쓰고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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