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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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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1일 09시 34분 등록

결코 위대할 수 없는 <위대한 개츠비>

 

L.jpg

 *이미지 www.yes24.com 에서

 

 

최근 영화화 되어서 다시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선 소설 <위대한 개츠비>. 이 소설을 나는 뉴욕에서 유학하던 20세기 마지막에 읽었다.  그 당시에는 소설 속에 나오는 플라자 호텔 앞을 지나며, 이 지명이 소설속에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세기가 바뀐 21세기 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난 주에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읽었는데, 이상하게 그때의 감흥이 일지 않았다. 물론, 지난 세기에 읽었을때는 영문으로 읽었고, 지금은 한글 번역본으로 읽은 차이가 있지만, 이 소설은 번역이 크게 문제될 만한 소지가 그나마 적다는 판단에 감동의 차이에 그닥 문데 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감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서울 한 복판에 살고 있는 나에게 뉴욕의 지명과 도시들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으며, 인물들도 어찌보면 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일 터이다. 뉴욕의 맨하탄과 5번가, 그리고 브로드웨이 도로는 더 이상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일까. 잠실과 서초동을 왔다갔다하는 나의 일자리에서 멀어진 탓일까. 개츠비가 밤마다 벌이는 파티가 나에게는 공허하게 보이고, 오히려 접대나 인사를 위한 저녁식사가 더 의미있어 보이는 요즘, 나에게 개츠비의 복수심은 빛을 발하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는 덮고 나자, 나는 이 사소한 경험을 통해 모든 문학작품은 감흥을 주는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단,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는 왜 이 책의 제목에 ‘위대한(great)‘ 이라는 형용사를 붙였을까, 였다. 

 

좋은 것(good)은 큰 것 (great), 거대하고 위대한 것의 적이다.

그리고 거대하고 위대해지는 것이 그토록 드문 이유도 대개는 바로 그 때문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학교는 없다. 대개의 경우 좋은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정부는 없다. 대개의 경우 좋은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삶은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개의 경우 좋은 삶을 사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회사들은 위대해지지 않는다. 바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제법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주된 문제점이다.

-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p.17

 

물론 문학 작품과 경영경제 서적에서 의미하는 위대함이라는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피츠제럴드가 그려낸 개츠비의 인생은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0여 년 동안 경제적으로는 전에 볼 수 없던 호황을 누린 미국의 ‘재즈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 시대의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상류 계층에게는 재산 증식을 위한 최고의 시대였다.

 

짐 콜린스의 전작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법칙>을 보면, 1922년부터 1929년 사이 주식의 수익 증가율이 무려 108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기 미국 기업은 이익이 76퍼센트 증가하였으며, 개인의 수입도 33퍼센트나 늘어났다. 물론 이러한 경제적 붐은 마침내 1929년 월스트리트의 증권 시장이 몰락하면서 경제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대공황에대한 두려움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시기의 경제적인 부흥은 문학으로도 풍성함을 안겨주었다. 너새니얼 호손과 허먼 멜빌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윌리엄 포크너,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소설가들, 에즈러 파운드와 엘리엇 같은 시인들, 그리고 유진 오닐 같은 극작가들의 활동 미국 문학의 '제 2위 개화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도 이 당시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플롯이나, 인물의 캐릭터 보다는 그 사회적 배경과 인간들의 흐느적거림에 주목하면 분명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무렵 미국의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데이지의 남편으로 제이 개츠비와 연적 관계에 있는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런 파티, 마치 '불빛을 쫓은 불나방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젊은이의 흔들리는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이 이 소설이 가지는 한계점이자, 매력이다. 이제 더 이상 피츠제럴드는 우리에게 감흥을 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훨씬 더 묘사가 치밀하고 플롯이 강한 서사의 시대에 산다.  ‘개츠비’란 이름은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유투브나 구글을 통해 개츠비의 이름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놓여있다.

 

이 소설은 출간 된 직후, '개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제 몇몇 사전에 정식 입적된 이 형용사는 '낭만적 경이감에 대한 능력이나 일상적 경험을 초월적 가능성으로 바꾸는 탁월한 재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뿐이다. 결코, 위대하지도 않고, 그저 개츠비적인, 그 모호함만으로 남아있는 소설이다.

 

단, 한가지, 바로 이런 치명적인 약점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시대에, 유투브와 구글과 핵 실험이 강행되는 이 시대에, 과연 '위대한' 인물이 있을 수 있는가.  물질적으로 풍성한 '재즈의 시대'에 복수와 야망으로 불타오르는 개츠비가 위대함의 아이콘이었다면, 우리시대의 위대함의 아바타는 과연 무엇일까.  위대하다고 생각되었던 개츠비마저 저렇게 비판을 받는 저 시대에, '위대함' 이란 과연 이 시대에 존재는 하는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이 소설을 우리에게 날린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 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p.11

IP *.216.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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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09:56:29 *.252.144.139
저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는데 개츠비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레오나르도가 너무 잘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저에게는 개츠비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책 뒷부분에 개츠비의 아버지가 개츠비가 어렸을 때 책에 써놓은 계획표와 목표들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무수한 시도로 인해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요. 
비록 자신의 이상이 무상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요. 
개츠비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아직도 초록색 불빛은 보며 자신의 꿈과 이상을 좇고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저만의 초록색 불빛이 어디 있는지 오늘 하루는 찾아 봐야겠어요.
선배님,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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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6:22:39 *.216.38.13

와! 전 아직 영화는 보질 않았는데, 재키제동은 영화와 소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셨군요^^

영화평을 찾아봤는데, 나름대로 괜찮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개츠비 역할은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 나왔던 영국배우 Ralph Fiennes (랄프 파인즈)가 했으면 어울렸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해서 어떨까 궁금했던 차였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질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화려한 파티와 허황된 사람들의 불안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같은 작품을 10년 상간으로 읽었을때 더 감동이 되는 작품이 있고, 덜 감동을 받는 작품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꼭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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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14:19:36 *.129.141.176

영화 꼭 보길, 건너편의 녹색 빛을 지키는 것은 건너편의 그녀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개츠비 자신을 위한 도전, 다의적 해석이 충분한

영화. 아직도 잔상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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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3 08:09:35 *.216.38.13

언젠가 영화화 된 문학에 대해서도 꼭 쓸 날이 오겠지요..? 영화 볼 시간 당장 내야겠네요!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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