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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5일 15시 49분 등록

같은 건설회사(대기업)에 5년차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해외영업을 하다가 2% 부족함을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이 분야를 알고 기술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래서 총 경력은 14년.

 

서른이 훌쩍 넘어서 건설 해외 현장에 파견이 되었습니다. 엔지니어이니 가면 할일이 사실 많습니다.

그곳에 여자는 저 혼자였는데,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CC 입니다.

모두 아는 커플이 되었고, 결혼식을 했고, 같은 현장에 파견도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폭력 때문에 결국 헤어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몸/마음이 만신창이...그게 불과 1년 전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생활을 아는 저희 회사 여직원 일부와 직장 상사들..그리고 나도 모르게 퍼진 소문들로..

적극적으로 회사 일을 하는 저에게 화살은 사생활을 아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돌아왔습니다.

간혹 타부서에 제가 담당자가 해야할 일을 안해서 난감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책임소재를 물으면...(저는 직급이 좀 있습니다.)

 

"저러니까 이혼했지."

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저한테 또라이 같은 년들이 꼭 쪽팔린 것도 모르고 오래 버틴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이 건설 회사는 말이 거칩니다. 이상한 사람도 당연히 많지요.

하지만 제가 이런 피해의식이 커져가고, 팀 에이스에서 병신같은 여자로 타락하는데는 몇 개월 걸리지 않았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모든 꼬리표가 공개된 이혼녀였습니다. 혼인신고도 안했는데 사실혼도 혼인이라니까..

 

물론 이해해주시는 분들, 안쓰러워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많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날은 너무 힘들어 울다가 아파트에서 자살시도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저희 부모님 이혼으로 저는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집안에 이번엔 2연타로 제가 이꼴이 되었지요.

헤어졌는데 가지고 있던 아이를 뗄 용기는 없고 해서...다리부러지면서 아이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출근했습니다.

짤리면 안되니까...

 

멀쩡한 대기업 종합상사 그만두고, 겨우 인턴부터 기어서 계약직-> 정직원으로 기어올라온 직장 입니다.

일도 잘하고 고과도 S,A 번갈아 받고 공대 나와서 제대로 엔지니어로서 살고 있었는데, 주위의 모든 것들이 저에겐 적이 되었습니다.

 

혼자 밥 먹은지 거의 6개월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모든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더니, 전표 여직원이 이런 이야길 하더군요.

자기 아이한테 너같은 애가 재혼하는거 보여주기 싫다고...

참 상처를 받았습니다.

 

일도 싫고 팀장도 저를 한심하게 보는 거 같아서 팀을 옮겨달라고 했는데 2개월째 팀장이 아얘 쌩...모른척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있습니다. 사표를 만지작 거리다가, 동종업계를 눈씻고 찾고 있는데 이직이 쉽지 않아 매일 왕따 생활을 지키면서 버티고 앉아 있습니다.

 

이 조직을 나가서 비슷한 곳에 가서 이런 멍에도 좀 벗고, 예전처럼 활기차고 뿌듯한 삶을 간절히 살고 싶습니다. 일은 자신 있거든요.

따르고 있던 후배들 중에 절반 이상은 제가 더이상 실세가 아니라며 말도 안걸지만,  일부 후배들은 저와 함꼐 일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생활을 모르는 후배들 중 소수..

 

오늘도 외롭고 고립된 팀 구석자리에서 많이 울면서 반년째 버티고 있지만, 결코 인간다운 삶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울증 약을 끊고 언제까지 버텨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 정유업체를 찾으니 면접 때 중국인이 중국어가 현지인과 똑같으니 내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모르겠다고 해서 영어랑 한국어로 자기 소개를 전부 다시 하기도 했는데도.. 연락이 없고..

캐나다 업체는 요즘 오일 price 떨어져서 업계가 Fired 된 인력 천국이라 하고..

  

그래도... 

전화위복, 새옹지마 라고...이 웅크러진 시간들을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어서 억지로 그 사이에 FE, CPE, PMP, 안전기사를 줄줄이 따고, 악착같이 모아서 아파트랑 오피스텔을 8채 사서 월세 받고, 대출도 없이 돈은 참 많이 벌었습니다. 다행히 머리가 돌은 아닌가 봅니다.

 

해외취업해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있는지 좀 알려주십시오.

무슨 방법이든 반드시 찾고 싶습니다.

 

제가 원하는 곳을~

 

호적도 깨끗한 이혼녀 까대는 놈들 없는 곳에서 좀 살아 보고 싶습니다.

 

-37세 건강하고 바른 처자 올림.- 

 

 

 

IP *.235.254.135

프로필 이미지
2016.04.27 04:29:40 *.204.27.249

안녕하세요, 벌써 수개월전에 쓰신 글이네요.

제가 회원가입이 안되어 있어서, 글만 읽고 가려다 님의 사연에 마음이 아파 회원가입을 하고 몇줄 남깁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사셨고, 얼마나 힘드셨으며, 또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신건지... 저에게도 그 마음의 고통이 깊이 느껴집니다.

님께서 힘들게 용기내어 적으신 이 글에서도 누구하나 위로하는 이가 없기에, 이곳에서 조차 고독감을 느끼셨을까봐 걱정이네요.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는 해도 바뀌었고, 계절도 바뀌었고... 님께서 쓰신 글의 마지막 글귀처럼, '건강하고 바른 처자'의 모습으로, 또다른 도전을 하고 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님은 강한 분이십니다. 자존감도 높고 자존심도 쎄구요. 곧 님의 타고난 에너지를 되찾으실 거에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몇줄 더 적습니다.

저는 지금 캐나다에 있습니다. 여기와서 보니, 이혼하거나 파혼하고 오시는 30대분들이 꽤 계시네요. 과거사를 모르니 굳이 본인이 말하지않으면 모를 이아기인데도,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고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그랬고, ...그래서 왔다.'이지 '헤어진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는 아니라는 얘기에요. 그리고 저 역시도 그분들의 현재의 모습만 보게 되지, 과거사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있구요. 아마 한국에서였다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의 연결고리에서 잠시 떨어져 계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경제적 여유가 되시는 것 같으니, 혹시 퇴사하시게되면 몇달간 해외에서 살아보시는게 어떨까요.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 아무도 님의 스토리를 모르는 곳, 그러나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공감 할 수 있는 한국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 곳에서 거주하면서 하루 몇시간씩만 파트타임 해가며(돈이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시면 힐링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경험상 무작정 쉬는 건 얼마간이지, 일을 통해 몸을 좀 움직여야 삶의 에너지가 채워지더라구요. 장기 여행차, 휴가차 지내시면서  이곳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캐나다는 6개월까지 관광비자(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어요. 그렇게 몇달 지내다 보면 님 스스로 또다른 길을 찾아가시지 않을까요. 한국이든... 캐나다든...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지금 그런 과정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혼을 했었고, 아이가 있었기에 아이 아빠랑 재결합을 했고,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채로 7년을 지냈고, 지금 현재는 아이랑 단둘이 캐나다에 있습니다. 이십대 후반에 아이를 놓고이혼했었기에, 이혼 후 사회생활 시작할 때 저 스스로 핸디캡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아가씨인척, 미혼인척, 그렇게 지냈습니다. 벌써 십몇년 전 이야기네요. 그렇게 5년... 초등학교2학년이 되어도 책을 못읽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아빠랑 재결합을 했습니다. 그 뒤 한달도 안되어... 내가 또다시 실수했구나... 하며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만 버텨보자... 하면서 지낸 세월이 10년입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혼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사, 가정사 일도 많습니다. 어떤이는 저더러 그럽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럽지만.. 자기 같으면 못버티고 자살했을거라구... 상처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제가 강하고, 잘 버티고 있고,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랍니다. 어떤이는 또 그럽니다. 하도 고통이 심해서, 이젠 왠만한 건 힘든줄도, 아픈줄도 모르는 것 같다구요. 다 맞습니다. 고통도 내성이 생기더라구요. 저는 지금도 두개의 얼굴로 삽니다. 늘 밝고, 사회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인정받는 모습과, 힘든 개인사와 무거운 책임을 다 떠안고 홀로 삶을 헤쳐나가는 저의 또다른 얼굴... 둘다 가면이 아닙니다. 그 두가지가 다 저 입니다. 


제가 캐나다에 있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온게 아닙니다.

이제껏 제가 벌어놓은 돈을 다 써가며,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친정부모님은 아직도 월세에 사시지만, 일을 하시기에 힘들지만 생활을 꾸려나가실 수는 있습니다. 저와 제 주변가정환경이 그렇다보니, 아이가 심적으로 위축이 되고, 친구도 없고 왕따비슷한 입장이었어요. 자살위험군에 들어있어 상담도 필요한 상태였었구요. 심리상담을 통해 아이가 달라질수도 있지만, 청소년기는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상처가 되더라구요. 이곳에 오고나서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사춘기도 자연스럽게 지나갔구요. 어떻게 그런 부모님을 나두고 외국으로 갈 수가 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부모님은 두분이 의지하고 계신거고, 남동생 내외도 있지만, 저는 저 혼자 제 자식을 책임을 져야 하기에 나오는 길을 택했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하니, 최저임금만 간신히 받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한국에서도 했던 일이고, 한국에서도 큰돈을 버는 일은 아닌지라 그럭저럭 만족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대학을 가겠다고 할 때쯤에는 어찌해야 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 무일푼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막막한 시간도 살아왔기에 그때되면 또다른 길을 만들어가며 살지 않을까 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대책없음'과 '대책을 세울 수 없음'은 다르기에, 지금도 도서관에 앉아 있습니다. 일단 영어가 되어야 돈도 더 벌 수 있고, 영주권의 길도 가까워지니까요. 


삶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과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 선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은 던져버리고 지워버리세요. 님께서 컨트롤 하실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세요. 이 말은 제게 하는 말과도 같습니다. 간단히 쓰고자 했던 글이 길어졌네요. 결혼과 이혼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내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선택이구요. 그 일로 님의 인생과 삶이 흔들리고, 흔들거릴 수는 있어도 뿌리가 뽑히게 놔두지는 마세요. 본인도 아시다시피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고 성취하셨네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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