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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님께서 2008710234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글로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좀 복잡합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대해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지과학이 발달하고 연구방법과 실험기자재의 발달로 인간의 지각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밝혀 냈는데... 그러한 결과들은 동양의 현자들이나 선사들의 충고들과 일치합니다.

다만 동양적인 것들은 너무 추상적이고 상징적이어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기처럼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동양은 체험을 통한 자기인식을 기초로 하고 지적인 이해는 이러한 자기 인식의 미묘함과 복잡성을 구분해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 눈에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대개는 상징적인 표현이나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람들은 이해는 되는 데 관찰이나 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호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상징적 표현이나 은유들이 지칭하고 있는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비로 혹은 환상적으로 들리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은 ‘기(氣)’ 나 ‘소주천(小周天)’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서양에서 Hanson(1969)이라는 사람이 ‘관찰의 이론 의존성’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는 ‘보는 것은 무엇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 이상이다.’ 라고 말하고 동일한 관찰이라 할지라도 관찰은 관찰자의 선험에 의해 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Hanson의 주장은 보는 것은 순수한 관찰이 아니라 관찰자의 지식, 신념, 기대, 이론 등이 관찰에 영향을 미친다 고 말합니다.

또 최근의 생태심리학에서는 직접지각(direct perception) 을 주장하는 데 어포던스 (affordance)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포던스는 사물을 시야에 들어오는 것 자체로 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해서 직접적으로 인지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각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책상위에 놓인 둥그렇고 속이 비어있는 흙으로 된 물체로 보지 않고 음료를 담아서 마실 수 있는 ‘컵’이라는 의미로서 지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예로 리모콘의 형태나 기능버튼의 위치, 세계의 대부분의 공항이 일층은 입국 출국은 윗층으로 되어있는 것 같은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 마음(mind)은 신체의 기능의 일부로 두뇌의 작용의 결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두뇌의 작용으로 만들어내는 생각, 표상 같은 것들은 실재(實在 존재하기는 하지만)이지만 실체(實體 ;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 경험의 회상(recall) 재인(representation)이라는 것이죠.
두뇌의 기능이 분리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연합한다는 것은 인지과학이 밝혀낸 일반화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합기능중의 중요한 기능 하나가 습관영역(habitual domain)이라고 말하는 추상적인 신경망 구조입니다.
여러 기능을 통합해서 하나의 추상적인 신경망을 형성하는 것인데 게슈탈트 심리학(형태심리학)에서 여러 가지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극(감각으로부터 들어오는 신경신호들을)을 통합하여 구분하고 해석해내는 (이것을 인지과정 = 감각과정+지각과정 이라고 합니다.) 것은 신경신호 전달이 1/1000 초 정도의 속도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이 반복되면 정보연합을 통합해서 단일한 추상적인 신경망 구조에서 수행합니다.
이것은 인간이 행동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기능입니다. 반면에 이것은 인간의 동일하지 않은 행동을 동일하게 취급해 버리는 유사성과 오류를 만드는 근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행동의 차원에서도 그렇고 사고의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기능합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가정’이나 ‘전제’들 혹은 ‘공리’‘상식’들도 이에 속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모두 학습된 것이거나 경험을 고정된 틀에 넣어 버린 것입니다.
‘고정관념’ ‘통념’ 소이 틀에 박힌 사고 즉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 이라는 것입니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신지학파의 에니 베산트 여사에 의해 영국으로 가 교육을 받지만 그의 서구교육은 모두 실패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프랑스를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 내용들이 전수되게 됩니다. 그러한 내용이 자기로부터의 혁명의 내용입니다.
그는 사랑, 분노, 슬픔,... 모든 감정과 사유의 소산을 부정합니다. 그러한 내용들은 모두 학습된 것이고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는 일관된 주장입니다. 그의 대부분의 강의들은 논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모순을 드러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접근 방법을 통해서 사회나 문화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들을 극복하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은 아주 쉬운 것이고 또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을 요즈음에 그러한 것을 활용한 것중의 하나가 ‘사고정지’ 기법입니다.
의식의 주체인 자아가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부정하는 그래서 자아까지도 부정하는의식을 통한 의식의 부정인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대에 와서 사람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메타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수행하기에는 -무내가 되기에는-습관영역들의 활동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의식적인 과정없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하기란 쉬운일이 아닌거죠... 그래서 제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티벳의 고승들이나 고행과 함께 수양을 한 사람들은 그런 사고영역 밖으로 나가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수준이 안되서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행동의 수준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훈련을 통해서 가끔씩 의식밖으로 나가기는 하는데 메카니즘은 잘 모릅니다. 그냥 장님 문고리 잡는 ... 그런 셈이죠...

간단한 실예로 두 손을 합장하고 손가락 끝을 보고 있으면 됩니다. 그냥 손가락 끝을 보고 있으면 되는데 그 주의의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손끝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의식은 생각으로 과거로 주위의 소리로 옮겨다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의식을 현재에 놓고 기억을 무시하고 그냥 보기만 하면 되는데... 참... 저는 잘 안됩니다. 수준이 안돼서.. ㅎㅎㅎ

글이 좀 장황합니다. 그냥 글이 아니라 말이라고 생각하시고... 읽고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1366번 글을 읽는 동안에 마음이 멍 했습니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토해내는 그 마음이 어떨거라는 거...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에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님이 떠올리는 순간에 실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이 불안할 경우에는 대부분은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정서를 자극하게 되므로 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저의 의견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경우에는 현실에 부적응의 원인으로 찾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그것은 그냥 자아의 자기방어적 행동이어서 위안은 될지모르지만 현실을 개선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감정을 부정하지마시고 인정하고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과 행동을 결부시키지는 마시기를 권합니다. 새어머니로 인하여 폄하된 자신이 느끼던 분노는 정당한 것이지만 그래서 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됐다는 것과는 결부 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때문입니다.
대신에 과거에는 모르고 또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행동을 선택하실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그 한 걸음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표현할 때 죽는 것 만큼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신은 거듭 태어날 수 있습니다. 몸이 살아있는 한... 그 새로 태어난 정신은 몸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런 말 있습니다. ‘죽으면 살리라’ 라는...

가족과 자신에 대한 솔직함과 세상에 자신의 숨기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시는 용기가 님의 운명을 바꾸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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