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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일 10시 33분 등록
제 나이 서른 둘.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인데, 직업적으로 볼때에는 나름 성취하며 살아간다고 남들이 봐 줄만큼 살고 있습니다. 학위, 외국 자격증, 또 다른 영역에 대한 공부, 학회활동 등등....하지만, 저는 그게 페르소나의 일부 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잘 나가고 있을때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모호하고, 막연하며, 현실에 대한 책임감 없이 감정대로 부유하고 있는 것을 느낄때면, 남들과 비교해서 오히려 저의 성취가 창피할 지경입니다.
나이도 많고, 속에는 혼란이 가득 차 있지만, 겉보기에는 눈높은 노처녀 내지는 골드미스 정도 일것 같네요.
문제는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 항상 회의가 듭니다.
모든 일이 회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결혼에 대한 회의는 물론이고, 직장생활, 심지어는 긴긴인생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마저도 회의가 듭니다.
출근해서 겉으로는 일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구석진 방안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산이나 강가에 혼자 앉아 마음을 모두 비워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즘은 가벼운 소설 책 위주로만 책을 읽습니다. 무엇인가를 저에게 채워 넣는다는 것이 무의미 하네요.
우울함을 털기위해 운동을 하긴 하는데, 즐겁지는 않구요 .
직장생활도, 그만두고 싶습니다. 사람이 싫습니다. 그들과의 관계들도 싫고,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마저도 싫어지네요. 사람 냄새도 싫고, ...
때로는 정말 앞이 회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님들의 조언은 듣고 싶어서 여기에 장황설을 펼쳤네요..읽어주셔서 감사하고..한 순간이라도 저의 상황을 헤아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IP *.12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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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11.03 11:05:41 *.67.52.196
정말 고독해지면 세상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과의 인연, 친구들, 추억, 내가 했던 일들이....
저는 사람이 좋은데 '안으로'님은 사람이 어려우신 것 같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앞으로 우리나라 조직문화는 더욱 더 나빠집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대강 이런 방향으로 흐르리하 보입니다. 그러니 본인이 적응을 잘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예전에 악기 렌탈업체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가수 홍서범씨가 나와서 한 말씀 하셨는데 '인생, 뭐 별거 없습니다. 재미있게 살면 그만 입니다.' 대강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연장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뭔가 마음이 '찡' 했습니다. 저는 사람의 느낌을 잘 읽습니다.그래서 단순한 말도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때의 제 느낌이 오버일지도 모릅니다. ^^: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 그 자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갈등은 그림자처럼 늘 자신을 따라 다닙니다. 그러니 내가 발딛고 있는 자리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다가가 따뜻한 마음을 내미는 방법이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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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이
2008.11.03 19:40:50 *.160.150.52
저도 사람이 싫습니다.
저도 병원에서 일합니다.
저도 30대 여자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피합니다.
그랬더니 기쁨이 없습니다.

주변을 돌아봅니니다.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행복해 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스스로와, 또는 신과의 소통이 좋은 사람도 행복해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천천히 바꾸어 보려 합니다.
쉬운 사람부터 어려운 사람까지 천천히 마음을 열어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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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
2008.11.11 15:54:38 *.195.34.20
공감이 가네요,

"상실극치"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많은 것을 이루고 나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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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1.12 00:44:53 *.131.127.69
'채워지지 않는 욕망', '산산 조각이 난 꿈'

글을 읽고 생각이 났습니다.
댓글을 달아볼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질문만 늘어날 뿐 이었습니다.
그러고 몇 일이 지났습니다.

'산이 높으니 골짜기도 당연히 깊습니다.'
'많이 이룬다는 것은 많이 잃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두 개의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 사흘 뒤에 죽는다면 남은 사흘동안
님의 머리속에서 무엇이 생각나게 될까요?

답이 그안에 있을 것 같군요.

여기에 올리기 불편하시면 저에게 생각을 보내주시겠습니까? epeekim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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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1.23 22:16:37 *.131.127.69
생떽쥐베리를 좋아한다니 멋지시군요…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생떽쥐베리의 소설책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막에 떨어져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
그런 내용을 기억합니다.

삶이라는 사막 속에서 길을 잃었고, 님께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오늘이라는 모래밭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리시지는 않겠지요?
확신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오아시스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밤 하늘에 총총히 솟아 길을 알리는 별처럼 그 동안 노력해 오신 님의 성과들이 님에게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알려주는 아름다운 별빛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 것들이 오아시스 같은 남은 생의 희망을 찾는 님에게 지혜를 드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님의 탁월한 재능과 범상치 않은 숭고함 같은 생각들은 베품을 통해서 빛이 더욱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건강한 겨울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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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2008.11.17 11:27:37 *.122.170.6
사흘 뒤에 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일단,오늘은 월요일 입니다. 목요일에 죽는다는 건데...^^;;

저도 요즘에는 산이 높아서 골이 깊은 거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참 힘드네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에서 조종사가 비행하면서 느끼는 고독감이 자꾸 생각나요.
넓고 높고,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자연 조건과 싸우면서 비행을 해 내던 ..그 조종사요..

제 인생 언젠가는 다시 볕들날 있겠지요..그게 이 골이 얼마나 깊어야 하는지..또..어떤 계기로 바닥을 치고 나와야 하는지..그 불확실함이 월요일을 더 우울하게 만드네요.

그래도, 님들의 답변 보면서 힘을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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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
2008.11.15 18:54:00 *.124.136.44
사람이 싫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죽이는 전쟁이 계속되온게 '역사적 사실'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냥 사람이 싫다기 보다는
주로 수식의 조건이 있겠지요, 의견차가 있는 등등..
'~~한 사람'이 싫은 결과
그렇게 된 거라 생각됩니다

사람으로써 사회적 동물이므로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얘기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싫은 감정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정도의 미움조차 없는 단절되고 몰개인화된 사회가 요즘 느껴지는 가운데
그나마 그 미움의 감정이 남아 있슴은
조금이라도 '무심'이 아닌 '관심'의 여지가 있기에 가능하다 생각되네요
사람이 싫은 건 전혀 이상한게 아닙니다

그런 불편함의 공존을 인정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몇 자 적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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