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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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 공장의 기계공이었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페르낭 페츨이라 불리는 이 젊은이는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 취미였다. 주물공장에서 장비를 제작하던 그는 동굴탐사를 위한 장비를 스스로 고안하여 계발하게 되었다. 드디어 그는 알프스 초입에 있는 크롤 지역에서 세계 최고 깊이의 동굴탐사에 성공했다. 이어서 1956년 1000 미터 이상의 깊은 동굴을 탐사함으로 자신의 기록을 갱신했다. 20년 후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5명의 직원과 함께 헬멧, 헤드 랜턴, 카라비나, 로프의 하강 속도를 조절하는 수직등반 안전 장비를 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작은 기업의 이름을 페츨 Petzl이라고 지었다. 취미가 직업이 되었고, 직업이 기업이 되었다.
페츨의 이야기는 유니크니스가 의미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유니크니스를 필살기라고 부른다. 개인에게든 기업에게든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유니크니스, 즉 필살기의 본질은 세 가지다. 모든 유니크니스는 이 세가지 본질의 결합으로 극대화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번 째 본질은 '촛점'이다.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틈새를 장악한다', 이것이 초점의 법칙이다. 1975년 창업이래 페츨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다각화를 시도하지만 , 수직세계라는 틈새를 떠나지 않는다. 수직 세계가 그들의 틈새시장이다. 중력이 작용되는 모든 영역에서의 안전이 그들 비즈니스의 목적이다. 초점을 잃으면 유니크니스는 사라진다. 특히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대기업과 달리 한 분야에서 마니아적인 열광을 얻지 못하면 브랜드 파워를 얻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 장사가 잘 될만한 곳에 ? 아니다. 수요가 크면 공급도 많아지고,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다 보면 모두 비슷해진다. 따라서 오히려 초점 영역은 강점과 취향을 따를 때 유니크니스가 강해진다. 페츨의 경우처럼 꼭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사업은 돈만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사업을 잘 경영한 결과일 뿐이다. 사업은 인생을 다 바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돈만일 수는 없다. 자신이라는 특별함이 바로 유니크니스의 초점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예외가 아니다. 그들의 관심과 강점이 기업으로 진화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니크니스의 두 번째 본질은 세계화다. 틈새를 장악하여 그 수요를 세계로 확대함으로써 틈새의 협소함을 보완해야한다. 너무 좁은 곳에 둥지를 틀면 유니크하지만 사업은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틈새에 대한 세계적 수요를 모두 끌어모아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작지만 강한 기업 페츨의 수직안전 장비는 세계적인 명브랜드다. 최근에 스포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페츨 역시 정체의 위기를 맞게 되었으나 산업 안전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산업의 현장, 즉 굴뚝, 빌딩외벽, 철탑, 댐 공사등 모든 수직의 세계에는 페츨의 안전 장비가 들어간다. 수직세계라는 틈새의 최고 명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의 영역은 좁지만 그들의 브랜드 파워는 강력했기 때문에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분야에 종사하는 세계인들이 다 그들의 고객이다.
세 번째 본질은 혁신이다. 차별성은 틈새만 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엑셀런스를 추구할 때만 틈새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 특별하다는 평가는 다르다는 뜻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일하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다 쉽게 진입할 수 있다면 틈새도 차별성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니크니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워 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상된 제품을 출시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심지어는 스스로 그동안 만들어낸 가치를 파괴하여 전혀 새로운 개념에 도전해야한다. 나의 과거를 타도하는 것, 이것이 혁신이다.
정리하자. 유니크하다는 것은 차별적인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필살기는 단순히 다르다는 수준을 넘어 유일한 가치를 가진 차별성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 한 번 인정받았다고 하여 자동으로 그 명성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유니크니스는 바로 자기 파괴이며 혁신이라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묻자. 당신은 어떤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가 ?
*** (주) 미래엔을 위한 원고, 2012.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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