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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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고려하는 후보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도움이 될까요?’ 그들은 자신의 학력을 업그레이드 하면 이직이나 승진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가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학력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이 땅의 직장인들은 무엇이든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 학위를 따고, 해외 유학을 간다. 그렇다면 정말 학위가 경력 계발에 도움이 될까?
“그냥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석사 학위를 따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학사보다는 석사가, 석사보다는 박사가 좋은 거 아닌가요? 주위 사람들은 MBA를 하라고 하는데 수업료도 만만치 않은데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하자니 망설여 지네요. 그래도 나중에 팀장되고 임원이 되려면 MBA는 필수 아닌가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던데요.” – 경영지원팀 김과장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게 된다. 요즘은 학력난이 한 줄로 끝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젊은 후보자들은 여지없이 해외 어학연수가 들어가 있고, 중년 후보자들은 대학원 이력이 들어 있다. 해외 어학연수는 캐나다나 호주의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이나 대학부설 어학 코스를 밟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영어 잘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에휴,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다 잊어버렸어요.’한다.) 반면 대학원은 다양한 편인데 크게는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뉘고 분야는 다음과 같다. 영업/마케팅직은 MBA, 홍보직은 언론홍보대학원, 인사총무직은 기업 교육이나 MBA 경력이 많은데 대게는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과정을 선호한다.
당신이 만약 학력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직장이라면 다음 사항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첫째, 학위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위를 따면 금새 인생의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유주임은 한국 최고 대학의 보건대학원 정책관리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영업 경력과 석사학위를 살려 제약회사에서 정부와 유관기관을 상대하는 대관업무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제약업계 환경이 악화되면서 신규 인력 충원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이 가능한 경력직의 채용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주임은 실업 상태가 길어지면서 점점 더 초초해지고 있다. 이제는 취업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취업 현장에서는 학위보다는 실무 능력과 경험이 우선이다. 물론 같은 실무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학위소지자가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무게를 두는 것은 학위보다는 실무능력 쪽이다.
둘째, 학위 취득의 타이밍을 고려해라. 가끔 화려한 국내외 학위으로 무장한 고령 후보자를 만나곤 한다. 이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도 너~~~무 잘 알아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한다. 그야말로 강의 듣다 마는 인생! 이들은 수년 동안 이런 저런 학위를 따고 이제, 드디어,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 늦은 때인 경우가 많다. 30대 중반의 김모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취업 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번번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오면 취업이 쉬울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막대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자된 박사학위는 한국에 돌아오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이에 비해 업계 경력이 전무한 그의 이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많은 조직들이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40대 초반에 이어 30대 중반의 임원들도 즐비한 시대다. 직장 경력이 전무하면서 학위만 여러 개 가지고 있는 후보자는 이러한 조직을 뚫고 들어갈 방법이 없다. 공부는 일을 하다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우선은 경험과 전문성을 쌓는 것이 급선무다.
셋째, 진로를 결정한 후 학위를 고려해라. 직장인들 중에 자신의 커리어 패스(경력계발 경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그냥 기회가 오는 대로 덥석 잡아 버리거나, 자신의 적성이나 강점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유망하다고 말하는 분야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위가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만만하거나 인기가 많은(?) 학위를 따놓는다. 학위는 현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학문적으로 보강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진정한 경험을 쌓으려면 학교가 아니라 조직에서 일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경쟁력을 알고, 궁극적인 경력 계발 계획을 세운 후 관련된 학위를 취득하기를 권하고 싶다.
서치펌 커리어케어의 베테랑 헤드헌터 이현승 이사는 학위는 집을 짓는 것으로 비유하면 주춧돌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춧돌이 잘 놓여 있어야 집이 탄탄할 겁니다. 하지만 주춧돌만 그득하고 뼈대와 지붕이 없는 집은 집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 업무 전문성을 쌓고 나서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전문성을 인정 받는 직원은 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더군요.”
만약 당신이 조금은 색다른 학위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책을 내는 것이다. 바야흐로 1인 1책의 시대가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책을 내어 관련 업계의 전문가로 자리를 잡고 1인 기업가로 활동하는 시대가 왔다.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은 IBM에서 20년간 변화경영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한 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내면서 변화경영전문가로 변신했다. 퇴사 후 12년 동안 그는 20권의 책을 출간했고 직장인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의 저자 오병곤은 책쓰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함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최고의 조건은 학위나 자격증이 아니라 자신의 책이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학위가 아니라 전문성이다.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몇 줄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일 수 일에 집중해보길 추천한다.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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