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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일 01시 33분 등록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볼 때마다 힘을 얻곤 하는 33세 미혼 청년입니다.

저의 성격과 커리어 문제로 조언을 좀 얻고자 합니다.

성격 문제로 조언을 부탁드릴 정도니까 당연히 내성적인 성격을 얘기하는 겁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을 잘 못 사귀고 집단에 잘 못 끼고 하면서 참 괴롭게 자랐습니다. 모 구체적으로 말씀은 안 드려도 되겠지요.

하지만, 머리는 나쁘지 않은 모양인지 좋은 대학 나오고 괜찮은 직장 다니고 하면서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경영대학원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진학하는데 성공했고요. 아마 제가 말솜씨와 사교성이 보통 사람들 정도만 있었더라도 꽤 성공적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성격이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해서 오해를 사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저를 옆에서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를 좋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성실하고 남들을 잘 care해 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대충 그런 거 같습니다. 제 자신이 성공지향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고요. 사실 안빈낙도, 유유자적하는 삶을 동경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럼에도 대인관계에 고통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냐. 제 나름대로 진단해 본 바로는 언어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기 때문이라 이겁니다. 재미있다는 게 무슨 끊임없이 조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캐주얼한 관심사를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는 basic한 언어감각조차 저한텐 없는 것 같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항상 대화나 집단에서 소외가 되고 그러다보니 저는 그런 자리를 기피하게 되고... 메카니즘에 대충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하기도 당연히 괴롭고요.) 영화 '시카고'에 나오는 cellophan man처럼이요.


하지만..... 제가 조언을 얻고 싶은 이유는 이런 성격을 어떻게 고칠까요.. 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제 나이 33살입니다. 학교, 군대, 회사 등 남들 다 하는 조직생활 다 해 보았고 시도할 것도 다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저의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그 기약없는 노력을 제 나머지 반생까지 짊어지고 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인생을 웬만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살고 싶거든요.



사실 제가 정말 찾고 싶은 해답은 저의 성격에 맞도록 대인관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직업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맞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조직생활의 고통을 무릎쓰고 남들하는 만큼 따라서 할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좋은 대가고 경제학과 나오고 금융회사 가고... 그럴 듯한 삶을 위해 남들이 보통 따라가는 수순을 따라가면서 살아왔거든요. 결과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남들보다도 더 나아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자신은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생활을 싫어하고 잦은 대인관계를 싫어하는 제 성격에 맞지 않게 말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다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저는 성격상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남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정도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옛날에는 그런 것 때문에 우울증 기운도 있고 했었지요. 하지만, 30대가 넘어서고 보니 이젠 계속 그런 숙명같은 스트레스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나고 오히려 내 나름의 행복추구권을 당당하게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지금 저는 MBA에 와 있습니다... 여기는 영어가 어눌하기 까지 하니까 캠퍼스생활을 한다는 것이 차라리 지옥에 가깝네요.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여기 오기 전부터 죽 가져왔었던 질문....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인가 하는 문제가 더 심각하게 저를 괴롭힙니다. 어차피 저의 성격으로는 aggressive한 비즈니스형 인간은 맞지 않는데, 전부터 그래왔듯이 또 다시 옆에 잘 나가는 녀석들처럼 되어 보겠다고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주위에 있는 학생들도 다 나랑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얼굴에 나 똑똑하다고 써 놓고 다니는 사람들 뿐이고... 한 마디로 이건 도저히 나한테 맞지 않는 길이다 라는 생각이 절절하게 드는 겁니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MBA를 준비할 때에는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기에 그것만 생각하고 공부하는 거가 나름대로 행복했었고요. 장학금도 받고 자신에 대해 자신감도 생기고 주변에서도 부러워하고... 지금 돌아보면 꿈을 한 편 꾼 것 같기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막상 되고 보니 역시 이건 저한테는 죽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껏 저한테 안 맞는 일을 억지로 해 왔지만, 이건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길의 극치인 것 같습니다. 별로 재미도 없는 회사운영과 조직생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을 위해 이렇게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자꾸만 의구심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9월이라 이제 방금 시작했는데 늦기 전에 어서 빠져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회사도 그만둔지 몇 달 밖에 안 되서 경력에도 별로 누가 되지 않으니까요. (아직도 경력 걱정을 하고 있군요;;) 약간 거리와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있구요.

저의 꿈이 회사 임원이 절대 아니라는 건 분명하고 (오히려 그런 삶을 경멸하지요), 사실 전 레스토랑이나 카페와 같은 inbound형 자영업을 해 보고 싶지요. 조직에서 말빨로 승부하는 일이 아니라, 직접 내가 몬가를 만들어 내고 가꾸고 하는 것 말입니다. 사실 전 그런 일을 하겠다는 의지도 있고 돈도 있습니다만, 가족과 주변의 시선을 뿌리치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MBA까지 가는 녀석이 무슨 터무니없는 생각이냐구... 사실 그게 제일 큰 장애물이지요. 미혼인 저도 이런 것이 가장 무서운데 결혼하신 분들은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할 지 이해가 갑니다.

핵심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꼴이 되어 버렸군요. 원래 산다는 게 그런 것인가 봅니다. 어쨌든 저는 저의 선택을 번복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힘이 되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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