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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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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16일 16시 43분 등록
박지연씨, 안녕하세요?
글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열정과 적극성이네요.
자신의 삶에서 방황이나 회의를 한다는 것은
이전보다 발전하고 싶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소중한 마음이거든요.

저는 생물학과를 2년 다니다 관두고 의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여러가지 분야를 경험해봤고 현재는 PI(Personal Identity)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으로는 이미지컨설턴트라고들 하지요.

지연씨가 의상학과를 전공으로 했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듣는 편이라면 이전의 경력을 더욱 심화해서 전문가에 접어드는 것은 어떨까요? 영어는 굳이 따로 대학에 매이려고 하기보단 출퇴근시간을 활용해보시구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주위 친구랑 단순비교하면서 젊음에 핑계무덤이나 쌓으려 마시고 솔직한 현상황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하고, 어떤 현장이든 직접 부딪혀 체험해보세요. 학교나 학벌이라는 울타리가 님을 보호해줄 거란 추측은 환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기존에 써둔 글이 있어 덧붙여봅니다.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아 보이시는데 진지한 생각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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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Identity in Cinema – 본 아이덴터티(The Bourne Identity)

덕 리만 감독, 맷 제이먼, 프랑카 포텐테 주연, 2002년 작
원작소설: 로버트 러들럼
홈페이지 http://www.thebourneidentity.com/

우선 이 영화는 두뇌 플레이를 해야 하는 스파이 영화다. 스파이라면 으레 신분을 숨겨야 하며, 부여받은 임무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럴 수가?… 스파이가 자신의 정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임무도 아닌 자기의 생존을 위해 난관을 풀어가는 특이한 스타일을 택했다. 제목부터 정체성을 드러내고 찾아가는 이 영화를 통해 실제 My Identity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줄거리
고깃배를 타고 지중해를 지나는 이탈리아 어부들이 잠수복을 입은 채 의식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한 남자(맷 데이먼)를 구조한다. 의식을 찾은 남자는 기억은 되찾지 못해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에 대한 단서라곤 등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다는 것과 엉덩이 피부 속에 숨겨져 있는 스위스 은행의 계좌번호가 적힌 캡슐.

자신의 정체를 알기 위해 스위스로 향한 그는 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자신의 소지품을 통해 자신이 파리에서 ‘제이슨 본(Jason Bourne)’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음을 알게 되지만 여러 개의 국적과 가명으로 만들어진 여권들을 발견하고 더욱 혼란에 빠진다. 비밀리에 추격당하는 처지가 된 본은 경찰을 피신하는 도중 미대사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마리’(프랑카 포텐테)라는 여성과 동행하며 수수께끼 같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Bourne’s Identity
항구에 도착한 뒤 행선지로 잡은 곳은 바로 자신의 은행계좌가 있는 취리히. TGV를 타고 도착한 시각은 어두운 저녁, 머물 곳이 없는 그는 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한다. 그때 순찰 나온 경찰을 피해 ‘본능적인 방어를 하다가 총기를 잘 다룬다’는 점을 알게 된다.

다음날 은행에서 발견한 비밀계좌 사물함을 통해 여권에 적힌 이름이 제이슨 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다른 6개의 여권에 적힌 이름을 보고는 혼란에 사로잡힌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여러 개의 가면(페르소나)으로 변신과 적응을 하더라도 가면을 벗을 때 남게 되는 정체는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름과 가면은 상대방을 혼란케 할 수 있지만 스스로도 혼돈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진실을 알고자 할 때 정보의 과잉은 혼란에 부채질을 더할 뿐이다.

미대사관에서 우연히 얼굴을 익히게 된 마리라는 여자와 파리까지 동행을 하는 과정에서 정체에 대한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잠시 들른 휴게실에서 본은 마리에게 자신의 예리한 관찰력에 대한 놀라움을 토로한다. ‘밖에 세워진 많은 자동차 번호판을 외우고, 웨이트리스가 왼손잡이라는 점, 혼자서 음식을 먹는 남자의 몸무게를 추측해낸다’는 범상치 않음이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난 내 자신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것을 알 수 있죠?”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한 정보에 대해 의도적인 관심을 가져야 구분해 낼 수 있을 텐데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정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보로 인식한다는 점으로 인해 기억을 잃기 이전에 무슨 일을 했던 사람인지 궁금함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여권에 표시된 파리 주소를 통해 도착한 집에서 그를 뒤쫓아 온 숙련된 킬러에게 급습을 당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드리우는 ‘위험을 본능적인 직감으로 감지’해낸다. 그뿐 아니라 방어와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육체단련과 스파이훈련을 받은 실력’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능처럼 학습된 뛰어난 자질은 짧지 않은 기간을 통해 체득했음을 엿볼 수 있다.

본은 CIA에 소속된 ‘테드’라는 자가 자신을 제거하려 했음을 마침내 알게 되어 신분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한다. 테드의 말에 따르면 ‘비밀첩보요원(제이슨 본의 정체)’은 삼천만 달러짜리 무기이며, 이미 개인이 아닌 미 연방정부의 소유 재산으로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다고 한다. 본은 “이런 일을 그만 두고 싶어”라고 호소해보지만 테드는 “네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냐”라고 일축한다.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없는 자괴감이란…

처음 어부들에게 발견되어 고깃배에서 지내던 2주 동안 본은 거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넌 내가 누군지 아니? 난 모르겠어(I don’t know who I am).” 그렇다, 항상 고민의 시작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면 누구나 무기력해지기 쉽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할 수도 없으며 생산적인 행동을 하기도 어렵다. 개인에게 있어 정체성은 점진적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누구인지 현재의 모습을 파악해야 성장을 위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더라도 시발점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면 시작 자체가 어렵게 된다.

선천적인 본성을 비롯해 적성이나 흥미, 성격, 가치관의 차이점을 인식하여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하려면 제이슨 본과 비슷한 과정을 겪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신체가 이끄는 대로 반응’ 해보는 것! 머리 속으로 지레짐작하거나 입에 발린 이론을 우선에 두기보다는 매사에 부딪쳐서 경험해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들 대부분은 두뇌로 재단하고 계산한 뒤 도전하기보단 쉽사리 몸을 사리고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앉은 자리에서의 고민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타인의 사례는 참고사항일 뿐 자신의 경우와 동일시하는 실수는 삼가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내 편일 뿐이야(I’m only on my side now).” 타인의 의도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살거나 하수인처럼 명령을 좇아 움직여야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고민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자기실현에 대한 추구’는 타인에 의지해온 삶을 벗어나도록 끊임없이 괴롭히거나 자유를 갈구하게 하는 동기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세태를 여유롭게 관조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할 때 삶의 주인이 되어 있는 믿음직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영화를 감상하며 각자에게 다가오는 키워드는 서로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 정체성과 관련하여 잠시 자신을 돌이켜보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1.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련의 선택과 결정 상황에 놓이게 되면 기준으로 삼는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2. 주위에서 칭찬을 받았거나 남과 차별화시켜 스스로 칭찬하고픈 특성은 과연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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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04.11.17 14:10:12 *.190.172.244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고 원하시는 일 이루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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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2004.11.22 14:41:24 *.219.188.60
모자란 글을 좋은 해석으로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님께서도 따뜻한 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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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숙
2004.11.28 18:39:49 *.29.127.220
오늘 처음 왔습니다. 좋은 글로 답변을 대신 하셨네요. 소장님의 책을 사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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