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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10시 08분 등록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석가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외쳤다는 탄생게로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문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아독존는 석가 개인이 아니라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존귀함을 상징한다. 즉 석가가 이 땅에 온 뜻은 모든 존재가 소중함을 알려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함임을 알리는 일화다. 하지만 이 말은 오늘날에 와서는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삶은 없다고 자부하거나 그런 아집을 가진 사람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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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후자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 사람이 후보자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면접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할 사람을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 글에는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면접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

 

40대 초반의 골드미스 정이사는 최근 작은 회사의 마케팅 이사로 이직했다. 그런데 그녀가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 부하직원 네 명중 세 명이 퇴사를 했다. 이직이 어려운 주니어 마케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를 떠난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일할 자신이 없으니 제 발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잘 되었다며 이번 기회에 우수 인력으로 팀을 재구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작은 회사 규모와 제품의 한계를 이유로 많은 마케터들이 그 자리를 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학벌, 회사, 제품의 브랜드가 떨어지면 면접의 기회 조차 주지 않는다. 정말 어렵게 면접까지 간 후보자들은 그녀에 대해서 혀를 내두른다. 그녀는 면접 자리에서 후보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곤란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백이 2년 있는 후보자에게는 컴퓨터는 다룰 줄 알아요?’라고 질문해 모욕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A를 물으면 B로 대답하고 B를 대답하면 A로 대답하는군요.’라며 면박을 주었다. 그녀의 악명은 점점 높아져 이제는 지원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홍보팀 이이사도 비슷한 정이사와 비슷한 사람이다. 그녀와 함께 일하다 퇴사를 준비하던 최과장에게 들어보니 그녀는 정말 문제적 상사였다. 그녀는 업무 외적인 문제로 팀원들을 쪼아댔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회의실로 불려간 최과장은 칭찬은커녕 추궁을 들어야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이이사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충성이었다. 부하직원이 납작 엎드려 이사님이 최고 싶니다!’를 연발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과장은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이이사에게 차마 그런 말과 태도가 우러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최과장만이 아니다. 그녀의 부하직원들은 근무한지 1년도 못되어 그만두기 일쑤다. 그녀와 면접을 본 많은 후보자들이 일관되게 하는 말이 있다. 한 시간 동안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질문에 대답을 하면 답변에 꼬투리를 잡아 파고 들어가는 탓에 결국은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지고 만다. 퇴사한 최과장 자리로 얼마 전 새로운 사람이 입사했다. 소문을 들어보니 홍보대행사 출신으로 인내심과 참을성이 대단한 마구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인 듯 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에는 고소당할 가능성이 높은 의사를 찾아 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놀랍게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과실 기록 분석이 아니라 환자와 나누는 대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의료 사고 소송을 분석해 보면, 기술이 뛰어난대도 소송에 시달리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실수를 많이 해도 전혀 소송을 당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 즉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기준은 조악한 진료에 대한 상해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의사에게서 받은 대접이었다. 의학자 웬디 레빈슨이 의사들과 환자들 사이의 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고소 전적이 있는 의사들에 비해, 환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3분 이상 더 길었고(18.3분 대 15) 환자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설명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즉 두 의사 그룹 사이에 정보의 양과 질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글래드웰은 의사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당신을 내려다보듯 말하고,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 느낌에 귀 기울여라. 그를 얇게 조각 내어 관찰하면 아마도 그가 모자라는 사람임을 발견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정이사와 이이사는 면접 자리에서 후보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압박하는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을 가늠한다는 미명아래 압박 면접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쁜 이미지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모욕과 면박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후보자를 만나 입사까지 시켰다고 해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어떤 필요에 의해 그 자리에 들어간 사람은 필요가 다하면 자리를 떠날 것이다. 상사에 대한 존경심 없이 오랫동안 묵묵히 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이 없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석가 또한 이 세상 모든 생명이 귀하니 존중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어줍잖은 자만심과 무례한 태도는 당신의 악명만 높여 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이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언젠가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할 때면 당신의 악명이 발목을 잡을 날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하직원들이 줄줄이 퇴사를 하거나 자주 들락 달락 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 리더의 평가 기준 중 부하직원의 퇴사 빈도가 있음을 알지 않은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당신의 상사도 은근히 이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역량있는 직원의 퇴사는 회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신입 직원의 교육과 계발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장사도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당신이 은퇴한 후에 당신 곁에 남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오늘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http://www.exoticindiaart.com/product/paintings/maya-devi-and-buddha-s-birth-TE45/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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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3 10:37:27 *.209.210.64

우와 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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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11:25:12 *.252.144.13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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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10:37:29 *.108.8.66

좋은 글 잙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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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11:24:54 *.252.144.139

감사합니다.

실제 제가 일하면서 겪은 일들이라 시시콜콜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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