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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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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1일 16시 19분 등록

  이 컬럼은  6기  김인건 연구원의 글입니다.

 

 

 소설가 김영하와 평론가 소조가 논쟁했다. 한 사람은 뉴욕에 있고, 한 사람은 서울에 있다.  쟁점은, '예술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예술가, 글을 쓰는 사람부터 그림, 영화를 만드는 사람까지, 분야는 틀려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돈을 못번다. 극소수만이 자신의 작품으로 많은 돈을 번다. 이를테면 비틀즈, 피카소, 앤디워홀, 한국에서라면, 서태지, 이문열, 공지영 정도이다. 


김영하는 문학계에서도 아웃사이더에 속하고, 그 자신이 '신춘문예'라는 정식 코스를 밟지 않았다. 문학이 사법고시처럼 패스하면, 앞날이 창창한것도 아니고, 현재의 등단제도가 올바른 것도 아니기에, 기고를 해서 떨어졌다해도 기죽지 말라는 내용으로, 나는 이해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글을 쓰며 버티는 힘은 본인의 과대망상적, 나르시즘적인 의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소조는 이에 반박했다. 그의 이야기도 그럴듯했는데,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작가의 감성에만 빠져서, 글만 쓴다면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 논쟁은 년초 신춘문예 발표를 기해, 김영하가 본인의 블로그에 쓴, '작가는 언제 작가가 되는가' 시작이었다. 분야는 틀리지만, 서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터라, 내용을 떠나서도 프로작가의 필력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결국은 않좋게 끝났는데, 그 결과 김영하는 1년간 지속했던 블로그와 트위터를 그만두겠노라고 본인의 블로그에 선언해놓은 상태이다.  

김영하를 좋아했는데, 실망하기도 했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아서 안스러워보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위 두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나'다. 나는 작가로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만큼 나에게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 있겠는가? 적어도, 전업작가로서 글만 쓰고 살아갈 생각은 없다. 그 이유는 글만 쓴다고,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이 없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두번째는 글로는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만으로는 생활이 안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며 자기세계에만 빠져있는 모습이 더 싫다. 

내가 원하는 글은, 손에 잡힐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 있는 이야기다. 현장감이 있는 글이 공감과 감동을 준다. 현업없이 글만 쓰는 것은 공염불이다. 먹고 살아야 하며, 책도 써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된 작가의 모습이다. 가족에게도 나자신에게도 무책임하지 않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 둘을 병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몇달전, '번데기 프로젝트'라는 소설을 쓴 처녀의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녀가, 전업작가가 아니라 모기업 안내데스크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여느 직장여성처럼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커피숖에서 글을 쓴다. 그 나이라면,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싶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즐길 나이다. 이런 즐거움을 뿌리치고, 글을 쓰는 모습이 신선했다. 더 기특한 것은 그녀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말한다. '일을 하는 이유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이지요' 

오로지 글만 쓰고, 글쓰기에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보다 이 처자가 나에게는 이상적인 롤모델이었다. 

한 사람 더 예를 들자. 편혜영이라는 여성작가가 있다. 그녀는 신춘문예 '아침이슬'이라는 단편으로 등단했다.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오이 가든'이라는 소설집을 읽고나서다. 내가 좋아하는 b급 호러무비같은 내용이었다.  더 호감이 간 것은, 그녀가 직장여성이라는 점이다. 광화문에 있는 어느 회사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낮에는 대중에 파묻혀 일을 하지만, 밤에는 '편혜영'이라는 여류작가로서 나날이 존재감을 만들어간다. 

'전업작가'라는 말을 한번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전업작가'가 꿈을 이루는 대안으로 최선의 방법일까? 하루종일 하고 싶은 일, 그림, 글, 혹은 다른 그 어떤것만 하며 사는 것이 최선일까?  작가도 먹고 살아야 하며, 돈없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그 일'을 못한다. 당연 작가도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것이 사람들에게 먹힐까?'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비즈니스에서는 전략이라고 한다. 

전략을 생각하는 순간, 그는 순수작가가 아니다. 왜냐면, 작품은 의도되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기획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도기공처럼 수많은 시도중에 단 하나의 우연이다. 이런 용기가 없다면, 그는 어줍잖은 작가라는 꿈을 버리는 것이 낫다. 오늘날의 작가는 보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본인의 현업을 더 정교하게 구축하고, 마켓팅할 방법으로서 작가라는 직업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본업은 사업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글을 쓰면 정리가 되고, 갈피가 잡힌다. 이런 글들이 모여서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직까지 그정도 여건은 못된다. 하나의 주제를 잡고, 뚝딱 책을 써내는 내공이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업가로서도, 작가로서도 입신하고 싶다. 글과 사업은 별개가 아니다. 글도 사업이며, 사업이 글이다. 

또, 하나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지적 작업이라기 보다는, 생리적현상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분출이며, 해방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글과 사업, 그리고 지식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나의 포트폴리오다. 사업만하면, 큰 성과가 없을 것이며, 글만 쓰면 배가 고프다. 글과 사업은 한셋트다. 

바쁜 와중에 언제 글을 쓸 것인가?도 고민할 문제다. 우선은 기록을 성실히 하자. 작가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 만든다.  
IP *.42.252.67

프로필 이미지
2012.03.12 17:10:04 *.169.3.184

오! 칼럼 잘 읽었습니당ㅋ

이런! 편혜영 작가가 전업작가가 아니였군요!

이 칼럼을 통해서 처음 알았답니다. 작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저녁의 구애>도 참 좋았구요~

그런데, 한가지,

편혜영 작가의 등단작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이슬털기> 라는 단편이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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