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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5일 06시 40분 등록

 

'창조적 진화'라는 말은 내 입맛에 꼭 맞는 말이다. '생의 도약' 이라는 말은 나를 벼룩처럼 뛰게한다. 이 싱싱한 두 개의 단어에는 한 여름의 시든 이파리들 위로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통쾌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젊어서부터 일찌감치 베르그송을 반드시 읽어야할 철학자로 찜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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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이 말하는 창조적인 진화는 다윈의 진화론과는 다르다.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는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된 생물이 왜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뿐, 왜 생물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는지를 밝혀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등동물들은 물질과 환경에 이미 효과적으로 적응했다. 적응이라는 차원에서 따져보면 오히려 고등동물 보다 훨씬 우월하다. 그런데도 성공적인 적응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부담을 안은 채 더 복잡하게 진화해 가고 있다. 도대체 어디로 왜 진화해 가는 것일까 ? 베르그송에 따르면 생명은 타자와의 관계맺음을 통하여 물질의 필연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유와 창조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창조적 진화다. 생명의 약동은 어는 생명체 보다도 인간에게서 가장 성공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다.

 

그는 다시 묻는다. 무엇이 생명으로 하여금 스스로 창조적 진화를 하게 만들었는가 ? 쇼펜하우어는 '생에 대한 맹목적 의지' 가 그렇게 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베르그송은 그가 틀렸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적의에 가득 찬 세상에서 그저 살아남겠다는 발버둥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와 창조성을 실현하려는 우주적 생명의 추동력에 의해 생의 도약이 이루어 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과 우주에 대한 위대한 긍정이다.

 

창조적 진화는 시간적 세계를 가정한다. 진화는 시간과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 시간적 지점에서 다른 시간적 지점으로 한 생명이 이행하는 동안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을 획득하게 될 때 생의 도약은 성공한다. 그리스의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의 유전'을 말한 이래로 시간성의 철학은 부정적이었다. 시간은 소멸과 부재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플라톤 이후 전통철학자들은 시간적 세계는 불완전하다고 이해했다. 철학은 분석의 과정을 거친다. 분석이 가능하려면 분석의 대상이 고정되어 있어야한다. 시간이 없는 곳, 변화와 운동이 없는 곳을 가정해야 영원의 차원에 독립적으로 놓인 이데아가 파악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과 관계맺기를 하며 변화하는 경우는 본질의 순수성이 제대로 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라톤에 기반을 둔 정통철학은 생성보다는 존재, 시간 보다는 영원, 운동 보다는 부동성에 우위를 둔 정적인 본질주의 형이상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영원과 정지 상태는 가상의 상태일 뿐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매 순간 운동한다. 세슘원자는 1 초 동안 대략 92억 번을 진동한다. 베르그송의 철학은 여기서 시작한다. 타자와의 끊임없는 관계맺음 속에서 능동적인 자기동일성을 확보함으로써 생명은 창조적으로 진화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실존이 반영된 사유인 것이다. 베르그송에 의해서 비로소 시간은 생성과 충만 그리고 창조의 차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생명의 약동에서 사랑의 약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베르그송 연구가로 유명한 안켈레비치는 베르그송 사상을 '이 아침의 환희, 이 저녁의 환희'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아침의 환희는 생성의 환희다. 저녁의 환희는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곳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전제로 한 죽음이다. 썩어 짐으로 수많은 다른 생명을 잉태하게 되는 밀알 하나의 창조적 죽음을 의미한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육체가 죽기 전에 정신적으로 수많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새로운 인간으로 성장한다. 인류로서의 인간의 기나긴 역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생의 도약'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1941년, 인류는 이미 세계대전을 한 번 치루고 또 하나의 전쟁 중에 신음할 때 베르그송은 죽었다. 시인 폴 발레리는 '사유하는 최후의 인간 중의 한 사람'이 죽었다고 슬퍼했다.

 

"사람들이 점점 덜 생각하고 점점 덜 성찰하는 시대, 문명은 부와 풍요를 기억하지만, ㄱ난과 공포를 비롯한 모든 억압이 정신의 노력을 꺾어 버리고 좌절시키는 시대, 베르그송은 생각하는 인간의 높고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하고, 깊이 있고, 탁월한 사유를 하는 최후의 인간 중에 하나일 것이다"

IP *.160.3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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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6 05:49:38 *.116.142.123

관계맺음 속에서 생명이 창조적으로 진화한다는 베르그송의 사유가 가슴에 부딪힙니다. 

같은 가을이지만, 또 다른 가을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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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4 22:02:35 *.68.172.4

다윈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서, 창조적 진화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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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2 18:45:05 *.212.217.154

베르그송. 프랑스의 철학자. 창조적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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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11:09:38 *.212.217.154

아, 철학은 참 난해한 것이네요.


그 어려움은 뒤로 하고,


사는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철학이라는 말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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