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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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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1일 10시 56분 등록

거인을 깨우는 도구

    산책길에 아까시아 향기가 좋은 계절입니다. 어젯밤 산책을 하다가 어릴 때 밤을 기다리며, 듣던 반가운 '첫발자욱' 연주를 듣게 됐습니다. 음악의 힘은 놀라워 듣고 있노라니 그 당시 공간을 복원시키고 그 공간 안의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 공간 안에 어린 소녀가 있습니다. 부족할 것이 없던 어린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치이며 어른들의 말에 순응해야했던 작은 아이.

아버지가 익혀준 습관대로 음악과 책이 의지처였기에 아이는 슬퍼도 기뻐도 음악을 들었던 거처럼, 오직 아이가 할 일은 그것뿐이 없는 거처럼 읽고 써야먄 밤을 보낼 수 있었지요.
사촌들과 한방을 쓰던 아이는 모두들 잠이 들면 그제야 마루로 나와 변소에 가기위해 켜둔 알전구를 의지해 책을 읽었습니다. 시린 발끝을 감수할 수 있을만큼  평화롭고 충만했던 공간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책과 글을 쓰며 어른으로 점차 성장하던 그 시절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당시는 알지 못했지만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노예의 도덕이 무엇인지 골몰할 수 있었고, 칸트의 경험론과 합리론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현상과 관념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또 인의예지를 알지 못 했다면 오만하게 머리만 클 뿐 관계를 이해못한 어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봄밤, 공원에 있던 사람, 모두는 나무의 향기와 비온 뒤의 싱그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현상만 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너머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우람하게 자란 나무가 숲을 이룬 공원을 거닐며 감사하다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 왔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만 머물 수 있었을, 몸은 성장했으되 어린아이로만 남았을 수도 있을 아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글과 책이 어떤의미인지 알게 된 지금, 때때로 격랑이 치는 삶이겠지만 여전히 읽고 쓰고 있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수많은 그대들을 거인으로 깨워준 책과 글, 인문은 과시하는 것도, 지니는 것도 아닌 내 삶에서 실천하고 나아가 함께 나누어야 비로소 개화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을 그대,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요.

그것이 단지 읽고 쓰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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