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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10시 22분 등록

공주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낸다.   답을 맞히지 못하면 죽음이다.   공주는 무모하게 도전하는 이방의 왕자에게 차겁게 말한다.

 

"수수께끼는 세 개, 죽음은 하나"

그러나 공주를 사모하는 왕자는 소리친다.

"수수께끼는 세 개, 생명은 하나"

 

 

공주가 문제를 내었다. 첫 번 째 수수께끼다.

"그것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개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

그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면 죽는다. "

왕자는 대답한다.

"그것은 희망 (La Sprenza)"

 

 

공주가 다시 문제를 내었다. 두 번 째 수수께끼다.

"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고,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며,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그 색은 태양처럼 붉다. "

왕자가 대답한다.

"그것은 피 (Il Sangue)"

 

 

공주가 마지막 문제를 낸다. 세 번째 수수께끼다. 이 낮선 이방인이 이것마자 풀면 공주는 내기에 진다.

"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이것은 그대를 노예로 만들고,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만들면, 그대는 왕이 된다. "

왕자가 대답한다.

"그것은 당신, 투란도투 Turandot "

 

 

이방의 왕자는 공주가 낸 세 가지 수수께끼를 다 풀었다. 공주는 당황한다. 희망의 눈빛으로 타오르듯 자신을 쳐다보는 왕자에게 '모욕적으로 나를 쳐다보지 마라. 나는 너의 소유가 되지 않을 것이니' 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황제는 맹세는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고, 백성들 또한 이에 가세하여 왕자의 승리를 지지한다. 이제 공주는 왕자와의 결혼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내기에 이겨 공주를 억지로 차지하기 보다는 공주의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왕자가 이번에는 수수께끼를 낸다.

'새벽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시오. 알아맞히면 그대의 승리,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죽으리'라고 말한다.

 

공주는 군사들을 시켜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온 밤을 샌다. 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마라' (공주는 잠 못이루고)라는 힘차고 아름다운 아리아가 흐른다. 드디어 왕자를 사모하는 여자 노예 류를 찾아내어,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려 하지만 그녀는 '가슴 속에 감추어 둔 이 사랑'을 노래하며 왕자의 이름을 대지 않고 위병의 단검을 뽑아 자결하고 만다. 그녀의 죽음은 공주를 감동시킨다. 이때 왕자는 공주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기고 격렬하게 키스한다. 공주는 짐짓 화를 내지만, 그녀의 차가운 마음 역시 녹아내린다. 왕자는 자신의 이름이 칼라프라고 알려준다. 드디어 심판의 시간이 왔다. 칼라프 왕자의 생명은 이제 공주의 손으로 넘어갔다. 공주가 여전히 남자를 증오하는 차가운 여인으로 남아 있다면, 칼라프의 이름을 말할 것이고, 그러면 왕자는 내기에 지고 목숨을 빼앗기게 된다. 공주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사랑" 이라고 외치자 왕자는 공주를 뜨겁게 포옹한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줄거리다. 사실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친구이자 후배인 프랑코 알파노가 작곡을 완성하여 사랑의 기쁨 속에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만일 푸치니가 살아 있었다면 이 오페라의 끝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졌을 지는 알 수 없다. 천성적으로 비극 작가였던 푸치니에게 해피 엔딩은 너무도 평범한 결말이었으니 그의 정신세계로는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많은 메모와 스케치 그리고 대본 작가들과의 여러 통의 편지를 보면 푸치니는 이 마지막 반전을 어떻게 끌고 갈 지 무척 고심했던 것이 역력하다. 그러나 고뇌의 기간은 길지 못했다. 후두암에 걸린 그는 결국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센티멘탈한 푸치니에게 인생은 슬픈 것이기에 사랑도 종국에는 슬퍼질 수 밖에 없다. 공주는 자신의 이름 속에 자신의 정체를 담아 두었다. '불타오르게 하고,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자유를 주면서 노예로 만드는' 이중성과 모순 때문에 사랑이 깊을수록 괴로움도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공주는 남자의 사랑을 '정복과 소유'라고 일찌감치 규정함으로써 사랑을 원천 차단한다. 누구도 사랑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복하고 소유하려는 자는 죽어야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죽음으로 밖에 풀 수 없는 과제였다.

 

 

그러나 왕자 칼라프는 희망을 가진 남자다. 그는 공주가 가진 사랑의 비극성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생각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이란 살아있음의 비장한 슬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함께 고통을 나누어 가지겠다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인간 존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뇌와 기쁨을 나누겠다는 자기승화의 의지가 바로 사랑인 것이다. 왕자는 공주를 정복하지 않고, 공주가 스스로 '그대의 이름은 사랑' 이라고 말하게 한다.

 

 

공주에게 3개의 수수께끼는 사랑을 죽이기 위한 도구였으나, 왕자에게 3개의 수수께끼는 사랑을 얻어 진정한 생명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다. 바다 속에 사는 생물들 같이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서로 다툴 때, 나의 자아가 어떤 생각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삶을 달라진다.  나는 사랑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가 ?

 

 

(푸치니의 고향 루까의 여름)

 

DSC02225.JPG  

IP *.128.22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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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2:04:16 *.207.0.108

사부님.. 애와 증은 함께할 수 밖에 없다는 가르침 가슴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그 갈등을 헤쳐나갈때 진정한 관계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지금부터는 갈등을 피해 사랑을 잃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도록

바다 속 깊은 곳까지 헤엄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랑은 참으로 기쁘고도 아픈 것 같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이 가슴에서 온 삶으로 퍼져나갈때까지 또 얼마의 세월이 필요할지. 미련한 제자는 그점이 아득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님이 계시니, 저의 못남까지도 인간은 다 그렇다.. 숨통을 열어주시니 그리하여 또 하루를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부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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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2:05:13 *.30.254.21

아..

스승님...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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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id: 이슈
2012.02.07 15:26:30 *.243.13.185

스토리가 가슴에 가지런히 들러옵니다.
공명현상이 오는 것은 사랑의 이야기 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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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8:21:56 *.105.249.75

사랑

 

사랑이란

이해와 배려입니다

 

그러함을 이해함으로서

그가 내 안으로 들어와 하나가 되고

상대의 기쁨이 내 행복이 되고

그의 고통이 내 힘듦이 됩니다

 

내 안에 갖혀 있고

고집과 욕심 속에 있으면

그는 그이고 나는 나일 수 밖에 없어서

그의 기쁨은 나의 고통이 되고

상대의 고통은 나의 행복이 됩니다

 

그가 이해되어 하나가 되면

언제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를 먼저 배려하게 됩니다

그가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되어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때를

사랑이라고 하며

그것을 아는 것을 지혜라 합니다

 

인간은 지혜나 자비가 없으면

동물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진옥)

 

이번 저희 소식지에 실릴 진옥스님의 글입니다.

저두 온전한 사랑이 몇년째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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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21:24:18 *.23.70.101

왜 그대와 싸워서 이기고 싶은 나를

그대는 자꾸 뜨겁게 안아주려고 하나요...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가요?

 

나는 그대가 미워요

 

그러나, 그대여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세요.

그 사랑이 나를 치유할 것입니다.

 

저도 모르게 공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공주의 대사를 몇 개 첨가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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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6 13:40:38 *.212.217.154

선생님 사진이 참 잘나오셨네요^^

따뜻한 봄 날씨같은 글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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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1 12:24:38 *.212.217.154

같은것을 두고도

한 사람은 죽음을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은 삶을 이야기 합니다.

희망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것처럼 말이지요.


삶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우리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행위이겠지요.

죽음을 선택할지, 희망을 선택할지.

오직 스스로의 선택이 결정합니다.


제 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죽음을 말 하는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희망과 삶을 말합니다.

외롭지만, 그 길을 묵묵하게 걷습니다.

그 길이 저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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