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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7일 06시 58분 등록

   그 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고, 공연을 하나 보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포도주를 마셨다. 우리는 조금씩 취했다. 그때 눈이 내렸다. 이윽고 펑펑 쏟아진다. 나는 언젠가 내가 찾아갔던 강연회 이야기를 했다. 그 강연회에서 들은 것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단 하나의 내용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등이 굽어 있었다. 슬픔이 눈물로 흘러 내려 등에 고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슬픔이 눈물로 고여 낙타의 혹처럼 등이 굽었구나라고 상상했다. 그리고 그 여인이 가엾다 여겼다. 우연찮게 그 비유가 내 가슴에 안겨들었다.'   내 이야기를 듣자 내 앞에 앉아 있던 그가 일어나더니 등굽은 여인의 흉내를 내며 몇발자국을 걸었다.   '봐라. 등이 굽으면 땅 밖에 볼 수가 없다. 별을 볼 수가 없어. 등을 펴야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게 등을 펴고 하늘을 볼 것을 권했다.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온 그는 그 순간에 내 마음을 낚았고 포교에 성공했다. 그리하여 술김에 나는 1월 초에 영세를 받기로 했다. 내 안에 술이 있었기에 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밤 눈이 쉬지 않고 내려 천지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길이 미끄러워 차로 그를 데려다 주지 못했다. 우리는 미끄러운 고갯길을 걸어 내려가며 강아지처럼 흥겨워했다. 언젠가 노래하고 춤을 추던 마이클 잭슨이 이런 말을 했었다. '춤을 출 때 어떤 힘이, 영적인 어떤 힘이 내 안으로 깃드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내 영혼은 더 할 나위 없이 고양되어 나는 우주와 하나가 된다. 별도 되고 달도 된다.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가 하면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 승리자가 되는가하면 무언가에 정복당한 존재가 된다. 노래하는 존재이자 그가 부르는 노래 자체가 된다. 이해하는 사람이면서 이해 받는 자가 되곤한다'   황홀한 마음으로 우리는 그 눈 길을 잠시 걸었다.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사람은 새로운 운명을 찾아 나서게 마련이다. 시시한 변호사였던 간디가 위대한 지도자로 바뀌게 되는 전기는 마리츠버그의 역에서 덜덜 떨며 지새운 하룻밤 사이에 마련되었다. 마리츠버그역의 우연은 간디 한 사람에게만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준비가 된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고지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연이 운명이 되는 이야기는 그동안 문학이 다루어 온 흔하고도 멋진 만남의 방식이었듯이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운명적 우연을 겪게 된다. 우리는 그 우연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홀연 깨닫게 된다. 이런 우연들은 거듭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높이 뛰어 오르게 된다.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고 마는 무수한 버림의 과정을 지나 우연이 운명이 될 때의 조건은 단 하나, '바로 때가 무르익어 감이 떨어지듯' 우연은 필연이 된다.

어떤 사람은 큰 별이 되고 어떤 사람은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별이 된다. 크고 작은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한다. 감동적인 것은 사람은 누구나 별이라는 것이다. 내 등이 굽어 있을 때, 나는 땅 위에 있는 것들 밖에는 보지 못했었다. 내 시야가 닿는 좁은 땅, 그것이 내 정신적 우주였다. 문득 등을 펴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내 안에 신을 믿게 되었다.

시처럼 살고 싶다. 삶이 맑은 물 속의 작은 고기떼처럼 그 유쾌한 활력으로 가득 차기를 얼마나 바라왔던가. 삶이라는 대지 위를 내 인생은 여러 개의 시로 여울져 흐른다. 날쌘 고기처럼 도약하고, 깊고 푸른 물빛으로 잠복하고, 햇빛 쏟아지는 황홀로 새처럼 지저귀며 흐른다. 때로는 봄꽃을 실어 나르고, 때로는 폭우 뒤의 격동으로 몸부림친다. 이내 거울 같은 평화 위에 하늘과 나무 그림자를 실어 나르고 마침내 바다로 흘러들어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 그때 삶은 작은 강처럼 기쁨으로 흐르리라.

나는 나를 위하여 시를 하나 지었다.

가득 채워졌던 젊음은 한 번도 젊은 적 없이 비어가고 인생을 다 뒤져도 나는 없어.
살아보지도 못하고 다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이 코너를 돌아야겠어.
검은 깍지를 깨뜨리고 꽃이 터지는 것을 보아야겠어.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설 때 벽으로 막혔던 햇빛이 쏟아지듯, 나를 덮치고
나의 황홀은 꽃이 되었어.
우주에 한 걸음 다가서자 우주는 선뜻 내게 열 걸음 다가와 주었어.
나를 기다린거야,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change  2011  1월 기고문)

IP *.16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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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10:41:53 *.190.114.145
나의 우주가 열리기를 바라며..........하루를 가열차게 준비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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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12.07 11:47:34 *.30.254.21
안개속에 쌓인
몽환적인 그림..
구름위를 타는
아스라한 느낌

궁금해 집니다.
과연 어떤이가
스승님께 신을
인도하였는지

술한잔준비해
마음속건배사
외쳐야겠네요
뽕가오리이다

스승님의많은
그컬럼보다도
오늘의시가더
제마음속에서
울려퍼집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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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12.08 21:03:48 *.97.72.68
몸과 마음의 구도가 한결 같아지면 삶이 진솔한 시처럼 되어 명징하게 흘거가는 군요. 강처럼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굽이 굽이 흐르고 또 흘러가며... .  

전 알고 있었는 데... ㅇ.

사부님 등에는 수많은 영혼의 눈들이 털구멍처럼 촘촘히 박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온몸이 오래 전부터 수직과 수평을 너머 별모양을 하고서 세상의 온갖 별들을 음미하며 읽고 쓰고를 부단없이 하고 계셨다는 것을요. (글은 안 되도 제법(?) 아부는 늘다...^^ 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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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호
2010.12.13 14:49:26 *.214.191.191
감동과 뭉클함을 함께 나누고 다녀갑니다.
늘...주옥처럼 갈고 닦아 반짝이는 글의 향기에 배우고 감동하고 있답니다.
오늘 이 시는 당신에게 전해지는 용기와 변화의 주문이 되어..
우주 속의 자유인, 우주를 노래하는 시인이...
 꼬옥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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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5:37:58 *.209.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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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18:47:49 *.202.205.153
요즈음 자주 들러 글들을  읽고 갑니다.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나와 하나가 되도록 노력중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나눔이 이루어진다는 것, 배워서 남주고자 하는 선생님의 철학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구 바오로 참 어울리는 세례명이어요. 주를 마시고 주님을 모시게 되었군요, 준비되지 않은 자는 폭~주를 해도 주님을 모실 수 없는 거죠. 축하드리구요 전 베네딕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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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3:57:22 *.212.21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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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 13:30:29 *.212.217.154

시처럼 살기를 진정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제 안의 숨겨진 보물을

잘 닦아 빛낼 수 있는 용기 갖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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