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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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의

2013년 9월 2일 10시 02분 등록

남자의 자격이란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하고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해 마라톤을 하고 단체 배낭여행을 가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식스팩 만들기에 도전했다. 남자로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과 해봐야 하는 일들을 실천하면서 남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어 나가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최근 다양한 임원 포지션을 진행하면서 많은 임원들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들을 만나며임원은 진정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하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진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들이 필요한 것일까? 진짜 임원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이 글에서는임원의 자격에 대해서 논해보려 한다.

 

충정로의 전통 깊은 중식당에서 만난 김부사장은 중년 신사의 매력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크게 멋을 내지는 않았지만 무테 안경 너머 그의 눈빛은 반짝거렸고 말끔하게 차려 입은 양복은 큰 키와 날렵한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이어 입사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그는 운 좋게기술의 상업화에 깊게 관여하게 되었고 이어 해외사업, 전략기획, 마케팅, 제품의 인허가 등등 회사의 요직을 거치며 차기 CEO 감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사소한 일이 틀어져 오너의 눈 밖에 나게 되었고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옮겨간 회사에서 그는 신사업 부문을 맡아 전략을 세우고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현 회사의 창업주의 끈질긴 입사 제의를 받아들여 몇 달 전 이 회사의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지만 시련을 겪으며 성숙해진 사람이었다. 야심차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몇 번의 시련을 통해 세상 일이 다 내 마음 같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그의 부하직원에 대한 배려심 역시 훌륭했다. 입사를 망설이는 워킹맘 후보자에 대해서 말하길그 나이엔 경력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할 때이니 너무 밀어 부치지 말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반면 최전무는 임원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외국에서 MBA를 취득한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승승장구하여 40대 초반에 전무로 승진했다. 젊은 나이의 이른 성공은 그를 오만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새옹지마라 했던가? 얼마 후 본사의 지시로 새로운 사장이 부임했는데 그는 최전무와 마음이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최전무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와야 했다. 필자가 그와 연락이 닿았을 때 그의 실직기간은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40대 중반인 그에게 필자는 국내 기업의 이사 포지션을 제안했다. 외국계 기업에 비해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외국 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국내 기업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필자에게 본 포지션이 제공할 수 있는 보수와 대우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물었다. 예전 연봉은 맞추기 힘들고 차량 제공 또한 어렵다고 답하니차도 주지 않는데 그게 무슨 임원 자리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그는 지원을 철회했다.

 

만약임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출연하는 임원들은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 내가 PD라면 나는 다음과 같은 도전을 권하고 싶다.

 

첫째, 실패하기. 몇 해 전 타계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무 살에 창업한 자신의 회사에서 서른 살에 쫓겨났다. 회사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자신의 손으로 고용한 펩시 콜라의 CEO이자 마케팅의 귀재인 존 스컬리와 견해 차이를 보이다 이사회에서 제명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잡스는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삶의 초점이었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이 실패자인 것 같아 실리콘 밸리를 떠날까 생각했지만 그가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넥스트와 픽사를 창업해 큰 성공을 이루었고 애플 CEO로 복귀했다그는 아이팟과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된 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단언했다. 성공에 대한 부담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벼움으로 바뀌었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인생이란 때로 고통스럽지만 신념을 잃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인간은 시련과 실패를 통해 성숙해간다. 



둘째, 자신을 낮추기. 임원이 되는 것은 직장인의 꿈과 로망이다. 그래서 임원을 별을 딴 사람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임원들 중에는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 어렵게 딴 별을 쉽게 잃고 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박이사가 그랬다. 그는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다 작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이사로 승진했다. 팀원 없이 혼자 일하며 성과를 냈던 그는 자신이 임원이 되었으니 아래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조건 복종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큰 오산이었다. 부하직원들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의견을 번번히 무시하자 회사에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급기야 회사 규정을 멋대로 해석하고 직권을 남용하다 감사 대상이 되었고 결국 그는 권고 사직 통보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 초보임원들이 겸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이다. 오만 방자한 임원의 말로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얼마 전기내 난동 라면 상무라는 단어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모 대기업의 상무 A씨가 미국으로 가는 모 항공사 기내에서라면이 덜 익었다. 다시 끓여오라며 트집을 잡다 여승무원의 얼굴을 잡지로 때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결국 A씨는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다시 타야 했고 파문이 확산되자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이 사건 이후 기업 임원 교육에 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리더십과 경영 마인드에 치중했던 임원 교육에 인성과 매너 등 자질 교육을 추가하여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질 교육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의 선발 기준은 인성보다 경영 능력과 성과이기 때문이다.

 

임원은 많으나 존경할 이는 적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필자 역시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으로 존경할 수 있는 임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혹자는 유능한 리더 중에는 히틀러 스타일의 독재자가 많다고 말한다. 그 예로 10만 명의 직원을 무자비하게 해고한 중성자탄 잭 웰치를 예로 든다. 하지만 그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었으나 직원들로부터 마음으로 존경 받는 임원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임원의 품격을 원한다. 시련을 통해 성숙하고 부하 직원을 배려할 줄 아는 임원의 자격이 있는 이와 일하고 싶다.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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