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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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타고 난 음악의 천재였을까 ? 몇 년 전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마침 모차르트 탄생 250 주년이 되는 해였으므로 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와 빈은 공연장마다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죽은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부러웠다. 다섯 살부터 작곡을 하기 시작했고, 여덟 살에 공식 석상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였으며, 평생 수백 곡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그중 많은 작품들이 위대한 인류의 유산이 되었고, 더욱이 이 모든 업적은 35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가 천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천재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쪽으로 확연히 기울고 있다. 재능은 탁월한 성과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성공과 관련해서도 그의 재능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당시 유명한 작곡가였고 연주자였다. 그리고 어린 모짜르트를 위하여 헌신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작곡을 가르쳤고, 연주를 위한 체계적 훈련을 시켰다. 어린 시절의 작곡들은 아버지가 '바르게 고쳐' 준 습작품들이었고, 수많은 초기의 작품들은 작곡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훈련된 모방과 편곡들이었다는 것이다. 걸작으로 평가 받는 첫 번 째 작품은 그가 스물 한 살 때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9번'이다. 그것은 모차르트가 이미 18년 가까이 혹독한 훈련을 받은 다음 나온 최초의 성과인 셈이다.
유사한 연구 결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는 과연 골프의 신동으로 태어났을까 ? 타이거 우즈의 성공 뒤에도 그가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린 아들의 손에 골프채를 쥐어 준 골프광 아버지 얼 우즈가 있었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타이거 우즈가 한 대답 역시 재능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답이다. 그는 말한다. "나에게 골프는 가장 존경하는 분, 바로 아버지를 닮으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세기의 명연설문인 링컨의 게티즈버그의 연설문은 전쟁터로 가는 기차 안에서 졸지에 만들어졌고,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을 발견하고, 과연 알몸으로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며 유레카를 외쳤을까 ? 모두 아니다. 게티즈버그의 연설문의 초고들이 백악관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고,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튀어나온 이야기의 원전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창의성과 통찰력 그리고 천재성에 대한 그럴 듯한 이야기들은 천재성에 대한 과장된 일화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천재성과 통찰력 그리고 혁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천재들의 활동으로 알려진 위대한 성과의 비밀은 타고난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다음과같은 요소의 융합 산물들이다. 첫째는 정교하게 계획된 엄격한 훈련이다. 모차르트나 타이거 우즈 모두 어려서부터 그렇게 훈련 받은 특혜자들이다. 둘째는 특별한 분야에 대한 헌신이다. 그들은 몰입했고 오랫동안 한 분야에 헌신했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침묵의 10년' 이라고 부른다. 적어도 이 정도의 긴 기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땀의 시간을 보내야 그럴 듯한 창조적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것은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불리고 있다. 셋째는 한 분야에 쌓인 방대한 지식이 영감과 통찰력의 토양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종종 너무 많은 지식은 오히려 창의성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력을 발견해 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평생을 그 일을 위해 애써온 과학자였다. 창의적인 면에서 21세기 과학사 최대의 기념비적인 사건인 DNA 구조의 발견을 이룩한 제임스 왓슨이나 프랜시스 크릭은 누구도 깨닫지 못한 결정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우연처럼 보이는 영감과 통찰은 대체로 모두 이런 전문적 지식과 몰입의 산물들인 것이다. 탁월한 창조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한 오랜 헌신과 그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재능을 위대한 성과에 이르는 지름길로 활용하려면, 먼저 정교한 훈련 계획을 수립하자. 그리고 '침묵의 10년'이라는 땀의 계곡을 행진하자. 그리고 누구보다 더 깊이 한 분야에 몰입하고 헌신하여 전문성을 쌓아두자. 그러면 그 분야에 대한 방대하고 심원한 지식의 바탕 위에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통찰력 넘치는 걸작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때 평범한 우리는 한 분야의 차별적인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우연이 그저 운명이 되지는 않는다. 오직 땀으로 준비한 사람에게만 재능은 공명하여 위대한 창조적 작품을 선사하는 것이다.
(부산일보/대구 매일신문, 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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