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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7일 05시 27분 등록

 

 한 사람은 자신의 주군을 위해 죽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주군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해 살아남았다. 주군의 죽음이라는 한 사건을 두고 다른 선택을 한 두 사람 중 누가 더 옳은 일을 한 것일까 ? 후대의 식견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 주군을 위해 죽은 사람은 살아남는 것 보다 훌륭하고, 나라를 위해 살아남은 사람은 죽은 것 보다 훌륭하다" 어떻게 두 가지 상반된 일이 모두 다 훌륭한 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

 

제나라의 양공이 죽자 그동안 피신해 있었던 두 사람의 공자가 서로 계승권을 다투게 되었다. 포숙은 공자 소백을 모시고 있었고 관중과 소홀은 공자 규를 지원하고 있었다. 두 공자 사이에 싸움이 붙었는데, 결국 소백이 이겨 제나라의 환공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환공은 라이벌이자 자신의 형인 공자 규를 죽게 하고 그를 도왔던 가신인 관중과 소홀의 처리 문제를 포숙에게 물었다. 그러자 포숙이 말했다.

 

" 옛날 저는 선친의 명령으로 주군의 후견인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주군이 셋째 아들이어서 군주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저는 병을 칭하고 이 명을 거절하려 하였습니다. 그때 관중이 제게 말하기를 주군의 도량이 크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게 될 때 안정을 찾게 할 분은 오직 주군뿐이라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주군을 보필하게 된 것입니다. 패자(覇者)가 되어 이름을 떨치시려면 반드시 관중을 얻어야 합니다. 그를 불러 쓰십시오"

 

환공은 관중과 소홀을 불러 높이 쓰려하였다. 관중과 소홀은 서로 이 일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이때 소홀이 말했다.

"나는 죽은 주군 규를 위해 따라 죽을 것이다. 그러면 규 공자는 죽음으로 자신을 따른 신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살아남아 제나라를 패자로 만들어라. 그러면 규공자는 나라를 번성시키기 위해 살아남은 능력있는 신하를 가진 셈이 된다. 나는 죽어서 의를 지킬 것이고, 그대는 살아서 명성을 지키도록 해라.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고, 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죽어야만 한다. 서로 자기의 분수에 맞게 죽고 살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홀은 공자 규를 위하여 스스로 자결하였고, 관중은 제나라를 위하여 등용되어 제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한 사람의 충성은 한 개인을 위한 충성이었고 또 한 사람의 충성은 자신이 속한 나라를 위한 충성이었다.

 

 

학생이었던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 감동이 오래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나는 한 사안에 대한 옳은 정답은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답을 찾는 것, 그것이 학교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정답찾기'에 온 마음을 빼앗겼던 나에게 두 개의 상반된 태도가 모두 훌륭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 바로 소홀과 관중의 이 야기였다.

 

문제는 소홀과 관중의 태도가 뒤바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만일 소홀이 살아 남고 관중이 죽었다면 그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관중이 죽었다면 제 환공은 패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관중이라는 이름은 사라졌을 것이고 그가 한 모든 행적은 인류의 유산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소홀이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아마 그는 커다란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재능과 그릇이 다른 사람이었다. 다행이 그들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처신했다. 소홀은 살아남아도 나라를 위해 크게 쓰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죽은 주군을 따라 죽음으로써 의리를 지켜 향기로운 처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중의 경우는 소절(小節)을 지켜 자신을 죽이는 것이 나라를 위해 큰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볍게 처신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홀의 죽음은 삶보다 훌륭하고 관중의 삶의 죽음 보다 훌륭하다는 평가에 나는 깊이 동의한다.

 

 

이제 우리들 자신에게로 돌아와 보자. 한 가지 중요한 일이 회사에 생겼다고 하자. 그 일에 대한 처리를 놓고 설왕설래할 것이다. 의견이 다르면 서로 고함을 지르고 싸울 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의견을 통일하여 하나의 합의에 이르려고 할 것이다. 하나의 합의에 이르러 하나의 길로 가야할 때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홀과 관중처럼 자신의 재능과 그릇의 크기를 스스로 평가하여 분수에 맞는 행동을 서로 권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일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의지에 따라 회사를 위해 최선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어 그 역할을 할 때 그것이 최선이 되는 것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창의성을 가지고 여러 아이디어를 내어 회사에 기여하면 된다. 묵묵히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맡은 일을 처리하는데 능한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려는 사람에게 경박하고 일관성이 없는 변덕장이라고 몰아세우고, 반대로 초지일관하는 묵묵한 실행자에게 상황을 모르고 변화를 따르지 않는 미련한 자라고 몰아붙이면 안된다는 말이다. 누구나 그 사람의 장점을 가지고 집단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을 때 그 조직은 최선의 조합을 통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이 어떤 종류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마음 크기를 가지고 있는 그릇인지 열심히 찾고 모색하고 계발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적합한 사회적 기여의 방식을 찾아보자. 한 가지 방법만이 훌륭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최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관용의 인물이며, 각자의 최선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이 훌륭한 조직인 것이다.

 

( 크레텍 책임을 위한 1월 원고 -  중국 최고의 경세가 관중에 대한 2화)

IP *.128.22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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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06:45:46 *.97.72.143

가슴 깊은 감동입니다... .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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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10:41:17 *.139.108.199

누구에게나 나름의 쓰임이 있다.

그 쓰임을 찾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천복이지 않을까?

자신에게 모자른 것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의 장점을 개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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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15:48:42 *.212.217.154

오늘 본 유투브 영상이 생각납니다.


https://youtu.be/iaNl6zKTBfg


영상의 요는

기업의 조직문화는 크게

역할 조직과 위계 조직으로 나뉘는데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역할 조직이,

단순한 일을 위주로 하는 곳은 위계 조직이 알맞다는 이야기 입니다.


모든조직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잘라 구분할 수는 없겠지요,

그 조직의 특성과 비젼,  문화에 알맞게 바뀌어 가야 합니다.


그 과정의 첫번째가 바로

'나'를 아는것이겠지요,

내 조직은 과언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비젼을 향해 나아가는가.

그것을 알아야

어떤 것을 이룰것인지가 결과적으로 나오는 것이

'조직문화'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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