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 구본형
  • 조회 수 181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4년 5월 15일 09시 35분 등록

난 책을 사서 읽는 편입니다. 줄도 치고 접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책 읽는 법의 차이지요. 좋은 책은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아요. 그리운 사람 만나 듯 다시 보게 되지요. 그때 내 손때가 묻어 있으면 반가워요. 그게 내가 내 책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내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과 장소와 상황도 중요해 보여요, 책은 친구 같은 것이라 곁에 두고 원할 때 만나면 좋지요.

1차 정리한 것은 첫번째 인상에 불과 합니다. 자주 들여다 보다 보면 다른 얼굴들도 보여요. 책의 행간을 읽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번 읽다보면 그 진의를 더 잘 알게 되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콤마와 행간과 토씨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살아나는 편지들은 개인적 사유물 중의 사유물이지요. 그게 내 생각입니다.

책은 출판사가 마구 뿌린 홍보전단과 인쇄물은 아니지요. 그것은 저자와의 만남이며,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책을 다시 한 권 개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어떤 책이 독자의 정신 세계 속에서 다시 쓰여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만남의 순간과 눈짓과 설전과 공감이 공존하는 커피집이나 술집 같은 곳이지요. 거기엔 자신만의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있단 말이지요.

난 내 책을 다시 보면, 그 페이지 속의 어떤 부분에 줄을 쳐 놓았던 그때의 내 마음과 만나요. 그리고 어떤 때는 이렇게 멋진 생각에 줄을 치지 않고 그냥 지나갔던 경솔함을 탓하기도 하지요. 마치 떠나간 여인이 왜 떠나는 이유를 말하려 하지 않았는 지를 나중에 알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스승의 말을 후에 시간이 많이 지나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있구요.

난 내 책이 좋아요. 그러나 도서관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들을 보는 것도 싫지 않습니다. 아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좋은 책만 사는 것이지요. 삶이 만일 합리적이기만 한 것이라면요.
IP *.229.146.8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0 기업에서의 효과적인 변화경영은?[4월12일강연후질문] [1] 김송호 2005.04.14 1570
1509 -->[re]이미 자신의 특성을 알았다면 구본형 2004.03.25 1571
1508 하고싶은일에 대하여...상담/클리닉 정말 필요합니다. 열정남 2004.11.05 1572
1507 -->[re]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구본형 2004.11.28 1572
1506 머리속이 엉망진창 이수현 2003.09.06 1573
1505 상담부탁드립니다. jin 2003.12.07 1573
1504 -->[re]전공에 대하여 구본형 2004.03.02 1573
1503 누군가를 믿는다는게..참.. [2] 김진철 2004.10.11 1573
1502 저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난타라 2005.01.28 1573
1501 정말.. [1] 2005.04.22 1573
1500 -->[re]난 잘 모르겠군요 구본형 2004.04.11 1574
1499 진로상담 조언부탁드립니다. [1] 엄준협 2005.03.25 1574
1498 -->[re]그런 시절도 있습니다 구본형 2005.07.23 1574
1497 ---->[re]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결바다 2004.01.26 1575
1496 ---->[re]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미국 나이 스물여덟 2004.07.06 1575
1495 -->[re]아들과 함께 하세요 [2] 구본형 2004.10.18 1575
1494 -->[re]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수도.. 알타리 2003.08.26 1576
1493 제가 고민이 있습니다.. 조나단 2004.03.06 1576
1492 -->[re]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구본형 2004.03.11 1576
1491 방금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읽고... [2] 박상준 2005.12.06 1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