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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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편재(遍在)입니다. 그래서 바람은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부재(不在)입니다. 바람은 부재이고 편재입니다. 부재와 편재 사이, 그 여름에 바람은 있습니다. 바람은 스스로 빛나지 않습니다. 바람은 남을 의지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펄럭이는 깃발에 바람은 있습니다. 몸 뒤척이는 갈대에, 억새에 바람은 머뭅니다. 댓가지들이 하냥 허리를 휘청대는 대숲에서, 물결이 높이 이는 강물 위에서 바람은 성성히 일어섭니다. 까마득한 허공 위, 하나의 점으로 정지한 소리개의 날개 아래 바람은 엄연합니다. 바람 없는 깃발은 펄럭이지 않습니다. 바람 없는 갈대와 억새는 가을을 울지 않습니다. 바람 없는 대숲은 풍죽(風竹)을 만들지 않고, 바람 없는 강물은 물결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바람은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되 자취가 없습니다. 스스로 빛나지 않되 빛내주는 자입니다.
『맑은 바람 드는 집』 흥선
어제 도서관에서 창밖의 비바람을 보며 그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다 생각난 구절입니다. 바람도 관계 앞에서 제 태도가 있거늘, 사람이면서도 가끔 제 태도를 잊습니다. 어쩌면 그리하여 사람과 사람사이가 어긋나기도 하고, 때로 오해가 참인 듯 전달되기도 하여 삶이 흥미로울 수 있는 거겠지요.
맑은 날입니다. 길을 나서 비바람이 부려 놓은 낙엽을 밟으며 편재(遍在)와 부재(不在)를 오가는 바람에게 배워보려합니다.
이윽고, 그대의 창에도 갈바람 찾아와 머물기를 ……
정예서의 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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