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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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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7일 12시 06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오병곤 님의 글입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신해철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땐 그냥 맘껏 소리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

 

[음악 듣기]

http://www.youtube.com/watch?v=CyT4KjintZY&feature=player_detailpage

 

 

병곤아, 오랜만이지? 지금 마음이 어떠냐? 시원섭섭하고 만감이 교차하지?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것 같지않니? 병곤아, 올 초부터 사는 게 많이 힘들었지? 매일 술 없이 견디기 힘든 날도 있었고,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잠시 헷갈리기도 했고, 속으로 눈물 흘린 날도 많았지.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나는 무척 대견했단다. 가끔 감성에 치우치긴 하지만 넌 분명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긍정적인 사람이야.

 

어제는 말이야, 그냥 산에 오르고 싶어서 산에 갈 차비를 하고 물끄러미 거울 앞에 서 있는 너의 모습을 보았어. 너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고 싶었어. 그리고 문득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웬 청승이냐고? 너의 새까만 얼굴을 보니 말을 걸고 싶어졌어. 너의 30대 청춘을 다 보낸 직장을 그만 두기까지 네가 받았을 상처와 고민을 위로해 주고 싶었어. 이제 새 출발을 하는 너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었어.

 

병곤아, 무릇 갈 데가 없어도 떠나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단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하면 모멸 당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야. 너는 사표를 낸 게 아니라 출사표를 던진 거야. 네가 떠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너를 믿고 따르는 후배들에게 미안함이 있다는 거 난 잘 알아. 지금 필요한 건 전략이나 목표보다 마음의 치유가 더 필요한데 다들 그걸 잊고 있으니 안타깝지? 변화는 감정의 문제인데 말이야. 하지만 그들도 너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줄 거야.

 

병곤아, 이제는 진짜 너답게 살아가라. 네 스스로 너를 아주 좋아하게 만들어라. 너는 멋진 놈이다. 너를 구원해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라.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새로움은 낯섦이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 이해한다. 용기를 내라. 세상에 정면 돌파하지 않고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냐? 초보자의 마음으로 충분히 새로움을 즐기고 그 속에서 많이 배워라.

 

진심으로 너의 앞날을 축하해. 이제 종종 너에게 편지를 쓸게. 이렇게 써보니 마음이 편하고 네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 병곤아,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잘 살았어. 내일도 해가 뜰 테니 오늘은 푹 자라.

 

********

몇 년 전, 십 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며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 때 그 감흥이 되살아난다. 사랑은 써 놓고 부치지 않은 편지와 같다. 오늘 나에게 그리움을 담아 편지 한 통을 써보자. 나를 더 간절히 사랑하게 되리니……

 

- 글쓴이 : 오병곤, kksobg@naver.com,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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