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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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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1일 22시 11분 등록

*이 글은 4기 박중환 연구원의 글입니다.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나가는 100명의 사람들에게 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90명은 ‘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머지 10명은 ‘절대(!) 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없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조사는 보험 컨설턴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알 수 있는 사례이다. 최근에는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 컨설턴트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면과 인맥을 통해 부담을 주는 이미지로 많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 보험을 가입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많이 쓴다. ‘들어준다’라는 표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들어주는 것’이라는 문구는 지금 보험업계의 현실을 방증한다.


보험 컨설턴트에게 무슨 원죄가 있기에, 이렇게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잘못된 판매관행? 지인을 통한 안면판매? 자꾸 귀찮게 하는 행동? 모두 맞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틀리다.


그 이유는 생명보험 상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생명보험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즉, 죽음과 생명과 화폐가 서로 교환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암묵적으로 이런 전제가 깔려 있다. 생명은 성스러운 것(the sacred)이고, 죽음은 두려운 것(the fear)이다. 그리고 화폐는 속된 것(the profane)이다. 생명보험은 자신의 사후(死後)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는 애정과 책임에 기초한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생명보험이라는 상품으로 ‘자본화’되는 것이다. 신성한 생명을 일개의 상품으로 변환시키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보험 컨설턴트들은 생명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화두를 꺼낼 수밖에 없다. 죽음으로 인해 남아 있는 가족들의 경제적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사고 후 벌어질 비극적 상황을 암시하고 예견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우울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새 보험 컨설턴트들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처음 생명보험 판매를 위해 가방을 들었던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다름아닌 성직자 그룹, 청교도 목사들이었다.

 

“목사들 대부분은 생명보험이 진전되는 것에 깊고도 변함없는 관심을 표명하였다. 생명보험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어떤 이는 미리 각 보험회사의 지역 컨설턴트로서 행동하고……, 그들 신자에게 이것을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 나프, 《생명보험의 과학적 강의》 중에서

 

성직자들은 원죄 속에 신음하고 있는 고귀한 영혼을 구제한다. 그들에게 생명보험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영혼의 구제사업이 확장된 개념이었다. 생명보험은 ‘신과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서 인수되어야만 되는 ‘무엇’이었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종교적 의무였다. 그래서 이 당시 성직자들은 생명보험 판매가 하늘나라의 역사를 도래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종교가 영혼의 구원을 목적으로 한다면, 생명보험은 육체의 구원을 가능케 한다. 차시환혼(借屍還魂)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내 육신이 없어지고 영혼만 남았을 때, 죽은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서 다시 환생한다’는 의미다. 생명보험은 육신은 없지만,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해 부활한 영혼일지도 모른다.


보험업계에는 보험 컨설턴트의 사명을 ‘컨설턴트십(Consultantship)’이라고 한다. 보험 컨설턴트에게 ‘ship’은 직업적 사명을 부여한다. 실제 탁월한 성과를 내는 보험 컨설턴트들은 이 직업의식에 투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직업적 소명의식을 내면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명보험은 다른 여타의 금융상품과 달리 인간의 존엄한 생명과 연관된 상품이다. 가장 힘겨운 상황에 빠져 있는 미망인과 고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절망적인 환자에게 작은 희망의 불꽃을 준다. 필자가 보험 컨설턴트라는 낯선 길목에서 고민할 때, 직업적 소명을 부여해준 버트 팔로의 《보험설계사 만세》 한 구절을 소개한다.

 

“우리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판매해야 합니다. 우리가 판매해야 하는 것은 가족의 보장, 마음의 평화, 인간의 존엄, 공포로부터의 해방, 결핍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사랑, 소유의 기쁨을 팔아야 합니다. 우리는 희망, 꿈, 기도를 판매해야 합니다.”

 

생명보험은 금융상품 중에서 유일하게 목적이 분명한 상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융상품들을 한번 살펴보자. 듬뿍적금, 미래펀드, 해외펀드, 장기채권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이 금융상품들은 그 상품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떠한 계획과 목적에 쓰일지 관심이 없다. 오직 이 상품들의 관심은 ‘수익률(earning rate)’뿐이다. 그러나 생명보험은 상품의 목적이 분명하다. 종신보험, 연금보험, 건강보험, 교육보험, 어린이보험, 재해보험, 의료보험과 같이 상품의 목적과 효용이 분명하다. 생명보험은 고객의 꿈과 목표 그리고 희망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아직 생명보험이 환영받는 친구가 되기에는, 먼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아니 영원히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따뜻한 인간의 피가 흐르는 것이 바로 생명보험이다.


보험업계든, 다른 분야든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당신에게 일은 무엇인가. 밥을 얻기 위해, 얄팍한 월급봉투를 얻기 위해,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노동인가. 아니면 가치와 보람을 느끼며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행위인가. 우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소명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 속에서 자신의 일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결정한다.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다. 빛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인 것이 아니라, 원래 빛이다. 우리 자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소명의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누가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험 컨설턴트의 소명과 같은 시(詩) 하나를 소개한다. 힘들고 지칠 때, 다시 마음을 다잡게 했던 보석 같은 글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새벽아침,
졸린 눈으로 무거운 몸 일으키다
문득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습니다.

갑자기
비어버린 아빠의 빈자리를
절망의 세상임을 알지 못한 채
풍선껌 하나를 흡족하게 씹고 있는
아빠 잃은 아이의 눈망울을 보면서 가슴 뭉클해집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 하나
내가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동료의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가방 놓고 싶던 마음 다시 추스르고,
이 일을 누군가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슴속 깊이 되새깁니다.

당신의 허물보다는
정직함과 깨끗함으로 살고자 한다는
동료의 맑은 미소를 보며
내 믿음을 조금씩 더 키우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부부를 만나
잠시 얼마짜리 고객으로 판단하려 했던
부끄럽고 병든 마음이 짜증스러워
괜한 헛걸음이 자꾸 길어질 때,

아직은 더 많이
나를 굴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감을 느낄 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아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더러 쉽지 않았습니다
거절에 고개 떨구기도 했고,
피곤에 절은 몸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란 단 한마디가
울림 좋게 다가오는 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비록 서툰 몸짓이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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