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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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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8일 22시 50분 등록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3살인 직장인입니다.

이제 직장생활 1년 6개월째입니다.
현재 대기업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구요...

하루, 이틀, 사흘,......한달, 두달......그리고 어느새 한해를 훌쩍 넘기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움크려져 있던
꿈들이 하나씩 되살아 났습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하나씩 계획을 세워 밥먹듯이 하는 야근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회식하고 늦게 와도 눈 부릅뜨고 영어단어 한개라도 더 외울려고
애를 썼었더랬죠. 주말엔 영어학원도 다녔었구요.

그때의 저의 목표는 4년제 영문과로 편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문대 영어과를 졸업했거든요.)
통역,번역관련, 또는 컨벤션기획자가 되고 싶거든요.

그렇게 찬찬히 준비를 했었는데,
어느샌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이 많아져 있더군요.

회사를 그만 둘 각오로 부모님께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단번에 안된다고, 그저 안된다고만 하십니다.
지금 나이에 편입해서 언제 졸업하고 취직할거냐고...
편입을 할 가능성이 있기나하냐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말씀 없으셨구요.

어떻게 자식이 더 잘되볼려고 한번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거
보고 솔직히 실망도 많이 하고 기분 안좋았습니다.

파견근무를 하면서 알게모르게 무시도 많이 당하고, 파견직이기에
불공평한 일도 그저 묵묵히 속으로만 감내해가면서
쟁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질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파견직이라는 꼬리표도 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편입을 더 확고히 결심하게 된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이래저래 가족들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고
그걸 지켜봐야 하는 저도 힘들었구요..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다 보니 점점 펜을 놓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책 읽는 시간도 줄어들었구요.
그나마 일정한 수입이 있는 제가 가족들 생활비라도 보태줘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자꾸 저 자신을 힘들게 했습니다.(빚은 안져야겠다는 생각에.)
회사생활도 힘들었구요, 몸과 마음도 지쳐갔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웃고는 있지만 속은 갈기 갈기 찢어집니다...

아버지는 하시던 일마저 잘 안되어서 수입도 일정치 않으시고
어머니도 일거리가 생기면 어떻게든 벌어보실려고 하는데
제 마음이 안편합니다...
오빠는 이런 우리 집안사정을 보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라며
매일같이 말로만 사업구상이 어쩌고..장사를 해보겠다느니..그런 소리만
하는데, 물론 본인 인생인지라 참견 안합니다.

다만, 지금은 제가 짐을 많이 지고 있으니 오빠만이라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덜어줬으면 하는데
입만 열면 부모님 원망만 늘어놓고 있으니 참 할 말 없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으로 딱 한번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었습니다.
아버지...매일 술에 찌들려 사시고...이해는 했으나, 지금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고 할까요.
어미니한테도 그래요. 저한테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게 많으신 것 같아요.
오빠는 저한테 용돈 뜯어낼 궁리만 하는 것 같고.
놀면서 할 건 다하는 오빠 모습 보면서 진짜 10원짜리 한개라도 더 모을려고
밥값 아끼고 차비 아끼고 하는 내 모습이 한순간에 서글퍼져 보이더군요.

도망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번씩...
'나만 왜 이래야 하나.' 싶어서 내 자신이 참 서러웠었어요.

나도 모르게 기억조차 않고 있던 어린시절의 기억들도 문득 문득
생각 날 때 마다 괴로웠었기도 했구요.

어머니께 혼나고 맞았던 기억들과 심지어 오빠한테도 두번 정도
맞은 일이 선명하게 생각나는데..일하다가 울뻔했었습니다.

안좋은 기억들만 자꾸 생각나서...왜 이런가 싶어서 정신과 상담까지
받아볼 생각을 해봤네요,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안든, 물론 계약기간이 끝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지금 회사생활을 계속 하게된다면 우선은
돈이야 모아지겠지요...(그렇다고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은 추어도 없구요.)

하지만, 더 중요한건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내 꿈이 뭔지 잊어버릴까봐서 두렵습니다.
'사는게 다 그런거야.'라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제 인생을
합리화 시켜버리고 싶지 않아요.

내 인생 내가 사는건데,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꼭 지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이런 짐들...이젠 내려놓고 싶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족하지만 가족들에겐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 짐들 놓아버려도 괜찮겠죠...?
휴우......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4.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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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6.29 02:39:37 *.108.160.177
정하나님.. 님의 글에서 얼마나 힘드신지가 느껴집니다..
잠깐동안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지 고민해 봤습니다..

님의 글의 흐름대로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편입학도 괜찮겠지요..
그러나 파견직으로서 받는 부당한 대우나 차별에 대한 대응이라면
조금 더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우리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룰에 따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 부당한 룰은 님께서 학부를 졸업하신다고 해도
또 다른 차별로 님을 힘들게 할것입니다..

이 룰을 깨셔야 한다는 점만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님께서
언급하셨듯이 직장을 오래 다니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시라면 더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부모님과 마음을 터놓고 제 진로에 대해서 의논을 드린게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제 나이는 39살입니다..) 그만큼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이성적인 대화가 오가기는 힘듭니다.

그 이유는 그분들은 저희를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우리 부모님들은 당신들의 생각을
조리있게 정감있게 이야기하는데 서툰 세대입니다. 그만큼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 오셨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부모님들은 방법이 서틀지언정 또는 여유가 없을
지언정 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분들도 님의 힘든 상황을
도울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고 계실겁니다. 그것만 믿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꿈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결코 나이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꿈을 결코 일상의 피곤으로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님이 꿈을 꾸는 한, 단 한 사람의 친구라도(저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겠지요) 님의 꿈을 지지해 주는 한 그 꿈은 살아 있습니다.

님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투자 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걱정
일랑 한강물에 확 던져 버리시고 님을 미치도록 즐겁게 하는 일에
몰두 하십시오. 님이 즐겁지 않으면 님의 부모님도 오빠도 즐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도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있게
자신을 즐겁게 하는데 'Just Do It' 하십시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올린 것처럼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미래의 친구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시고
함께 호흡하십시오. 분명 힘이 될 것입니다.

원잭도 기회와 인연이 닿는한 님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겠습니다.
힘내시구.. 원잭의 넘치는 기운 한 보따리 보내 드립니다..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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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즐짱
2006.06.29 03:12:55 *.47.85.166
하고 싶은 게 있다니! 그것도 23살에!

하나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두 님 나이 때에는 학교만 다녔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고 지냈지요. 그런데 하물며 23살에 하고 싶은 걸 발견하다니. 님은 분명히 운이 좋은 사람일 거에요.

글을 읽으니까 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돼요. 저도 만약에 님 상황이었다면 당장에 모든 짐 훌훌 털어버리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현실이란 녀석이 앞을 턱하니 가로막고 있네요.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하,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요. 굳이 꿈과 현실이란 녀석을 분리해서 모순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 말이에요. 이 둘 사이를 좀 더 유기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요.

아, 헛소리가 길었네요.

님의 경우에는 우선 이 점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님이 하고 싶은 게 만약에 대학을 나와야 할 수 있거나, 꿈을 이룰 수 있는데 수월하다면 대학을 가야겠지요. 그럼 이렇게 부모님과 약속을 하는 거에요. 대학을 합격하면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게 도와달라구요. 그럼 부모님두 어찌하실 수 없을 거에요.

그럼 지금 시점에서 님이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로 정해졌네요. 하나는 직장과 병행하면서 어렵사리 수험공부를 하는 거구, 다른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훨훨 나는 기분으로 수험공부를 하는 거지요. 이건 님이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네요. 어느 쪽이 좋을까?

갑자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떠오르네요. 거기선 여주인공이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꿈 때문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거야"란 멋진 대사도 나오죠. 님두 뭘 하든 그렇게 멋지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아, 복잡해졌네요! 쉽게 생각하죠. 저나 님이나.

우선은 부모님께 큰소리치세요. 난 내 꿈을 위해서 살거라구.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오늘부터 당장 편입공부를 다시 시작을 하는 거에요. 정말 열심히. 그리고 수험공부의 진척에 따라서 직장의 병행 여부를 결정하는 거에요. 사람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정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더라구요. 그리고 합격을 하는 거에요.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대학 생활을 보내는 거구요. 그럼 이미 꿈은 님 가까이에 와 있겠죠.

이 외에 나머진 님에게 다른 이름의 과제나 짐으로 주어질 거에요. 아무튼 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니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이 되었으면 해요. ^^

(헐, 쓰다보니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되었네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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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2006.07.19 23:33:20 *.190.53.116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다르고 또한 그 무게가 같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1년이면 해결할 일이 내겐 몇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 자체를 거부하고 단절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꿈만을 생각하며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우선 님의 상황을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이나 호의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모색해보시길 바랍니다. 통/번역은 물론 컨밴션기획에선 그런 능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님이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단지 그 일을 잘한다는 평가만으로는 번영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 사람을 달고 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최소한 우호적인 사람으로 자리잡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가족의 상황을 자신에게 동의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샘이니까요. 비록 가족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의미있는 실패입니다. 님보다 말랑말랑한 상황에서 통/번역분야로 진출한 사람보다 먼저 실패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샘이니까요.
먼저 실패해 본다는 것은 먼저 교훈은 얻고 먼저 노하루를 갖게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님이 기억해야 할 것!
그리고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단지 이것 한가지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내 꿈이 뭔지 잊어버릴까봐서 두렵습니다.
사는게 다 그런거야.라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제 인
을 합리화 시켜버리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펜을 놓지는 마십시요.
조금 더디더라도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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