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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2일 13시 45분 등록

이 말을 적고나니 내가 무슨 소릴 쓴건가 스스로 놀랐습니다만
솔직한 심정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저는 3년 전, 소위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때부터 구본형 선생님의 책들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저는 뒤도 안돌아보고 일본 유학을 떠났습니다.

일본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지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난 12월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자란 공부는 한국에서라도 계속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잘 알 수 없었던,

부모님의 늙어버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점점 약해집니다.

늦게 태어난 자식이라 제가 3년 전 서른 살의 나이로 회사를 그만둘 때도

저희 부모님은 이미 칠순과 예순살을 넘기신 나이셨지만

당시에는 내 꿈을 펼치겠다는 욕망이 너무 큰 나머지 연로하신 부모님의 형편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내가 부모님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다는 반발심이 더 크게 작용했던거 같습니다..


부모님은 당신들 걱정은 말고 하고싶은 일 열심히 해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칠순이 넘어서도 밤샘근무를 나가시는 아버지와 새벽과 저녁으로 일을 나가시는 어머니를 보자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말씀으로는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셔도

이전에 회사 다니던 시절이 많이 아쉬우신지 (그 때는 주변의 부러움도 많이 샀다고 하시더라구요...)

자나가는 말로 자식 대학원까지 공부시켜놨으니 호강 좀 할 줄 알았는데...라던가

우리한테는 자식밖에 없는데...라는 말씀을 들으면 정말 가슴을 꽉꽉 쥐어짜는 듯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는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시기까지 하니 겁이 덜컥 나서

내가 꿈을 이루기도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려는 일은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영화만드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다 이대로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다니던 시절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고 있기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제게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정말 온갖 고생을 모두 겪어오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은 결코 잊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가족이 짐처럼 느껴진다는 불온한 생각이 저를 더욱 괴롭게 만듭니다..


좋은 책들에서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짊어져야 할 부모님에 대한 죄의식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자식으로써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면 그것 또한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책감과 아쉬움,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저울로 재볼 수도 없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저는 이도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과연, 후회없는 선택, 후회없는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255.24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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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5:37:20 *.217.181.59

저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다큐, 영화제작을 하는 회사(인디컴)에서 일을 하다 2002년도에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은 도쿄에서 IT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고민했던 부분이 몇 가지 겹치길래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우선 자식의 도리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식의 도리는 이름대면 알만한 회사에 다니며 꼬박꼬박 용돈 드리는 것 이상의 것입니다. 본인의 삶에 충실한 것이 우선입니다.

자식의 도리에 있어 으뜸은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 대부분은 전쟁을 겪었고 보릿고개를 겪으며 평생 어렵게 사셨기에 상대적으로 자식만큼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그렇다고 자식이 꿈을 버리고 자신들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기를 바라시진 않을 것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님이 이미 본인이 하려는 일(영화 만드는 일)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부분입니다.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하는 초기의 인식으로 인해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성취하겠다고 하는 목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세상 어떤 일도 성공을 보장받은 일은 없습니다.

영화업계가 타업계에 비해 경제적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은 아실 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공부를 거쳐 뛰어드는 것은 님이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경제적 대우 이상의 것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대우 이상의 기준이 실현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 기준의 실현을 위해 님이 하루하루 매진해 나아가는 것, 그 가운데 기뻐하신다면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다큐와 영화제작을 체험했던 경험이 그 후에 다른 일을 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되었고, 비록 당시에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당시를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영화 만들기를 업으로 삼았을 때,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생각하기에 앞서 님이 앞으로 꾸려나갈 가정의 경제적 안정은 많이 어려울 것입니다.

결혼 자체를 회피하게 되기도 하고, 결혼 후에는 부부간 갈등의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생기면 님께서는 부모의 도리를 고민하시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회없는 선택, 후회없는 인생에 대해 물으셨는데, 님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며 살기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제 경우에는 늘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고 굳게 믿으며 삽니다.

주변에선 무모하다고 할 때도 있지만 결국 선택의 결과는 본인이 온몸으로 받아안는 것인데, 남들의 충고를 충고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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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2012.01.30 21:55:22 *.255.238.152
소중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 일을 선택하면서 경제적 대우 혹은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제 한 몸 굶지 않고 살 정도는 해낼 자신도 있었고, 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좀 못먹어도 그걸로 만족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제 뒤에는 더이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부모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 둘 당시에는 내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이미 가장의 노릇을 해야했던 저의 현실적 처지까지는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물론, 부모님이 당신들 뒷바라지만 하기를 바라지 않으시다는 것은 잘 압니다. 언제나 제가 잘 되고 행복하기를 바라시지요. 다만 그러자니 고생하는 부모님을 외면해야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어 괴로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신 뒤에 제가 괴연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죄책감을 털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부양하자니 어렵게 도전한 길을 포기해야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그 와중에 부모님을 짐으로 여기는 생각, 부모님이 안계셨더라면...이라는 무서운 생각까지 드니 점점 마음이 무거워질 따름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 돌아가신 뒤에 혹은 제 꿈을 포기한 뒤에도 과연 후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그저 나약한 저 자신을 탓하게만 됩니다... (이상하게 단락 구분이 안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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