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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2일 06시 22분 등록


   나의 가슴이 어떤 일로 흥분하여 쿵덕거린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 누구나 열정을 원한다. 그러나 열정은 쉽게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를 태우는 일은 물먹은 나무를 태우는 것처럼 연기로 가득하다. 잘하면 타오를 것 같던 우리는 불쏘시게가 다 타버리면 다시 그을리다 만 나무가 되어버린다. 미친 듯 빠져들기를 원하나 한 번도 미친 듯 살아 보지 못한 자신 때문에 미칠 것 같은 것이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고 있는 미진함일 것이다.

예쁜 연아는 어떻게 이만 번의 엉덩방아로 상징되는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피겨퀸이 되었을까 ? 어떤 내적 즐거움이 그 훈련을 그렇게 오랫동안 견디게 했을 것이다. 훌륭한 성과를 낸 사람들은 모두 '침묵의 10년'을 견디고 자신의 길로 들어서 영광을 얻고, 그 일로 명예롭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도 그 침묵의 10년을 잘 좀 견뎌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전문가가 되어 그 일로 죽을 때 까지 밥 먹고 잘 살고 싶은 것이다. 무조건 의지력만으로 그 긴 세월을 견딜 수는 없다. 마음 속에서 열정이 사라지려할 때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훈련을 그만 하고 싶을 때 마다, 우리를 다시 타오르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 말하자면 끊임없이 우리를 동기부여하여 열정이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동기부여시키는 방법에 대한 묘책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 가장 근본적인 발견은 모든 성취자들은 그 일을 해 내면 얻게되는 이익(외면적 동기)보다는 그 일을 해 냈을 때의 심리적 만족감이라는 내면적 동기에 스스로 자극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경영자들은 언제나 열심히 일한다. 평생 먹고 살 것을 다 가지고 있고 명예도 얻었건만 그들은 그저 놀고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열정을 오래 유지하게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일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내면적 동기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저 이 일을 해내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외부적 유인책만으로는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월급이 오르는 날을 기뻐하고 승진한 날 기분이 좋지만 그 약발은 오래 가지 않는다. 더 많은 책임감과 더 많은 기대 속에 소진되어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일 자체에 빠져드는 순수한 열정이 지속될 때, 그 일은 더 높은 차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열광하게 하고, 힘들고 고되지만 그 일에 빠져들어 평생 그 일을 하게 만든다.

나는 두 가지 요소가 동기부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외면적 동기만으로는 열정을 오래 유지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면적 동기를 얼른 내면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 때부터 오랫동안 피아노를 쳐오고 결국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된 사람들에게 '어려서 피아노 치는 연습이 하기 싫을 때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때를 잘 넘기게 되었는지'를 질문하면 그들의 거의 같은 유형의 답을 하게 된다. 그들의 부모나 선생이 외부적 보상을 제시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오늘 피아노 연습을 빼먹지 않으면 저녁에 네가 원하는 피자를 사주마'라는 유인책을 던진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너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으면 피아노를 팔아 버릴테다' 라는 강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습과 훈련이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대신 그들은 아이들이 그동안 연습한 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칭찬받게 하고 실력을 인정받게 하는 프로세스 속에 던져 준다. 그 아이들이 자신의 땀의 결과를 즐기고 그 성과가 또 다른 땀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외면적 동기의 내면화라고 부른다. 칭찬, 환호, 인정, 금메달등은 모두 외면적인 동기부여지만 이를 통해 수상자는 매우 긍정적이 효과를 자신의 마음 속에 심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승수효과라고 부른다. 승리를 열정의 불소시게로 삼으라는 것이다. 승리가 더 큰 승리로 이어지고, 결국 그 분야의 최고가 될 때 까지 성장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비 존스는 골프의 마스터 중의 하나다. 그는 다섯 살에 골프를 시작했고, 12 살에 지방 골프 토너멘트에서 우승자가 되었다. 어려서 시작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승리를 얻어내었다. 그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골프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작은 승리가 더 큰 승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일 그가 너무 큰 도시에서 재능이 뛰어 난 아이들과 함께 연습했다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그렇게 빨리 획득하게 되었을 지는 의문이다. '몰입'의 저자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황홀을 동반한 열정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 능력보다 약간 난이도가 어려운 도전이 주어졌을 때 가장 잘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해결능력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절망하고, 그 반대이면 지루해 지기 때문에 열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수준보다 조금 높은 도전이 주어질 수 있도록 훈련 계획을 짤 때 단계적 성장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작은 승리가 아래 계단이 되어 더 큰 승리로 오르는 계단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승수효과라고 한다.

외면적 동기를 내면화 하여 만족감을 느끼고, 작은 승리를 성장의 교두보로 삼는 승수효과를 활용하여 열정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간단한 방법을 나는 늘 생활 속에서 활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의 수익 모델중의 하나가 매년 책을 내는 것이다. 인세가 나오니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다. 그러니 나는 매일 책을 쓴다. 책을 쓰다보면 이 일이 내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보다 재미있다. 나는 몰입한다. 그러면 일 년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출간된다. 나에게는 이 책이 내 자식과 같다. 작은 승리 하나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책이 잘 팔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잘 팔릴 때는 의기양양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의기소침해진다. 나는 이 감정을 즐기지만 통제한다. 자만심에 빠질 때는 겸손을 기억하고, 실망하여 응원이 필요할 때는 태연히 다음 책을 준비한다. 책 쓰는 과정을 즐기고 책이 나오는 것 자체를 긍정적인 성과로 만족한다. 정작 그 책이 얼마나 많이 팔리는 지는 대체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작가는 책을 쓰는 사람이지 책을 파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하여 책 쓰기를 그만 두지는 않는다. 책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이미 내 내면화된 동기이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예를들어 책의 판매량)이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책쓰기를 포기하거나 그 기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관심을 둔 일이 무엇이든 그 일에 대한 열정을 오래 유지하려면 이 두 가지 요소를 장악해야한다. 일을 시작할 때는 작은 목표를 세워두자. 그러나 일을 할 때는 그 목표를 이루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에 몰입하고 그 자체를 즐기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작은 승리가 만들어 진다. 작은 승리에 대한 승수효과를 만들어 더 큰 승리로 나아가자. 이때 이미 이룬 작은 승리와 이루려는 더 큰 승리 사이의 갭이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여 적절한 난이도를 갖게 하자. 그러면 몰입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우리는 어느 새 위대한 승리를 목전에 둔 훈련된 프로에 접근해 갈 수 있다.

혁신경영, 201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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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0.22 06:53:13 *.234.183.252
상하이시간 5시 40분입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드디어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일상의 작은 승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 편의 글을 번역하면 작은 승리로 여기고, 한 편의 짦은 글을 쓰면 또 하나의 작은 승리로 여기겠습니다.  그렇게 <승리를 열정의 불쏘시개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려면 저의 일상에서 작은 승리를 이루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써서 승리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도 해나가겠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는데, 다시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변경연이라는 좋은 공간 만들어 주신 것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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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철인
2010.10.26 01:34:56 *.148.210.33
잘 읽고 갑니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가는 찰나에 좋은 깨달음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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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0.27 13:35:19 *.42.252.67
가슴이 뜁니다. 오랫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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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10.30 21:10:25 *.34.224.87
연구원 생활이 힘들 때는
스승님의 글이 최고의 흥분제 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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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2010.11.03 13:09:28 *.101.238.62
합숙교육때 만나게 될 강사님을 이렇게 찾아 뵈옵니다.
직장생활  16년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지만 많은 자기개발을 하면서 스승님의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열심히 하면 행복은 찾아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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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1 21:52:27 *.101.98.100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참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일을 하고 가슴이 뛰던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행복해 하던 그 때의 넘치던 에너지의 발산을 위해 다시 한 번 뛰어야겠네요.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들어와 봤다가 너무 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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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k
2011.01.03 17:46:56 *.241.147.32
항상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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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6 17:23:54 *.212.217.154

작은 목표

승수 효과

큰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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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12:48:51 *.212.217.154

나를 설래이게하는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승리를 이루고, 그 승리를 발판으로 또 다른 도약(승수효과)을 이룰 수 있겠지요^^

오직, 내면의 울림만을 따라봅니다.

봄이 오려나봅니다.

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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