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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5시 53분 등록
주간동아(2000. 셋째주 게재)-권장도서
21세기의 화두는 '자연과 사람'이다. 변화가 향해가야 하는 목적지이다. 만일 어떠한 변화가 이것으로부터 역행한다면 나는 거부하겠다. 그것이 기술이든 돈이든 이데올로기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변화를 통해 자연이 황폐하고 인간이 서로에게 소외된다면 그 변화는 부정적 변화이다. 삶은 기술이 아니다. 삶은 또한 돈이 아니다. 삶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단국인 우리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삶은 삶 자체가 중요하다.
좋은 삶에는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휴식은 소비나 게으름이 아니다. 휴
식은 자유이며 창조이다. 사회 전체가 이에 동의할 때 우리는 더 낳은 사회
에 살게 된다. 여름엔 특히 휴식이 필요하다. 좋은 곳에서 좋은 책을 한
두 권 편안한 자세로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유전공학
우선 환경과 자연에 관한 책으로 톰 하트만(Thom Hartman)의 책, '우리 문
명의 마지막 시간들'(아름드리미디아, 1999)을 권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
이 시작한다.
" 어제 이 시간 후 24시간 사이에 20만 에이커의 열대 우림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1천 3백만톤의 유독성 화학 물질이 우리의 환경 속으로 방출되었
다. 그리고 4만 5천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이 가운데 3만 8천명이 어린이
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환경에 가한 영향 때문에 130여종이상의 동식물이
사라졌다. 이것이 모두 단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다"
21세기에는 공해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
이 지구적 노력에 의해 겨우 가능한 일이라는 데 어려움이 있다. 톰 하트만
은 재미있고 유익하며 엄숙하다. 그리고 대안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것, 그리고 주위에 한 권쯤 선물하는 것. 이것이 자연을 돕는
일의 시작일 수 있다.

하나 더. 2000년 6월 26일, 인간의 유전 정보에 대한 초안이 발표되었
다. 인류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4 종류의 염기체로 이루어진 약 30억개의 DNA사슬인 인
간게놈지도가 인터넷에 무료로 제공됨으로써 인류공동의 재산이 되었다. 그
러나 앞으로 인간의 유전적 차별성을 결정하는 '단일염기다양성'(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핵심으로 하는 유전자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치열한 경제논리가 작용하게 될 것이 불을 보는 듯 하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 정보를 인류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게 되리라고
믿을 수 있는가 ? 유전공학이라는 '녹색황금'은 부모의 의사대로 태어날
아이를 '맞춤 아이'로 조작하는 지경까지 가서, 인류의 전통적 윤리와 도덕을
뿌리채 뽑아 던지는 것은 아닐까 ?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룰렛 게임'
으로 알려진 유전자 조작은 '지금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파우스트의 거래'
는 아닐까 ? 공동의 행복을 위해서만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각과 성찰
그리고 인간을 자연 자체로 인식하는 마음은 건강하고 믿을 만한가 ? 제레
미 리프킨의 '바이오테크 시대'(민음사, 1999)는 신의 영역에 들어 선 인류
미래의 낙관과 비관 사이의 기준과 균형을 제시한다.

미래의 추세/예측

2000년이 이미 반년이나 지나 무더위가 극성스러운 때에, 쉬면서 새로운
세기의 정체를 되집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
는 역사적 시각이 필요한데, 역사학자 에릭 홉스범(Eric Hobsbawm)의 '새로
운 세기와의 대화'(이끌리오, 2000)를 권한다. 그는 '미래를 일정한 범위 내
에서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며, 예측의 능력 역시 우리가 지닌 지식의 일부'
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쟁, 미국 헤게모니의 한계, 국가적 권력과 비
국가적 힘의 관계 변화등에 대한 탁월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캐나다의 경영컨설턴트이며 저작가인 돈 탭스콧(Don Tapscott)
의 '디지털 경제를 배우자,(물푸레, 1999)를 생략할 수 없다. 이 책은 안 보
면 손해이다. 디지털이라는 말에 신물이 난 사람도 이 한 권은 보아야 한
다. 그는 기술 자체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기술이 우리의 일
상, 사업, 정치, 사회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말한다. 즉 우리가 네트워
크를 통해 어떻게 정보, 지식, 사람, 창조성을 연결하여 성공할 수 있는 지
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쓰고 있다. 많은 디지털 경제 관련 서적 중에서 하
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미래의 추세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할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브레인리저브(Brainreserve)사의 대표인 페이스 팝콘(Paith Popcorn)
의 '클릭! 미래속으로'(21세기북스,1999)가 그것이다. 팝콘은 '미국의 맥박'
을 집고 있는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녀는 21세기
의 주요 트렌드 17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구의 운명에 대한 걱정, 오염의
공포를 2대 트렌드로 보고 있다. 건강 장수와 행복찾기, 젊어지기, 환상찾
기등도 각각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된다. 개인주의를 반영하는 개성찾기, 빈
항적 쾌락등도 각기 하나의 주요 추세이다. 특히 현실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
호하는 코쿠닝, 여성적 사고등에 대한 지적이 돋보인다.

사람

역시 21세기는 인간의 세기이다.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이며 사람이 곧 목
적이다. 뒹굴뒹굴하며 읽기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있다. 서울대 허성
도 교수가 편저한 '공자도 모르는 게 있고 장자도 후회할 때가 있다' (사람
과 책, 2000)라는 책이다. 중국 고전으로부터 발췌한 글들에 자신의 주석
을 달았다. 평생 보아 온 책들의 구절이 '마음에 가득해져' 흘러나온 주석들
이라 발문에 못지 않게 은근하다. 2권으로 되어 있지만 두 세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후에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어 좋다.

캘리포니아 정신분석학과 교수인 알랜 치넨(Allan B. Chinen)의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황금거지, 1999)은 중년을 위한 필독서이다. 이나미 선생의
번역 또한 돋보인다. 이 책 역시 슬슬 옛날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이 속에 숨겨진 일상의 진실이 있다. 중년이 된 여자와 남자의 반전
에 대한 이해와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마법의 힘을 돌려 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내용과 번역 모두 뛰어난 고전이 하나 더 있다.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
자로 알려진 조셉 캠벨( Joseph Campbell)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민음
사, 1999)이 그것이다. 이윤기 선생이 번역했다. 동서양의 신화 속에서 영
웅의 원형을 찾아낸 신화 해설서이다. 신화나 상징을 이해할 때 중요한 점
은 바로 신들의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잊혀진 부분이라는 점이다.
영웅의 모험을 이해하기 위해 이 잊혀진 부분의 탐험을 이해해야한다. 그리
고 그 영웅은 '시위에 독화살을 먹이고 초원을 돌아다니는 우리 조상의 모습
이며,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한번
사 놓고 평생을 뒤적여 보아야할 재미있는 고전이다.

휴식을 통해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볼 책이 또 있다. 기업에서 잘 사
용하고 있는 MBTI 성경유형모델을 일반인에 맞게 해설해 놓은 책이 있다.
폴 & 바바라 티저 부부의 '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더난출판사, 1999)을
일독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왜 나는 그(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는 지를
알게 된다. 두 번 읽으면 당신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하여 관대해 질 수 있
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푸른숲, 1999)은 나와 동갑내기인 중국 인민대
학 교수인 장파의 작품이다. 두꺼운 책이고 좀 비싸지만 사다놓고 천천히
읽은 만한 책이다. 동서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 미의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많은 인용문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읽는 맛이 각별하다.
21세기는 부강한 나라가 좋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부러운 시대이
다. 그런 뜻에서 동서양의 미의식의 차이를 비교 문화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
은 바람직한 지적활동이다. 이 책을 보며, 나도 이런 정도의 책 한 권을 쓰
고 싶다는 도전을 받았었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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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9 12:45:11 *.212.217.154

16년전에 쓰신 권장도서의 소개를 읽는기분이 묘 합니다.

또 지금부터 16년 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고, 어떤 책들이 유행할까요?

디지털, 유전학, mbti ... 등등 많은 트랜드가 새로 나오고, 바뀌어 가겠지요.


시대를 뛰어넘어 통찰을 주는 책을 고전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시대의 뒤를 쫒는 트랜드로의 독서보다는,

시대를 읽고 내다보는 지혜를 살찌우는 

고전을 먼저 펼쳐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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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09:54:51 *.72.83.152

21세기는 부강한 나라가 좋은 나라가 아닌

아름다운 나라가 부러운 시대이다. - 구본형

부강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취하는 사람, 조직.

그런 세상을 꿈 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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