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K는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한 강좌 이상의 수업을 늘 듣고 있습니다. K의 수강 변천사를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트 플라워 지도사 과정을 지나 요가, 수지침, 뜸을 배우러 다닐 때는 주변의 지인들이 실험용 마루타가 여러 번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다양하게 배우게 된 이유는 ‘어떤 것도 자신을 오래 잡아 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흔이 넘은 K는 미래가 불안한 직장에서 실직 했을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그만 두지 못합니다. 그의 탐색은 계속 되어서 요즘은 바리스타가 되는 과정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반면에 S는 5년 전부터 배우고 싶다고 말하던 사진 강좌를 아직도 등록하지 못했습니다. S는 중도에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시작 하는 것을 몹시 주저 합니다. 그런데 그는 십 오년이나 한 가지 일을 해 그 방면에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마도 사진을 시작하면 누구보다 몰입하여 열심히 사진을 배우게 되겠지요.
중년인 K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어떤 일을 시작해서 그것의 전문가가 되기에는 누구보다 농축된 시간의 양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이미 10개 이상의 것을 배워 온 K에게 숙제를 냈습니다. 이제까지 새로운 일에 몰입하는 기간에 대한 그래프를 그려 보라는 것이었지요. K가 그려온 그래프는 짧게는 육 개월에서 일 년의 기간을 고르게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의 달콤한 맛을 보기에 일 년은 짧은 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밥을 먹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끊임없이 배웠지만 아직도 전문가가 되지 못한 K. 지난주에 저는 K와 삶의 패턴이 흡사한, 늘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 청년에게 한 가지 일에 미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으며, 청년에게도 K와 비슷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은 청년은 방황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이 십대였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매번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K에게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적어도 5년 동안은 포기하지 말고 그 일의 끝까지 가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한 S에게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S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자신의 좋은 사진은 종내 찍을 수 없을 것이니 당장 가까운 곳의 사진 강좌에 등록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대는 다양한 일을 조금씩 잘 할 수 있어 잠깐 동안 매력적인 K쪽인가요. 우직스럽지만 한길을 걸어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S쪽인가요? 평생 세 번의 직업을, 때에 따라서는 오 모작도 해야 할 상황에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배운 다는 것은 직업을 위한 저축과 같습니다.
오래한 사랑에는 환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게 될 때까지의 서툴고 지난했던 과정을 기억해 보면서 새로운 일을 만난 듯 열정을 쏟아 부으면 새로운 일을 만났을때 처럼 효과가 있지 않을런지요. 직장과 취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할 이유가 없는 그대,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