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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0일 21시 15분 등록

 
 현인들은 우리에게 극단을 택하면 파멸을 부르게 될 것이라 충고해왔다. 그것은 살아본 자들의 지혜였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중용과 조화는 인류의 미덕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경영에도 예외없이 적용되어 왔다. 성공적인 기업의 차별적 공통점들을 찾아가던 짐 콜린스는 8가지의 성공 요소를 밝혀내는 데, 이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커다란 힘으로 'and 문화' 를 꼽고 있다. 말하자면 위대한 기업은 실질적 이윤을 추구하지만 이윤을 초월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격심한 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만 변함없는 핵심 이념은 종교처럼 신봉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업적을 요구하지만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병행하고, 빈틈없는 일상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지만 철학적이고 비전을 가진 미래를 지향한다. 대극의 가치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쓰게 되는 or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는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우 동양적 가치이기도 한 and 문화가 위대한 기업들의 차별적 공통성이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인 발견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빠름과 느림,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선별적으로 구별해서 적합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스피드의 시대다. 빠름이 각광을 받고 있고, 눈깜짝할 사이에 상황은 전환된다. 무엇이 다가오는데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눈앞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데도 너무 빨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선명하게 자신의 정체를 들어날 때쯤 되면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가 되어 버리는 속도의 특성을 '브링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을 섬광과도 같은 것이다. 눈을 쏘아오는 무수한 빛의 다발처럼 정체 파악이 어렵고 모호하다는 뜻에서 '불명료'로 이해되기도 한다. 모두 고속이 주는 현상이고 특징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이 시대의 생활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패스트푸드들이다. 그것들은 냉동되어 있고 규격에 맞게 반은 조리되어 있다. 순식간에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용되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갈 수 있다. 햄버거는 일과 밥을 통합시켰고, 식당과 회의실을 결합했다. 우리는 어디서나 브라운백 하나를 들고 재빨리 신속하게 어디서나 먹으며 일할 수 있고 회의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스피드의 시대에 딱맞는 효율적인 생활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기름을 채워 넣으면 굴러가는 자동차가 아니듯이 배고픈 창자를 채우면 늘 작동하는 일기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생물체며 패스트푸드로는 절대 유지될 수 없는 육체적 필수 건강 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느긋한 여유와 맛의 음미와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들어진 진짜 요리를 즐기고 싶은 정신적 갈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친환경적이고 그 안에 삶의 질을 담으려는 슬로우푸드의 탄생 배경이다. 슬로우푸드는 패스트푸드라는 트랜드의 반(反)트랜드이며, 하나의 현상이 지배하려는 일방적 세계에 대한 조화와 균형감의 발현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요구하고,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조직내에서 투입과 휴식의 조화를 고려하게 만들었다.

다른 모든 대극적 가치들과 마찬가지로 빠름과 느림 역시 두 가지 방식으로 조화와 균형을 찾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나는 빠름과 느림을 필요에 따라 보완적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활이 갑속에 보관 된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마치 뱀처럼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활의 모습이 아니었다. 활을 쓰지 않을 때는 늘 활줄을 풀어 놓는다. 그리고 활을 쓸 때 활줄을 걸어 팽팽한 장력을 유지한다. 따라서 고대의 가장 빠른 병기인 활의 생명은 쓰지 않을 때 쉬게 해 두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근육의 이완과 같다. 쓸 때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쓰지 않을 때 힘을 빼두어 근육이 늘 부드러운 상태에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늘 굳어 있는 근육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비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빠름과 느림은 대립되는 한 쌍의 가치지만 따로 떼어내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택일의 대상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두 개의 파도처럼 연속적 작용으로 이해해야하며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징성은 '빨라야 할 때는 화살 같아야 하고, 느려야 할 때는 잠자는 곰 같아야'하는 것이다.

이것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해 보기 위해서 몇가지의 실천강령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들어 회사에서 일을 할 때, 하루에 두 세시간 정도는 급하고 중요한 일에 우선적 집중근무모드로 돌입한다. 집중하여 최고의 에너지로 몰아친다. 그리고 이완한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들은 느긋하게 처리하고 맡은 일중에서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일은 일 자체를 음미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맛을 음미하듯, 의무와 책임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천직으로서의 일의 한 조각을 즐겨보는 것이다. 혹은 일주일을 놓고 빠름과 느림을 섞어 본다면 대략 일주일의 업무 일정을 파악하고, 집중업무가 필요한 사안을 주초에 몰아쳐 당기고, 나머지는 시간적 추이에 따라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처리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균형의 방법은 느림과 빠름이라는 대립 요소를 섞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보는 것이다. 철학자인 윌 듀란트는 그의 '철학 이야기'에서 두 개의 대극적 가치들이 만들어 온 미덕들을 멋지게 나열해 두었다. 비밀과 누설 사이에 정직이 있고, 인색과 낭비 사이에 관대가 있고, 무뚝뚝함과 익살이 사이에 즐거움이 있고, 겁과 경솔 사이에 용기가 있고, 비하와 거만 사이에 겸손이 있고, 호전성과 아첨 사이에 우정이 있고, 우유부단과 행동 사이에 극기가 있다. 멋진 비유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조화와 균형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비행동이 아니라 아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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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과 느림 역시 두 개의 대극적 가치들이다. 그 중간 쯤에 존재하는 미덕은 무엇일까 ? 정중동(靜中動)이거나 동중정(動中靜) 쯤 될까 ? 혹은 망중한(忙中閑)일까 ? 그럴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의 언어로 빠름과 느림이라는 딜레마와 패러독스를 섞어 새로운 개념으로 변용시키려고 했던 동양적 가치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느림과 빠름이 만든 새로운 가치를 '시(詩)'라고 불러 본다.   시는 운율을 가지고 있다. 고조와 강약과 장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음악과 같다.  빨리 흐르기도 하고 느리게 흐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속성이고 매력이다. 시는 또한 그 속에 여백을 가짐으로써 펄쩍 도약하고 여운을 가짐으로써 길게 끈다.  표현하되 표현 너머로 뱀처럼 미끄럽게 슬그머니 건너가고,  말하되 침묵을 담아 갑자기 가슴으로 섬광처럼 무찔러 온다.   빠름과 느림 사이에 시가 있는 것을 아닐까 ?   아마 시처럼 삶을 살거나 시처럼 경영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으로서 성공했고, 경영자로서 훌륭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빠름과 느림의 조화를 찾아가는  두 가지 방법,  삼성,  2009년 8월 )

IP *.160.33.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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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9.08.31 06:06:55 *.41.210.201
독창적입니다. 양극단의 빠름과 느림이 시로 연결될줄이야...
빠름과 느림의 어느 한쪽에 관한 생각과 글에 쉽게 빠져드는 우리에게
구본형 선생님의 섞고, 버무리는 융합내지 조화를 견지한 통찰은 큰 울림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칠줄 모르는 선생님의 왕성한 지적 활동과 그 결과물들에 놀라고 또 놀랍니다.
빠름과 느림의 일상 속에서 '나(self)다운'의 균형점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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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블루
2009.08.31 19:44:39 *.10.165.155
항상 선생님 글을 읽을때마다  천천히 호흡합니다.
원래 성격이 급한데 이상하게 호흡이 차분해집니다.
양극단이라...
극단이 주는 장단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집중과 그 나머지의 여백을...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100% 동감합니다.
10분의 여유도 없이 적힌 스케줄과 시간 계획표를 보며 그 스케줄에 질려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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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654
2011.03.07 16:38:29 *.26.72.153
Hua 20110307Just for today I will try to live through this saints super bowl jersey day only and not tackle my whole life problem at once. I can do something for twelve hours that would appall me if I had to keep it up for a colts nfl jerseys lifetime. Just for today I will be happy. This assumes to be true what Abraham Lincoln said, that "Most folks are as happy as they make up their minds to be." Just for authentic nfl jerseys today I will adjust myself to what is, and not try to adjust everything to my own desires. I will take my "luck" as it comes. Just for today I will try to strengthen my mind. I will study peyton manning jersey. I will learn something useful. I will not be a mental loafer. I will read something that requires effort, thought and concentration. Just for today I will exercise my cheap steelers jerseys soul in three ways. I will do somebody a good turn and not get found out: If anybody knows of it, it will not count. I will do at least two things I don't want to do—just for exercise. I will not show cheap nfl jerseys anyone that my feelings are hurt: they may be hurt, but today I will not show it. http://www.pick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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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6 12:20:11 *.212.217.154

시의 다른말이

아름다움이 아닐런지,


아름답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리더가 되어야 하고,

아름다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비지니스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조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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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21:21:25 *.212.217.154

빠를때와 느릴때를 구별할 줄 아는것.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구별하는 장수의 능력과 닿아있겠지요.


시의 운율처럼

춤의 강약처럼

이야기의 흐름 처럼

경영 또한 시대에 맞는 호흡과 리듬으로

그 나름의 속도를 가질때

시처럼 아름다운 조직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런 풍광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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