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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2일 10시 24분 등록

   "나는 한 마리의 동물이었다. 넓은 초원으로 홀로 나서게 되자, 모든 감각을 신속하게 야생의 동물적 감각으로 되돌리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하여 나는 오래전 원시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미에게서 덫을 놓는 법을 배웠다. 새의 둥지에서 바구니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비버에게서 둑을 쌓는 법을 배웠고, 토끼에게서 굴파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뱀에게서 독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다른 동물에게서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동물들의 재주를 그대로 따라했다. 먹는 법과 먹을거리를 구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어 생존확율을 높였다....모방은 원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었다."

                                       - 루이스 멈퍼드 Lewis Mumford , 역사학자

    나 역시 한 마리의 동물이었다. 나도 동물에게서 빨리 홀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무리 속의 한 마리 동물로 지내오던 나의 직장 생활은 20년으로 끝났다. 홀로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스스로 이끌어 가는 인생의 후반부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 후반부 인생에 더 없이 만족한다. 끝없이 쓸 것이고, 나를 부르는 곳에 가서 강연을 할 것이고, 젊은 제자들과 공부하고 함께 배울 것이다.

   인생 100년의 시간 속에서 직장인들은 겨우 1/4 정도만 경제활동을 한다. 20대 중반부터 시작한 회사 생활을 마치고 쉰 살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앞으로 더 빨리 떠나야 할 지 모른다. 겨우 쉰 살, 꼭 인생의 절반이다.   이 젊은 나이에 세상으로 나와 별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무력한 후반부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25년의 경제활동 모형을 적어도 50년 경제활동 모형으로 전환 시키지 못한다면 풍요로운 제 2의 인생을 구가하기 어렵다. 나는 특별히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면서 먹고 살기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 특히 인생의 후반부로 들어서는 중년의 슬픔과 외로움에 대하여 뼈로 스미는 추위에 깊이 공감한다.

   그해 겨울에 나는 시드니에 있었다. 한인 비즈니스맨들의 초청으로 강연을 가게 되었던 것이다. 부슬거리며 비내리는 거리는 춥고 음산했다. 찬 바닷가 습기가 고스란히 뼈속으로 스며드는 묘한 추위였다. 늘 새벽에 깨는 습관 때문에 일어나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아직 거리는 어두웠지만 가로등 사이로 한 때의 동양인들이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어느 빌딩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은 일을 하는구나. 서울이나 시드니나 그렇게들 먹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우울해졌다. 며칠 후 우연히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빌딩 청소부들이었다. 힘들고 거친 일들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사람 중에는 중국인들이 많았고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했다. 가지가지의 사연으로 고국을 떠나왔지만 정작 다른 나라에서 할 일은 많지 않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고 특별하게 할 줄 아는 것은 없고 가진 돈이 적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들 역시 모든 사람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난방도 되지 않는 차거운 빌딩에서 청소를 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출근하기 시작할 때, 이 이름없는 일꾼들은 서서히 난방이 시작되는 빌딩을 나서야 한다.

    일은 거칠고 힘들지만 보수는 박하다. 육체적으로 일이 힘들수록 보수가 약하다는 것은 직업세계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득 세렝게티 초원의 하이에나들이 생각났다. 하이에나들은 초원의 청소부들이다. 떼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살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들이 먹지 않는 부위를 먹어치움으로써 부족한 절대량을 보충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동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질긴 생가죽을 씹고,  단단한 뼈를 으스려뜨려 먹이로 삼아야하니 턱은 무엇보다도 강해졌다. 가죽을 먹으면 털까지 먹을 수 밖에 없다. 털은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에서 털을 뭉쳐두었다가 정기적으로 토해낸다. 죽은 동료의 시체조차 남김없이 먹어야하고, 사냥터에 남은 피 묻은 풀조차 뜯어야하는 각박한 하이에나의 삶, 누구나 이 삶의 방식은 피하고 싶어한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 무리 속에서 나와 독립된 삶을 즐기려면 홀로 사는 법, 철저히 나에게 의존하는 스스로의 고용법을 익혀야한다.  (계속)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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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13:00:54 *.98.16.15
따부님 화띵!! 호랑이 프로젝트 화띵!!

다소 무례한? 인사 여쭙니당. 헤헤.
큰 따님은 사부님 둥지를 떠났지만, 사부님 곁에는 영영 철들지 않을 제자들이 늘 곁에 머물것입니다..^^

따부님, 아자아자 화띵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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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3.23 08:10:09 *.251.224.166
막 한겨레21에서 청소노동자들 이야기를 읽은 터라 하이에나의 비유가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대학별로 청소노동자 노조대표가 나와서 좌담하는데,
시급 5200원 정도의 요구를 각 대학당국이 거절했다네요.

혼사 이후 좀 쉬셨는지요?
식마치고 피로연석 돌아보실 때 밤샘한 것처럼  피곤해 보이셔서
와인 한 잔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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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4 12:16:48 *.212.217.154

호랑이가 되기 위해서는,

호랑이만의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알아야겠지요.

고독의 깊이만큼 호랑이의 이빨은 깊어지는것이 아닐까요?

고독을 견디고 스스로 일어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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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11:57:17 *.212.217.154

벌판위에서

강한것이 생존하는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 강한 것이겠지요.


세랭게티 초원위의 날카로운 사자의 눈빛처럼,

그렇게 살아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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