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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7일 08시 18분 등록

직장인의 로망은 무엇일까? 아마도 조직에서 별을 따는 것 – 임원이 되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열망을 반영하듯 시중에는 임원이 되는 법에 대한 책도 여럿 나와 있다. 많은 책들이 정치력, 충성심, 공헌도, 리더십, 네트워크 등을 임원의 핵심 조건으로 논하며 이들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하는지를 조언한다. 그렇다면 별을 딴 이들은 자신의 성취를 마음껏 누리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나는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임원의 사전적 의미는 소속 단체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임원은 ‘임시 직원’이다. 임원이 되면 연봉이 껑충 오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으리으리한 차를 타며 아늑한 ‘나만의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또한 동료와 선후배들의 선망의 시선에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퇴사 후 재입사를 하고 매년 재계약을 하게 되는 고용 불안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일부 임원들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다 재계약에 실패하고 회사를 떠난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임시직, 이것이 바로 임원의 정의다. 그렇다면 별을 딴 후에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 오래 자리를 지키는 방법에 집중한다.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회사에 충성심을 어필하기 위해 몸바쳐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하던 임원 중에는 건강을 잃거나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후회를 하기도 한다. 조금 더 생각이 트인 사람들은 재계약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한다. 예전과 달리 상사뿐 아니라 동료와 부하직원도 내부고객으로 간주하여 다각도로 자신의 평판을 관리한다. 또한 경쟁사의 임원 이동 정보나 채용 시기에도 안테나를 길게 빼어 둔다. 정보가 곧 파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선일까? 이 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임원이 되고부터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조직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사장이 될 확률은 거의 없고 사실 사장이 되겠다는 욕심도 없습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게 될 테니까요. 이제 제 전문성을 살려 인생 2막을 열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어차피 조직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 47세 현직 영업임원 김상무



김상무가 회사를 나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일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1인 회사』의 저자 수희향은 1인 지식기업가가 꼭 갖추어야 할 것으로 ‘시장성 있는 필살기’를 꼽는다. ‘시장성이 있는 필살기’는 시장 수요가 있는, 즉 판매를 통해 매출 창출이 가능한, 자신만의 전문성을 의미한다. , 김상무의 필살기부터 찾아 보자. 김상무는 20년 넘게 영업 현장에 있으며 B2B 영업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B2B(Business to Business)영업이란 기업이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서비스나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 개념으로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영업이 있다. 김상무는 B2B영업 노하우나 성공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활용하여 B2B영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비즈니스를 해보면 어떨까?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들이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보험이나 자동차 세일즈 같은 전통적인 B2C영업도 대규모의 매출이 가능한 B2B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이니 교육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프로필을 담은 강의 기획안을 관련 교육기관에 보내는 등 현직에부터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런 이력이 쌓이게 되면 기업체를 대상으로 자신을 알리고 B2B 영업 전략을 수립해주는 컨설팅 용역 사업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쉰이 다 되어 퇴사를 하고 보니 입사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더군요. 절망했습니다. 유수의 대학을 나오고 세계적인 MBA 학위를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더군요. 나이가 이렇게 큰 장애가 될지 정말 몰랐습니다. 이제 조직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 제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중년의 임원들에게 저는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조직에 있을 때, 조직을 떠날 준비를 시작해라’” – 51세 전직 홍보임원 양부사장



양부사장은 이제 자신의 20년간의 홍보경력을 살려 홍보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6개월 정도 홍보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PR업무 아웃소싱의 업무 방식과 생리도 익혔다. 우선은 사무실이나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프로젝트부터 찾고 있다. 프로젝트 파트너가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해결할 생각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열심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 찰스 핸디는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앞으로의 근무 환경은 코끼리와 같은 대기업의 풀타임 직장에서 벼룩과 같은 프리랜서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찰스핸디가 이 책을 발간했을 때가 2001년이었는데 약 12년의 지난 지금, 그의 예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직장인들이 고용불안과 비전 부재의 이유로 조직을 떠나고 있다. 또한 취업난에 지친 많은 대학졸업생들이 창업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



별을 딴 후에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별이 되는 일이다. 남이 달아 준 별은 빼앗기거나 잃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별이 되면 그럴 염려가 없다. 그렇다고 그 별이 휘황찬란한 큰 별일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의미와 철학을 지키며 하늘 한 구석에서 수줍게 빛나는 별이라도 괜찮다. 개밥바라기별처럼.



어라, 저 놈 나왔네.

대위가 중얼거리자 나는 두리번거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저물어 버린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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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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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0:48:28 *.216.38.13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정말 적절한 인용이네요.. 정말 쓸쓸하고 예쁜이름인것 같습니다. 커리어에 관한 컬럼에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컬럼,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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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2:11:49 *.252.144.139

뫼르소님 감사합니다.

문학 작품을 인용하니까 더 분위기 있는 것 같아요.

뫼르소님 칼럼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이거 뭐 필진들끼리 품앗이하면서 댓글 다는 분위기인가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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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7:59:08 *.216.38.13

좋은 글엔 당연히 댓글의 유혹이 있죠!

댓글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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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6:57:20 *.138.53.190

이런 글에 문학적인 분위기라니~

저같은 사람에겐 참 좋네요^^

연구원 3년차까지 꾸준히 새로운 모색을 하시는 모습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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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7:13:04 *.252.144.139

역시 경수밖에 없네.

안중근 선생님이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했나?

나는 한주라도 칼럼을 쓰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ㅋㅋ

앞으로도 상막한 경력계발 칼럼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 넣으려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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