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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3일 14시 00분 등록
안녕하세요
단풍도 은행도 익어 떨어져가는 가을입니다
가을을 타는지 진로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감정이 날카로워지네요

긴 글이지만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저는 지금 졸업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을 총동원해

제 적성, 흥미, 성격, 현실적 상황 모든것을 고려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저는 어릴때 스스로 영어, 한문, 일어 등 언어, 사회 과목을 공부했고 음악으로 유학 권유를 받았으며,

책을 매우 가까이 하고 놀이터에서 몇시간씩이고 열심히 놀던 학생이었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도서관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서 영화, 책을 보던 철없는 시절을 보내다

어떤 계기로 중1때 반강제적으로 인도 지방으로 유학가게 되었습니다.

문화 차이, 외로움 등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귀국, 이후 가정사로 방황했구요.

고2때가 되서야 공부에 빠져들었고, 지금 대학에 이 전공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취업과 관련된 과로 마음을 돌렸고

개 중 제 성향(공감능력,언어능력,문화포용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의료 관광,행정분야로 진로를 설정했습니다.



긴가민가한 상태였지만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너무 바삐 대학교 생활을 하다

3학년 초 카자흐스탄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그 때부터 진로 고민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사회적기업 관련된 센터에서 짧게 인턴도 해보고, 운동 동아리, 봉사활동, 1달 배낭여행, 아르바이트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항상 공허했었어요.

팀프로젝트를 하면 상대방의 풍부한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서 전략같은 과목은 재밌었지만,

주로 들었던 마케팅 관련 수업은 너무 아이디어 위주로 말로만 하는 학문같았고,

원하는 기획, 인사는 신입을 안뽑고(해당 산업과 해당 기업을 모르면 이 업무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재무, 회계를 배워 사무실에 앉아 숫자만 보는 업무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별나게 활동적이어서..(산타고 검도대회 나가서 상타고 인도에서 혼자 배낭여행하고 히치하이킹하고..)

부모님이 모두 영업직이시고 사람을 만나는게 좋아서 영업을 하고 싶었는데 보류 중이구요..



그렇게 경영에 흥미가 떨어지고 나서 고민하다 러시아어를 복수전공 신청했는데

어릴때와 달리 앉아서 단순히 언어만 외우는 과정이 점점 지루하더라구요.

저는 영어 외의 언어는 모두 해당 국가 길거리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지라..

마치 죽어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때 아 언어는 내가 어릴때부터 좋아해서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서 언어 공부하는 걸 잘하게 된거지,

그저 나의 취미이고, 언어는 수단이고 내 본업은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3학년 말 의료관광 마케팅 인턴을 하였는데

맡은 업무가 생각보다 더 체계가 없음에도 의료라는 전문적인 벽과 요구되는 언어 능력은 높고,

국내 의료법 문제로 산업 자체가 수동적이고 한정적이며, 이미지가 부풀려진 느낌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나니 저는

'산업이 어느정도 성숙되어 여러 기회가 많고, 실용적이고, 업무가 체계적이어서 결과가 눈에 보이고,

현장에서 협업해서 일하고, 적당히 사람과 거리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는 일'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젠 돈을 많이 벌고의 문제가 아니구요.. (제가 mbti에서 infp이 나오는데 정말 검사결과가 많이 공감가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을 싹 비우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까 고민하다가

학교에 공대가 있어 전자공학과를 선택했어요. 기술직이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가 수학도 잼병, 물리도 아예 중학교 수준이라

생각보다 더 이 분야에서 큰 그림, 작은 그림도 안 그려지네요

수업도 못 따라가고 과제도 제출 겨우겨우하고 중간고사도 너무 많이 망했습니다. 학점을 보존 해야할 판에..



특히 너무나도 많은 공부양을 1년 반 졸업 전까지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그렇게 졸업해서 이도저도 아닌 저를 누가 써주겠냐는 불안감에 많이 무너져내려요.

공부가 어려운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소화하는게 힘드네요

이렇게 기초가 없는데 어찌어찌해서 거의 외우다시피 공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불안하고,

그 기초를 보충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맘에 들지 않습니다.

다음 4-2학기에 중요한 과목 6개를 몰아서 들어야 하고

5-1학기에 나머지 6학점 채우면서 기사를 준비한다는 것이..(기사자격증을 따야 졸업가능합니다)

이도저도 안될까봐 불안합니다.



정리하자면


1) 저에 대한 신뢰감 하락

과거에는 완전 인문쪽이었다가

상경, 인문을 거쳐 이제는 공학을 하고 싶다니 저 스스로도 너무 괴리감이 심해요. 어색하고 ..

수학, 물리도 안했는데..그릇도 작은게 욕심만 많아서 일을 벌리기만 한 것 같구요.

그냥 현재가 맘이 안들어서 비켜가고 싶은건지?
24살이니 이대로 진로를 확정하면 돌리기가 힘든데

스스로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떻게 신뢰감을 회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 복수전공을 하지 않고 수학, 물리 공부 후 해당 과 편입할지 고민(국내대/해외대)

공대 공부를 하는게 너무 빡빡해서 회화 공부할 시간이 전혀 안 나는 게 불만이고..
사회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

가족이 이민을 원하고 있고, 저도 2학년 때부터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서 고민입니다.

최대한 비용이 적게 드는 유럽이나 캐나다 쪽 생각하고 있는데요.

지금 제 영어, 수학 실력으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글이 정말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73.102.2

프로필 이미지
2015.10.26 21:39:12 *.33.165.128
긴 글 속에서 .. 이십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불안과 절망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정말 건강한 젊은 에너지도 함께 느꼈습니다. 얼굴 보며 이야기 하면 좋겠지만 ... 어쩔 수 없이 댓글로 글 남깁니다. 

저는 이 연구소를 설립하신 구본형 선생님을 5년전 (제 나이 30대 후반) 만나서야 시작했던 고민입니다. 님께서는 20대 한복판에서 시작하셨네요.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요? 무엇을 하실 때 삶의 기쁨을 느끼셨는지요? 영혼을 바쳐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구본형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A4 20페이지 이상의 분량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는 과제부터 시작하도록 하셨습니다. 또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보라고도 하셨습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시작으로 삼고... 대체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라고 하셨습니다. 열번 스무번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고... 찾은 답을 기록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님께서 쓰신 윗 글을 보면...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고 너무 큰 실망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게 필요할 겁니다. 찾지 못했으니 찾으면 되겠지요. 평생 반복할 ..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이니 시간 넉넉히 두고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될 겁니다. 저 역시 그 작업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기록하십시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기록하십시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읽었고 무엇을 꿈꾸었는지... 무엇에 가슴이 저미도록 아팠는지... 기록하십시오. 남이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내 인생 프로젝트의 데이터 축적은 오직 내 자신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계시군요. 가족과 함께 상의해 보십시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더불어 가족에게 반드시 해야 할 의무를 벗어나려고는 하지 마십시오. 가족이 님에게 원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님이 성장하시는 것일 겁니다. 가족과 함께 나아가셔야 하지만 가족에게 종속되는 삶은 피하십시오.

여러가지 일을 벌리기는 하셨지만 어느 것 하나 똑부러지게 잡지 못하는 현재 모습을 글로 쓰셨습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부터 우선순위를 매셔 보십시오. 잡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 테마들을 작은 종이에 하나씩 써보십시오. 그리고... 한번에 하나씩 버려보십시오. .. 그 과정을 기록하십시오... 마지막까지 남는 테마가 그래도 지금 당신이 에너지를 가장 집중하고픈 테마일 것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그 다음 순위 테마에도 집중해 보십시오. 그래도 여력이 된다면 그 다음 순위 테마도 취해 보십시오... 그러나 상위 3가지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테마라면 ... 과감히 제쳐버리십시오... 과감히 버리거나 후일로 유보하십시오. 님의 인생에 다시 기회가 분명 올 것 입니다.... 

저는 님의 나이에 군대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연 이틀을 꼬박 사단 연병장에서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를 도열하여 연습하였더랬죠. 어느 별달린 장군님의 퇴임식을 준비했습니다. 삼일째에 드디어 본 행사를 하며... 홀로 눈물 흘렸습니다.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결코 내 인생의 하루를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를 반복하며 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님도 분명 좀 더 자유롭게 살고픈 열정덩어리 이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록 ... 지금 이순간 헛되이 살지 않기 위해... 어떤 어떤 테마에 인생의 에너지를 집중할지... 절대 남이 선택해 준 테마가 아닌 ... 힘들더라도 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테마를 붙잡고 ... 긴 호흡으로 집중하시길 빕니다.... 

제가 좋아하는 경구가 있습니다.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님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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