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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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10시 32분 등록

침부장 : 회사생활 잘 하고 싶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

신입사원 : . 알려주세요.

침부장 : 잘 들어. 회사 생활은 갑을만 잘 알면 되는 거야. 회사가 갑이고 우리가 을이지. 그러니까 우리만 잘 하면 되는 거야.

신입사원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요.

침부장 : 잘 들어. 내 아내와 나 중에서 누가 갑인 것 같아?

신입사원 : 돈 벌어다 주는 부장님이 갑이죠.

침부장 : 아니지. 내가 맨날 아내한테 맞고 사니까 아내가 갑이야. 그럼 나랑 우리 애랑 누가 갑인 것 같아.

신입사원 : 부장님이 아빠인데 갑이죠.

침부장 : 아니지. 애 앞에서는 아내가 안 때리니까 애가 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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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의 일요일 밤을 책임지는 개그콘서트의 <갑을컴퍼니> 코너에 등장하는 대화다. 이 코너에서는 신입사원과 대리, 과장, 부장, 상무, 사장이 등장하여 회사생활에서의 에피소드와 직장인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회사 생활을 잘 하려면 갑()과 을()만 잘 알면 될까? 그리고 을은 갑에게 무조건 잘하면 되는 걸까?

 

우선 항상 궁금했던 갑과 을의 어원을 살펴보자. 갑을은 십간(十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의 역법에서 가장 잘 쓰이는 주기인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 중 십간은 10일을 뜻한다고 한다. 십이지는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면 각자 찾아보라. 여기서 멈추자. 너무 깊이 들어가면 어렵다. 아무튼 갑을은 십간에서 나왔고 중요도나 순서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인다. 보통 직장상사는 갑이고 부하직원은 을이다. 외주를 주는 기업은 갑이고 하청업체는 을이다. 계약서 상에서 돈을 지불하는 쪽은 갑이고,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쪽은 을이다. 일반적으로 힘이나 돈이 있는 자가 갑이고 반대편에 서있는 자가 을이다.

 

이직을 고려하는 후보자들 중에는 ‘을’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임상팀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 자리를 옮긴 박팀장이 그렇다. 그녀는 약대를 나와 제약회사에 입사해 의약품의 임상시험 업무를 10년 넘게 해왔다. 그러다 1년 전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월급이나 대우 면에서는 전 직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갑에서 을의 위치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외주 받아 일을 하다 보니 업무의 주도권을 쥘 수 없었고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 따라줘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갑의 위치로 복귀하길 원하며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입맛에 맞는 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갑’은 행복할까? 유명 홍보회사에서 일하던 신대리는 자신이 담당하던 고객사 홍보팀에 자리가 나면서 을에서 갑으로 변신했다. 전 직장에서 그 회사의 홍보대행 업무를 해오던 그는, 회사의 내부 사정부터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속속들이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을에서 갑으로 모자만 바꿔 쓰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대리가 미처 몰랐던 것이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홍보팀은 영업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지원 부서의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잘 되면 영업과 마케팅이 잘 해서였고 못 되면 홍보팀 탓이었다. 결국 신대리는 몇 년간 고민하다 홍보회사 팀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홍보회사에서는 고객사를 핸들링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고객사 담당자를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 더구나 홍보팀에서처럼 층층시하 눈치 볼 시어머니가 많은 것도 아니니 마음 편이 일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의 생활에 훨씬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나 더 들어보자.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경력 8년차의 헤드헌터인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유부장은 자신이 갑도 을도 아닌 ‘병’의 위치에 있다고 한탄한다. 채용 의뢰를 받기 위해서 기업의 채용 담당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후보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 자신이 병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부장은 자신은 '갑'이라고 생각한다. 채용 담당자는 좋은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업무 능력을 의심받게 되니 자신에게 잘 보이려 하고, 후보자 역시 좋은 회사의 유망한 포지션에 자신을 추천해주길 원하니 자신을 깍듯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업무 전문성(Specialty)이다. 위치가 아니라 해당 직무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갑의 위치에 있더라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실력이 없으면 을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비굴갑>이다. 반면 을의 위치에 있더라고 업계 정보와 네트워크를 꿰고 있고 갑의 고민을 척척 해결해줄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갑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수퍼을>이다. 이러한 <수퍼을>들은 대부분 갑과 을의 생활을 모두 거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갑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고객사 담당자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으며 을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헝그리 정신과 승부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진정한 전문가들인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라는 것이 올바른 명제라면, 나의 경쟁력은 고객을 돕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 그 힘은 근본적으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라 고객을 위하는 힘이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 구본형의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당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구본형의 말대로 당신의 서비스의 수혜자들이 당신에게 환호하도록 만들어라. 그러면 당신은 진정한 갑이 될 것이다.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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