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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1일 10시 32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오병곤 님의 글입니다

 

두려움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 칼릴 지브란

  

1950년대의 일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포르투갈로 떠나는 화물선이 있었다. 그 화물선에는 냉동 창고가 있었다. 한 선원이 출항 준비 점검을 위하여 냉동 선실에 들어갔다. 다른 선원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밖에서 냉동 선실 문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배는 떠났다. 며칠 후 그 배는 리스본 항구에 도착하였다. 냉동 선실 문을 열었을 때 그 선원은 죽어 있었다. 선원은 선실 벽에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꼼꼼히 적어놓았다.

 

"아 이제 손가락이 시려 오기 시작한다. 추워서 몸이 너무 떨린다. 손이 너무 얼어서 따끔거린다. 너무 차가워서 숨을 쉴 수도 없다. 이제 내몸은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아무 감각도 없다." 그 선원은 그렇게 죽었다.

 

  정작 놀라운 일은 스코틀랜드에서 포르투갈로 오는 동안에 그 냉동실은 작동을 하지 않았었다. 실내 온도는 섭씨 19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 선원은 얼어 죽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그 선원이 자기가 얼어 죽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살 길을 찾았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선실 안에는 먹을 것이 충분했고 물도 있었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과로보다 불안이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희망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강간, 사고 등과 같은 충격적 경험을 한 사람들이 보이는 정신적 질환이다. 과거의 경험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공포와 슬픔에 빠져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구조조정이 진행된 회사에서 살아남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닮은 면이 있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은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동료에게 아무 도움도 못 준 병사가 죄책감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듯, 직장 동료가 해고될 때 비슷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기 쉽다. 거기에 늘어난 업무 부담감과 함께, 언제 자신도 해고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심리적으로 무감각해지는 정신적 황무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면 전혀 그 문제 해결과 관계가 없는 일을 하면서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진다. 나 역시 그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허함이 종종 가슴을 휘감을 때 나는 회피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군중 속으로 파고 들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렇지 않으면닦고 조이고 기름치자고 외치면서 성급하게 불안에서 탈출하려고 했고 그럴듯한 목표를 세우고 불굴의 의지로 돌파해야 하는 강박증에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알게 되었다. 정당한 고통을 직면해야지 그것을 회피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다. 불편한 순간에 잠시 멈추고 있는 그대로 내 불안을 한번 바라보자. 정말 뭐가 얼마나 불안한지 일단 직면해야 한다. 그 과정 없이는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나는 믿는다. 막다른 길에서 만나는 깨달음은 무엇에 비할 수 없는 강력한 자기통찰로 연결된다는 것을. 때론 불안에 휩싸인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지만 그것은 약해지는 게 아니라, 매력적으로 변하는 길목에 서있음을.

 

최고의 반전영화라고 평가 받는식스 센스(Six Sense)’는 친절한 의사 브루스 윌리스가 폭력적인 죽음을 맞이한 망자들의 광경을 보는 어린 꼬마를 치료하는 영화다. 브루스 윌리스는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유령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설득하고 소년은 유령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이때 반전이 시작된다. 소년은 서서히 끔찍한 장면이 출몰하는 현상에서 벗어난다. 불안과 두려움의 치유 관점에서 본 이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불안에서 도망치면 결코 불안을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불안과 대면할 때 어른이 된다. 불안은 어찌 보면 삶의 본질적 요소인데 자기 힘으로 대처해본 적이 별로 없다. 늘 대신 해결해 줄 사람을 찾는다. 그러니까 나이 먹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를 느껴볼 수 있어야 자기 확신이 생긴다. 요즘 주변을 보면 직접 몸으로 부딪히거나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과정이 철저히 차단되어 안타깝다. 시행착오를 해보면서 의미를 해석하고 자기확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고리를 찾아야 하는데 가정이나 사회나 곳곳이 막혀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행이나 종교적, 문화적 체험 등은 온몸의 세포가 다 살아나는 경험이고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제일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기 객관화를 이루지 못하면 대부분 자기 인생을 가지고 신파극을 쓰게 된다.

 

알듯 모를 듯 내 삶에 불안이 찾아올 때 잠시 멈추자. 절대 고독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적어보자. 주말에 혼자 산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나보자.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자. 그리고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글쓴이 : 오병곤, kksobg@naver.com,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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