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21941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3년 2월 1일 08시 44분 등록

 

가장 촉망받던 것이 어느 날 버려지고, 가장 앞선 것이 진부화되고, 가장 안전했던 것이 두려운 위험이 되는 시기가 있다. 그때는 유럽의 최서단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까보다 로까 (Cabo da Roca)의 절벽에 서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몸을 숙이도록 몰아치는 바람 앞에서 대서양을 굽어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때다. 한 시인의 말대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섰던 사람들이 바로 '대항해의 시대'에 신대륙을 찾아 금기의 바다 경계선을 넘어 끝까지 나아갔다.

 

도전이란 미지의 삶을 찾아 떠나는 항해와 같다. 도전은 먼저 마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익숙한 세상을 버리고 떠나기 전에 마음 속에서 먼저 일대 정신적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대항해의 시대' 이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바다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그 끝에 짙푸른 폭포가 나타나고 사람도 배도 지옥으로 떨어져 내려 파멸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바다의 끝까지 항해하기 전에 먼저 바다에 대한 새로운 믿음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과 미신의 두려움을 지워내야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새로운 믿음으로 바다의 끝까지 나아가면 다시 돌아 올 수 있기에 마젤란과 콜럼부스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경계를 넘어 아무도 모르는 땅 인도를 찾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 째 단계는 과거의 성공을 버리는 것이다. 그 성공이 요란할수록 그것은 마치 성공의 법칙처럼 고착화되어 숭배된다. 과거의 성공을 만들어 냈던 영웅들이 그 성공의 체험을 우상화함으로써 오만에 빠지게 되는 것을 휴브리스라고 부른다. 인류의 역사뿐 아니라 기업의 역사에도 휴브리스는 영광을 곧잘 파멸로 이끌곤 했다. 한때 무선통신 분야에서 최고였던 노키아는 쇠락하고 애플이 그 영광을 차지했고, 모토롤라는 휴대전화 개발/제조사업부인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생긴지 10여년밖에 되지 않는 구글에게 넘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가장 다이내믹한 영웅들의 치명적 약점은 휴브리스의 덫에 걸려 과거의 성공을 맹신하기 쉽다는 것이다. 도전이란 먼저 마음 속에서 석화된 우상, 즉 휴브리스를 파괴할 때 작동하게 된다.

 

두 번 째 단계는 새로운 정신적 도약을 위해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창조적 오만'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스신화 속에 마르시아스라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인물이 나온다. 그는 피리의 대가인데 더불어 겨룰 자를 찾지 못하자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도전한다. 그 결과는 참담하여 신에 도전하여 패배한 불경의 죄로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껍질이 벗겨지는 벌을 받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엽기적 형벌을 받는 마르시아스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테는 신곡 속에서 이 때의 장면을 이렇게 노래하며 부러워했다.

 

'아폴론이여,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와 마르시아스를

그 사지의 덮개 속에서 벗겨냈을 때처럼

그대의 영감을 내게 불어 넣어 주소서"

 

예술가들에게 도전이란 신의 경지에 도달할 때 까지 늘 새로운 차원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이룬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경지를 원하고 새로운 룰을 원하고 새로운 기대치를 설정해 두었다. 그러므로 땅이 끝나는 곳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일대 혁신을 이루어 낸 대항해의 시대 영웅들처럼 기업 역시 새로운 차원의 비전과 행동 규범을 만들어 내야한다.

 

도전의 세 번째 단계는 실천이다. 지금 있는 곳을 버리고 새로운 갈 곳을 정했으니 각설하고 닻을 올리고 돛을 펼쳐 위험 가득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다. 항해는 끊임없는 투쟁이다. 마르시아스가 껍질이 벗겨지는 산고의 고통을 감내할 때 새로운 창조적 차원에 이를 수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비전은 끈질긴 일상의 매너리즘을 견뎌야하고 외부에서 불어대는 폭우와 바람을 이겨내야한다. 실천이란 매일 물러서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전으로 밝혀진 미래를 향해 매일 거르지 않는 성실함만이 도전을 현실이 되게하는 에너지다. 일단 갈 곳이 생기면 돌아보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 국면에서 도전은 우직한 항로이며 바위같은 의지로 전환된다. 함께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비전으로 나아갈 때 도전은 새로운 차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창조적 진화가 가능해진다

.

누구에게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나 삶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도전은 필요하다. 과거를 숭배하는 사람은 그 영욕과 관계없이 노인일 뿐이다. 도전은 우리를 젊게한다. 온 몸 온 핏줄에 불꽃같은 활력을 품게한다. 지나온 성공을 잊고 새로운 성공을 향해가는 매일의 항해에서 부디 성공하기를.

 

(한국수력원자력을 위한 원고)

 

IP *.128.229.65

프로필 이미지
2013.04.15 07:19:20 *.209.126.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젠 선생님을 글로만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글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5.06.11 15:46:12 *.212.217.154

도전! 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9.08.08 18:24:19 *.212.217.154

실패를 두려워 말고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도전하자.


하고싶은것을 행하는 것이

성공보다도 더 값진것 이기에.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3 나의 서가에 꽂혀있는 책 몇권에 대하여 [10] 구본형 2013.02.02 32660
» 도전하라,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것처럼 [3] 구본형 2013.02.01 21941
601 하나의 사안에 두 개의 훌륭한 답 [3] 구본형 2013.01.17 16684
600 그리스 - 내 마음 밭에서 40년만에 발아한 씨앗 [3] 구본형 2013.01.14 16913
599 진철이의 강이야기에 대하여 [3] 구본형 2013.01.13 13478
598 인생 반전 [9] 구본형 2013.01.08 19322
597 내년에 뭘할까 ? [11] 구본형 2012.12.17 36556
596 크리에이티브 살롱 9 를 열며 file [10] 구본형 2012.12.01 19282
595 가을 여행 file [2] 구본형 2012.11.21 13914
594 이 책, 한 권 file [6] 구본형 2012.10.23 16806
593 사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은 철학하는 것 - 베르그송 file [4] 구본형 2012.09.25 19421
592 삼국유사의 한 장면 - 욱면 이야기 file [5] 구본형 2012.09.21 15533
591 청렴함에 대하여 file [2] 구본형 2012.09.04 15366
590 고전은 불완전한 우리를 찌르는 진실의 창 file [3] 구본형 2012.08.19 17643
589 결정의 법칙 file [8] 구본형 2012.07.19 24211
588 신화와 인생 [4] [1] 구본형 2012.07.09 14725
587 7월, 내 책의 이름, 뭐가 좋을까 ? - 공모 file [81] 구본형 2012.06.17 21374
586 네서스의 셔츠 - 치명적 선물 [2] 구본형 2012.06.15 15508
585 일과 삶 -과도함을 버리고 몰입으로 균형을 찾아간다 file [2] 구본형 2012.06.12 20017
584 녹색 경영- 나눔의 경영학 file [2] 구본형 2012.05.31 14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