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 경빈
  • 조회 수 366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10월 9일 06시 53분 등록

'굿바이 게으름'과 '여관'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정재엽 님의 글입니다.

 

 

신문에서 내가 빼놓지 않고 반드시 읽는 섹션은 바로 북섹션이다. 최근의 출판 동향도 알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략한 소개까지 되어있어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대략의 내용을 훓을 수 있고, 혹 읽은 책이 소개 될 경우에는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효과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주 조선일보 북 섹션에는 내가 아는 두 분의 책이 나란히 커버를 장식하고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먼저, 우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1기로 활동한 요한 님의 신간 굿바이 게으름 이라는 책이다. 사실 나는 문 연구원을 작년 연구원 송년회 때 처음 보았다. 변화경영연구소 웹사이트에서야 자주 보았지만, 그간 오프라인에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오프라인 모임에서 선생님을 통해서 문 연구원이 출판을 위한 책을 저술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몰랐다. 만나본 문 연구원은 상당히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인 듯 했다. 송년에 했던 팟럭 (pot luck) 파티가 열린 시간과 출판이 된 시간을 역추적해 계산해 보면, 분명히 저자와 내가 만났던 시간에 이미 출판을 위한 탈고는 끝난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책에 대해서 일절 어떤 힌트도 주지 않았다. 만약에 나라면 제가요, 이번에 책을 썼는데요..라며 자랑 반, 의견 수렴 반으로 한참을 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과묵함도 나의 수다를 이겨내지 못한 듯 했다. 정재엽의 장점이라면 어느 누구에게 놓아도 말을 걸 수 있는 뻔뻔스러움일터, 그날 역시 나의 '뻔뻔함' (누구는 fun fun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으로 문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나만의 착각이었을지 모르지만, 몇 마디 없이, 같은 연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새 친해 질 수 있었다.

                               

그의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을 때연구원 중 첫 번째로 책을 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러웠다. 게다가 추천의 글에 애정 어린 구본형 선생님의 글까지 담겨있었으니, 그 부러움은 두 배로 커졌다. 그리고, 그 주 신문의 북섹션에 헤드라인으로 그의 책이 소개 된 것을 보았을 때, 나의 부러움은 세 배가 되었다마지막으로, 그의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나의 부러움은 하늘을 찔렀다.

 

북 섹션의 또 다른 면을 장식하고 있었던 한 명의 작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한차현.

소개된 책은 여관이라는 책이다. 아직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많이 않을 수도 있겠다. 사실 그와 나의 만남은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와 나는 막 발달하기 시작한 PC통신 연합 글쓰기 동아리에서 그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글을 늘 흠모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마다, PC 통신으로 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 해, 나는 처음으로 써 본 단편소설로 대학생 소설 응모전에서 기적 같이 가작에 당선되었으나, 그는 그 응모전에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에게 일종의 우월함 마저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는 이미 대학문학상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런 시시한 응모전에는 응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 연합 문학 동아리를 통해서 그와 몇 번 자리를 함께 했고, 그는 의외로 나의 글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모 잡지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서 전해 들었고, 나는 한국어를 쓰는 것을 불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그 후 그가 문예 동인지를 통해 등단했다는 말을 아는 선배를 통해 들었고, 한동안 잊혀졌다. 귀국한 나는 오히려 교수님들이 좋아할 만한 리포트 쓰기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그저 당선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했던 것에 비해, 그는 원고지 한 장, 한장에 급여가 책정되는 힘든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가면서 결국엔 몇 편의 소설집을 내게 된 것이다. 아직 그의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정말 군침이 뚝뚝 떨어질 듯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글쓰기의 길을 말없이 정진한 소설가 한차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3월이 되면 전체 연구원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문요한 연구원에게 다가가 그가 저술한 책에 싸인을 부탁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 한차현의 책 여관을 당장 구매해 읽어 볼 생각이다.

 

또 아는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그들과 언젠가 같은 저술가로 어디선가 만나게 될지를-.

 

- 글쓴이 : 정재엽 smilejay@hotmail.com, 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IP *.216.38.1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6 그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효우 2013.05.29 3631
175 인생, 그 서글픈 미학- 오스카 와일드 (정재엽) [1] 경빈 2012.07.10 3633
174 주말부부 (by 김미영) 승완 2012.07.30 3647
173 먼 길 (by 이선이) 승완 2012.05.07 3658
172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by 박상현) 은주 2012.11.10 3660
» '굿바이 게으름'과 '여관' (by 정재엽) 경빈 2012.10.09 3661
170 범해 2. 한 줄도 너무 길다 [4] 범해 좌경숙 2013.09.08 3663
169 상(喪) (by 박소정) 경빈 2012.09.25 3666
168 겁나는 반성문(by 김연주) 은주 2012.10.21 3666
167 꽃보다 아름다워질 사람들에게 - 이희석 file [4] [1] 옹박 2012.03.28 3672
166 [뮤직 라이프] 그림자 (by 오병곤) 승완 2012.11.25 3677
165 뼈가 많아야 진국이다 옹박 2013.01.21 3684
164 과거로의 외출 - 이은남 옹박 2012.02.29 3688
163 보험 컨설턴트를 위한 변명 (by 박중환) [1] 최코치 2012.07.11 3690
162 모자란 당신에게 캠벨이 로이스 2012.01.26 3693
161 [뮤직라이프] 회상의 힘 [4] 승완 2012.01.30 3696
160 교황 비밀투표 콘클라베 - 로베르토 파치, <콘클라베> file 뫼르소 2013.03.12 3707
159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 무라카미 ... file [4] 정재엽 2013.06.25 3712
158 드디어 방송을 타다 - 송창용 옹박 2012.02.15 3713
157 정예서/ 토끼와 잠수함/ 아이 엠 어 마케터 효우 2015.03.04 3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