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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6일 13시 52분 등록

“출신대학을 왜 그렇게 따져요? 일만 잘하면 되지. 희한한 사람들이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최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서울대 대학원, 아니 하버드 대학원 나와도 대학 좋은 데 안 나오면 다 꽝이라고.

 

헤드헌터 출신의 작가 정아은의 소설 모던 하트』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은 정말 학벌공화국일까? 현직 헤드헌터로 일하는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하기 힘들다. 임원이나 대표이사와 같은 고위직의 경우 SKY 출신이 아니면 서류 통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원이나 유학을 통한 학벌세탁은 통하지 않는다. 학부를 중요하게 본다. 사실 학벌 인플레이션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는 SKY를 나오고도 해외 유수 대학에서 MBA나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진행된 CEO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결과가 나왔다. 국내 500대 기업 CEO 668명의 45% SKY 출신이며 그 중 S대 출신은 절반에 가까운 23%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 학부라는 S대 출신이면 조직에서의 성공은 보장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장에서 만나는 S대 출신 후보자들은 서글픈 현실을 호소하곤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대리는 S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일하다 미국 최고 대학의 MBA 학위를 취득했다. 그것도 업무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아 회사 지원으로 다녀왔다. 이력서로 만나는 그는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모 헬스케어 전문 컨설팅업체의 컨설턴트로 추천했다. 예상대로 고객사는 그에게 큰 관심을 보였고 일사천리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최종 인터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시점, 고객사 인사부장은 그의 평판조회를 요청했다. 나는 지인을 통해 그의 업무 스타일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전화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충. . 그 자체였다. 그는 오로지 결과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있었다. 그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생겨났다. 별다른 죄책감 없이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수시로 하는 탓에 그의 신용도는 최하위였고 성과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다 보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동료도 없었다. 그는 지인에게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혼자 공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치열한 경쟁의식이 저를 지배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매사에 누구하고나 경쟁을 하려고 하네요. 결과에 눈이 멀어 정말 많은 것들을 놓치고 말았네요.’ 결국 그는 평판조회 과정에서 탈락 처리 되고 말았다.

 

박주임은 S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외무고시 준비를 했다. S대 외교학과는 외교관의 산실로 소문이 난 곳이다. 그래서 동기들을 비롯해 선후배들도 고시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주임도 국위선양의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번번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오고 몇 년간 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나이는 서른이 넘었다. 고시에 대한 미련을 정리하고 취업으로 진로를 정했을 때 그의 나이는 벌써 30대 중반이 가까웠다. 아무리 S대를 나왔지만 나이가 많은 무경력자를 받아 주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중소기업의 기획실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도 했다. 하지만 늦은 밤 버스에 피곤한 몸을 싣고 퇴근하는 날이면 박주임은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ㄱ, 대기업에 다니는 ㅎ, 다국적 회사에 입사해 해외로 파견 근무를 나갔다는 ㅂ을 생각하면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이사는 S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다.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와 지점영업담당으로 활동하며 최연소 펀드매니저의 영예도 안아 봤다. 그는 15년 넘게 자산운용회사와 투자자문회사에서 일하며 증권과 자산운용 분야의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난 것 같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동업해 창업한 투자 회사의 운영은 쉽지 않았다. 무리하게 투자자들을 모으고 자금을 운영하다 결국 회사는 풍비박산이 되고 말았다. 송이사는 회사를 정리하고 작은 기업의 CFO로 다시 취업했다. 그는 자신 인생의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회사가 모 외국회사에 합병되면서 회사를 나와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송이사는 요즘 살맛이 안 난다. 자신이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은 점점 더해진다.

 

인사 담당 임원들은 S대 출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자. 국내 주요 기업 80여 곳의 인사 담당임원들이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주최하는 우수기업 임원 초청 서울대생의 역량 개발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쓴소리를 쏟아 냈다. 임원들은 입을 모아 서울대 졸업생들은 조직 친화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직장 내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이직이 어렵지 않아 조직 적응에 소홀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회사나 조직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태도는 아무리 서울대 졸업생이라도 곤란하다는 의미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들이 왜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그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학창시절 내내 주목 받는 선두그룹에 속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시장에서도 그리 고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조직 생활이었다. 좀처럼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작은 고난에도 휘청거렸다. 거기다 잘 나가는 동기나 친구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혼자 하는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등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과도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경쟁자로 의식해 협업 보다는 경쟁에 집중했다.

 

S대 출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학교 생활과 사회 생활은 다르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사회에서는 성과로 경쟁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학교 공부와 달리 사회 생활은 혼자 할 수 없다. 그러니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성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명문대 출신이니 저절로 성공할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노력한 만큼 얻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어느 자리에 있는가 보다 자신의 일에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느끼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니 타인의 성공에 우울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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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2 05:23:37 *.152.83.4

요즘 왜 그렇게 환하게 피는가 했더니...

그대의 존재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글.이 말해 주는군.

이럴게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부터

가봐야 겠다.

후다닥~

 

괜찮은 열살 쯤 어린 여자친구로 기억해도 될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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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09:55:40 *.252.144.139

선배님, 감사합니다.

더욱 괜찮은 열살 쯤 어린 여자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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