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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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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일 21시 31분 등록


***


50대 10년을 그리고 싶었다.

2029년, 내 나이 60이 되어서 50대를 돌아보면 어떤 장면들이 떠오를지 그려보았다.

바보인가! 하얀 백지다.

최선을 다해서 창의적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10년 동안, 딸들은 어떻게 살지 알 수 없었다.

10년 동안,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었다.

10년 동안, 내 곁에 누군가가 머물지 알 수 없었다.

10년 동안, 나는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했었다.

아이들이랑 셋이서 살아갈 테고, 이사를 하면 여행을 떠날 거라고, 했었다.

남자들의 고향인 가부장제를 떠나면서, 결혼을 정리하면서, 그랬다.

내 집은 어디인지 찾아야 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길을 잃었으니 헤맬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그럴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일상의 문제와 과로로 지쳐 쓰러질 수도 없이 사느라, 살아내느라 버티고 있었다.

나에게 손 내밀 수밖에 없어서 나를 좀 내버려 둬야 했다.


가사노동은 결혼 제도의 일부가 아니다. 핵심이다.

일이 힘든 건 그 일이 힘든 것보다 그 일 때문에 뭔가 다른 걸 참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가사노동은, 내 삶의 전부일 수 없었다.

부부가 동등하지 않은 집안의 평화란 있을 수 없다.


24시간제 엄마 역할도 마찬가지다.

나의 중심은 모성이 아니다. 내 이름은 ‘엄마’가 아니다.

희생하고 양보하는 엄마, 나는 아니고 싶었다.

왜 나는 너무 많이 사랑하려고 했을까? 사랑이 아닌 전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서 말이다.


정말 제대로 된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바람직한 남편이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인가?

이 모든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래서 나의 결혼은 실패하느라 너무 오래 걸렸다.


습관처럼 사용한 ‘아니야’ 라는 말은, 가끔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중대하고 절박하게 쓰라린 한숨 섞인 무언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거기엔 영혼의 투쟁이나 깊은 허무와 철저한 고독까지도 담겨있다.

묻는 사람과 너무나 동떨어진 채여서 혼자 간직했던, 예민했던 순간들 말이다.


왜 가장 민감한 나의 속생각을 혼자만 새겨 두려 했을까?

뭐가 두렵고 무서워서 꺼내놓지 못하고 ‘아니야’라며 안으로 깊숙하게 삼키곤 했을까?

어설픈 한 마디의 ‘아니야’가 열 마디, 백 마디, 천 마디가 되었을까?

그리고 결국엔 관계를 정리하게 했을까?


이제는 엄마 역할을 새롭게 선택하는 문제가 남았다.

선택의 자유를 나에게 주어야 한다. 아니,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끔찍한 불안감도 극복해야 한다.

‘아니야’가 답이 아닌, 남아있는 숙제가 산더미다.


**


여자들의 여행모임인 「여행여락」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인터뷰 준비하면서 설문지를 만들었는데, 내게도 묻고 싶어서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에서 막힌 채 하루를 보낸다.

나는 아직도 답을 하지 못했다.


자꾸만 미루게 된다. 언젠가 나만의 답을 가질까?

그러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찾는 건,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시간을 주면 될까? 그렇다면 이번 주말, 이 숙제를 하기로 하자.


1. 여행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2. 여행여락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참여하게 된 이유는?

3. 여행여락이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4. 살면서 여행을 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입니까?

5. 가고 싶은 여행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면?


6.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7. 돌아오지 않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8. 여행여락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는?

9. 참여 프로그램(여행)중 인생의 순간으로 남는 기억이 있다면?

10. 여성만의 여행이 지닌 차별점이 무엇일까요? 장점이든, 단점이든


*


1:00 오렌지, 토마토, 배, 아몬드, 호두


체중이 조금만 더 줄면 좋겠단 욕심을 부렸는데 버려야겠다. 이놈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뭘 자꾸만 바라나? 지금도 좋다. 더할 나위 없다. 아마 오늘이 최저점이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제 디톡스 더비움 식단은 안녕이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일 주일 동안 서서히 까먹어갈 예정이다. 홀랑 까먹기, 내가 아주 잘하는 것 중에 하나다. 낼 저녁 약속, 만들었다.


6:30 현미밥, 상추, 고구마, 김, 두부, 훈제오리, 채소볶음(부추, 버섯, 호박, 감자, 당근, 양파, 마늘)


나를 위한, 나만의 익숙한 상차림, 어쩌면 좋나? 훌륭하다 못해서 감동적이다. 뉴스도 연일 파격적이다. 어찌나 따끈따끈한지, 해가 드는 곳에 곰팡이는 피지 않는다. 드디어 진짜들이 나타났다. 오늘도 ‘우리 인이’는 자랑스럽다. 답답한 고구마는 어디로 간 건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광주는 시작이다. 진짜는 다음 주다. 23일의 봉하가 그려진다. 딱,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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