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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5일 09시 35분 등록

난 책을 사서 읽는 편입니다. 줄도 치고 접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책 읽는 법의 차이지요. 좋은 책은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아요. 그리운 사람 만나 듯 다시 보게 되지요. 그때 내 손때가 묻어 있으면 반가워요. 그게 내가 내 책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내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과 장소와 상황도 중요해 보여요, 책은 친구 같은 것이라 곁에 두고 원할 때 만나면 좋지요.

1차 정리한 것은 첫번째 인상에 불과 합니다. 자주 들여다 보다 보면 다른 얼굴들도 보여요. 책의 행간을 읽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번 읽다보면 그 진의를 더 잘 알게 되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콤마와 행간과 토씨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살아나는 편지들은 개인적 사유물 중의 사유물이지요. 그게 내 생각입니다.

책은 출판사가 마구 뿌린 홍보전단과 인쇄물은 아니지요. 그것은 저자와의 만남이며,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책을 다시 한 권 개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어떤 책이 독자의 정신 세계 속에서 다시 쓰여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만남의 순간과 눈짓과 설전과 공감이 공존하는 커피집이나 술집 같은 곳이지요. 거기엔 자신만의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있단 말이지요.

난 내 책을 다시 보면, 그 페이지 속의 어떤 부분에 줄을 쳐 놓았던 그때의 내 마음과 만나요. 그리고 어떤 때는 이렇게 멋진 생각에 줄을 치지 않고 그냥 지나갔던 경솔함을 탓하기도 하지요. 마치 떠나간 여인이 왜 떠나는 이유를 말하려 하지 않았는 지를 나중에 알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스승의 말을 후에 시간이 많이 지나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있구요.

난 내 책이 좋아요. 그러나 도서관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들을 보는 것도 싫지 않습니다. 아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좋은 책만 사는 것이지요. 삶이 만일 합리적이기만 한 것이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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