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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님께서 20086231313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울고 싶다면 그대여, 울으세요. 마음 놓고 펑펑 빡빡 고함치며 우세요.

그러고 싶은 날이 많았지만 저는 그런 공간이 별로 없고 혼자 하는 여행 따위에는 수줍거나 겁이 조금 있어서 남이 볼세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거나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저는 가끔 삐약대는 병아리처럼 손바닥을 빠르게 비벼대며 안으로 삼킨 소리를 지르고는 합니다. 손바닥을 비비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기 위한 다짐을 담은 염원이기도 하고 온갖 불순물이나 부조리한 것들을 나도 모르게 떨어 내는 작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표현 하느냐 하면 나도 모르게 생겨난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도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이 버릇을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신념과 힘이 필요할 때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저에게는 아자!!! 하는 화이팅인 것을 이해하여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며 이렇게 하고 난 후 거울을 보며 씽끗 웃기도 한다지요. ㅎㅎ

새엄마에게서 편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부모님을 의심없이 사랑하게 된 것도 나의 뿌리가 튼튼하다고 하는 모조건적 긍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것 맛나는 것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떳떳함을 원했던 것일 테지요.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나를 편히 들어내지 못하고 숨죽여야 했던 것에서 오는 어떤 강박들이 왜 아니 힘겨웠겠는지요. 그런 와중에도 늘 더 나은 꿈을 꾸고 참되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오셨겠지요. 그래서 지금 이마만큼의 성과도 올렸고, 무엇보다 착실히 살아냈고 이 세상의 삶에 동참하고 계시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우리 이미 충분하지요. 다만 더 나은 나를 뛰어넘고 성장시겨나가기가 가끔은 버겁고 힘겨워 속이 타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세상을 좀더 살아보시면 세상 만사가 그리 마음대로 뜻대로만 되지 않는 다는 것도 경험하실 수 있으실 것이고 아마도 이미 이해하여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니 알고 있기에 원하지 않는 삶으로 똑 같이 점철 될지도 모를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엄습하며 우울감이 발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님께서 미쳐 다 쏟아내지 못하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답답함과 울분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냉철히 따져보면 그것이 다 팔자소관이라는 것도 이제는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리라고 봅니다. 자식을 가진 아비가 되었으니까요.

저 역시도 팔자라고 하는 이 말 어려서부터 공연히 무지하게 싫어했고 나중에는 그와 같은 처지가 되어 받아들이지 못해 사실은 오랜 방황을 거듭하다가 이곳에 저를 겨우 들어내며 원래의 나로 혹은 더 나은 나로 바뀌어 가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 입니다. 고지식한 성품에 보수적인데다가 집착 또한 강한 고집쟁이에 지혜롭거나 명석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로나 생각하고 들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것도 부모님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인연이 그렇게 흘러간 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다 저마의 운명과 목적으로 태어나고 살다가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삶이 핑계나 자기 편이로 우선적으로 막무가내 해석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수긍하고 받아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현 상황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먼 훗날에 대한 생각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일 테니까요.

어쨌든 남달리 고달팠다면 몹시 힘겨웠을 그런 시간들 용케도 잘 참아내고 이겨내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애쓰셨어요. 잘했고 또 남은 시간은 우리 편이 되어서 원하는 좋은 그리고 담담한 시간들로 채워줄 수 있을 거에요. 이제는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 어쩌면 더 쉬운 일이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버겁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요. 다만 우리의 지난 시간들이 그저 쓸모없거나 무의미 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고 그것을 돌이켜 약으로나 귀한 경험으로 삶을 수 있는 역량이라면 역량 그런 것 모두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그게 바로 힘겨운 대목 이기도 하겠구요.

지금처럼 살면 되요. 우리가 항상 잘 할 수만은 없지 않나요? 부족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꿈꾸는 것에 비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각이 우리를 더 나은 생각과 힘으로 이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러는 울고 더러는 기뻐 날뛰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이지요. 오늘 그리고 얼마간 침체의 길을 걷게 되더라도 그저 우리가 가야할 인생길 가운데 하나를 체험하며 가는 것일 뿐 그것이 무에 그리 잘못되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면 어쨌거나 삶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가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현상황이 달갑던 달갑지 않던 간에 피하려고 한다고 피해질 수도 없고, 원망한 다고 해서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씻겨지고 지워질 상처가 아니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전적으로 내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헤쳐나갈 비장한 마음을 가다듬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뽀죡한 수가 생겨나겠는지요.

내가 넘고 다듬어 가지 않는 한 행여 좋은 운이 와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도 그것은 한갖 바람과 같은 것, 도저히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미 얼마간은 느껴 살아오셨잖아요. 무엇보다 그렇게 대강 되는 대로 살아왔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을 성품이란 것을 자신이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도대체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절실하게 까부숴야 할 의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애타고 절실할 만큼 서럽고 답답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리고 어쨌거나 혼자서 풀어 나가야할 실마리라는 것이 더욱 간절함 이겠지요.

이렇게 복잡다난한 세상에서 한사람으로 당당히 명명되어 살아나가고자 애쓰는 이유, 어떤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지가 늘 강박적 목표에 선 삶이 아니라,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면서 상황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가령 지금은 조금 침체기 인가보다 혹은 조금 쉬면서 심사숙고 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내가 생각하고 살아온 시간을 잠시 떠나 휴식의 시간을 갖어보면서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 더 나은 내일로 향하고 가족과 일로 더 나은 상황으로 돌아오기 위해 내면의 시간 여행을 할 필요가 있나보다 하고 현 상황의 압박에서 조금 느긋하게 대처해 봄은 어떨지요.

그러나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웬간히 절실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힘든 상황을 내팽겨쳐버리듯 까발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살다보면 흐리고 비오며 바람부는 날도 있다는 것을, 비온 뒤에는 땅이 더 굳어진 다는 옛말을 귀담아 새기며 서서히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침착하게 대처해 보심이 어떨까요?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우선은 중요한 그 일부터 이제까지의 경험만으로 최선을 다해 일단 일이 돌아갈 수 있도록 처리를 해나가십시오.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자신이 헤쳐온 상황들로 말미암아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거나 지속적인 자기 모색의 길에 필요를 느끼시며 더욱 현실을 단단히 직시하고자 한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차근히 모색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때에는 책도 필요하고 스승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더 자기 내면을 향한 깊숙하고 충분한 탐색의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르겠습니다. 님께서 살아온 그 시간은 결코 괜한 시간들이 아닐 것입니다. 당신에게만 허락하고 당신에게만 주어진 삶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와 뜻과 신비가 깃든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비록 상처나 실패로 점철된 시간이었다고 해도 그것으로써 일어서고 못 서고 또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못하고는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나름 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복도 불행도 항상 붙어다니는 동전의 이면과도 같은 것,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그리 의미가 있지 못하며 상처가 없다면 사랑이 그리 감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뜻은 달라 보이고 무척 차이가 나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에 그 모든 경험과 마음을 어떻게 우리가 더 나은 씀씀이로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삶과도 같이 지속적인 흐름일 것입니다. 누구도 아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지금의 저마다의 상황속에 각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자란 생각으로 힘 북돋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모쪼록 이용님의 삶의 길에 한순간이나마 평화와 위안의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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