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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7일 11시 09분 등록

2011년 1월 16일은 내 세례식이었다.  종교의 본질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제자 몇이 와서 기타치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은주가 바이올린을 켰는데, 삑살이 났다. 아주 귀여운 삑살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경건해질 뻔 한 세례식이 유쾌해졌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찬란해 지듯 우리 속으로 신의 웃음이 퍼져나갔다. 나는 근엄해 지거나 경건해 지기 위해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다. 삶은 기쁨이니 나는 웃음과 기쁨과 찬란한 인생을 위해 내 안에 신을 모시게 되었다. 하느님은 빛이시고 사랑이시니 가는 곳 마다 기쁨이리라. 눈오는 날 포도주를 마시다 제 흥에 겨워 세례를 받겠다했으니 신의 섭리가 얼마나 아름다우신가.

나는 거부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익을 대로 익은 순간이 좋다. 운명 같은 것 말이다. 종교란 신을 향해 마주 서는 것이다. 나는 이제 신을 향해 서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다른 먹물들처럼, 더 분명한 기준, 객관적으로 확실한 것것이 나를 설득하여 믿을 수 밖에 없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눈뜬 믿음' 같은 것은 없다. 확실한 다음에 떠나는 것은 모험이 아니다. 나는 인생의 모험을 원했다. 믿음이란 믿을 수 없을 때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믿음의 시작이다. 깊은 인생을 향한 모험은 오직 믿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얕은 인생을 버리고 깊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꿈꾸어 보았다.
 믿음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다음과 같으리라.

집착하지 마라
가지려 하지 않으면 매이지 않으니
그때 자유다.
산들 바람이 되는 것이니 그 따뜻한 봄날
날리는 벚꽃잎처럼 웃어라.
가장 먼저 자신의 모자람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아라.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웃을 수 있다.
모두 내어줘라.
가진 것을 다 쓰고 늙고 빈 가죽포대만 남겨라.

재주가 끝에 닿아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절망하라.
그러나 신에게 절망해서는 안된다.
신은 무한이시니,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날개를 주실 것이다.
까보 다 로까의 절벽을 기억하라.
바다로 뛰어 내리는 자가 신대륙을 향하게 되지 않았는가 ?
받은 것이 초라한 것이라도 평생 갈고 닦아라.
영웅의 허리에 채워진 빛나는 보검이 되리라.

술과 구라를 즐기되 항상 혀를 조심하라.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주제에 대해서나 할 말은 다하는 자는
불행한 자니
말하고 싶을 때 마다 세 번을 더 깊이 들어라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혀를 잘 묶어 두어야 한다.
고약한 늙은이 옆에는 사람이 없으니 외로움이 끝없으리라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을 다 쓰지 못하고 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나
친구는 들어주는 사람 곁에 모이는 것이니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들어라

더 많이 노래하라
찬미하는 자는 영혼이 깃털 같으니
새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노래하기 때문이다
신은 노래 부르는 자를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하신다
더 많이 춤을 춰라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돌려라
육체의 기쁨을 축하하라
땅의 기쁨을 위해 몸을 주셨으니
쓰지 못할 때 까지 춤으로 찬양하라
온 몸으로 슬픈 단명을 사랑하라

나를 지배하는 세 가지 열정이 있으니
세상을 따뜻한 미풍으로 떠도는 것과
샘 솟듯 멈추지 않는 사랑과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축제에 대한 그리움이니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
고난은 사라지고
사위어가는 모닥불 옆에서
기나긴 인생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장 초라한 모습 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긴 여정을 따라나서고
가장 부유한 자의 외로움과 후회를 위로하고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눈물로 듣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햇살이 쏟아져 눈을 뜰 수 없는 빛나는 바다를
하얀 돛배로 항해하고
달빛 가득한 여름 바다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헤엄을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날
촛불을 밝히고 포도주를 마시고
흰눈이 쏟아질 때 모자를 쓰고
설산을 걸어가리라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낯선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더 많은 하느님을 품고
하늘에 가득한 별을 쳐다보리니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다

이런 것들은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   아니다. 
자신에 대한 절망과  체념없이는 신에게 나아갈 수 없다.  
'나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하오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는 늘 이래야한다.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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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06:55:51 *.160.33.89
우리 대부님은 김창완 닮은 치과의사셔.  
쉰 살이 저물 무렵 새로운 분을 알게 되었는데,  낯선 사람이  내 삶 안으로 들어오니 그만큼 내 세상도 커지는거지.
사람은 사람으로 커지는 것이니,  그대의 믿음도 그대의 대녀로 인해 커지지 않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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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05:24:19 *.72.153.39
사부님 사랑합니다.
새로운 태어남 축하드려요. 매일 매일이 생일처럼 많이 웃으셨으면 합니다.

love-tre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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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06:59:32 *.160.33.89
늘 꾸준한 너는  네 꿈 카드들을 모아  일력이나 주력을 만들어 보아라.  그것이 365일 보는 카드책이어도 좋겠다.  올해 변경연 송연 파티에  선보여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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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1.23 08:08:50 *.98.233.210
ㄲㄲㄲㄲ..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하나하나 달아주신 댓글들 보며 일요일 아침 빵 터졌습니다.ㅋㅋ
그 사람의 특색에 맞추어서..  선생님께 이런 모습이 ?? 라는 생각이 드는..(아직 선생님과 친해질려면 멀었나봅니다..ㅎㅎㅎ) 암튼.. 세례 받으신것 축하드리고, 늦었지만, 생신도 무쟈게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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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1.27 15:16:40 *.59.120.175

선생님 그 집 이름은 '겐지' 입니다~~!!!^^ 맘에 드셨다니 기분 좋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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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19:52:24 *.160.33.89
그 집 이름이 무엇이었지 ?   그 도미 머리는 내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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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3 22:21:34 *.194.24.39
선생님, 뽐새입니다.
구본형 바오로 너무 멋지신데요.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선생님~~^▽^//

3년전 회사에서 제일 친했떤 상담심리사 언니가
수녀님이 되던 날 꽃을 들고 , 기쁨 반 슬픔 반인 기분으로
성당에 갔었는데 그 때 성당 이름이 미아리에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였어요.

막 달레나 라는 세례명을 듣고,
언냐~~~ 가끔 술 막달리더니..
막 달레나가 되었구나? ? 라는 말에 주변 사람이 빵 하고 터졌지요.
아까 방금 선생님 답글보고 제가 빵터진 이유입니다. 헤헤 (구라쟁이....구라빨..ㅎㅎ)

이제 새로태어나신 선생님의 인생에 더 많은 찬란하고도 즐거운 노래가
흐르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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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20:06:15 *.160.33.89
네 편지가 도착했다.  그리하여 읽어 보았다. 
50년전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겨우 글자의 몇 개를 알아 갈 때,  읽어 주던 동화 책 생각이 났다.  
글도 있고  그림도 있고emoticon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편지라  네가 아기인가 했다.  
emoticon 아기의 영혼을 가진 봄 새, 짹짹 울 날 겨우  두 달 남았다.   
구정이 춘절이고,  또 한 달이 가면 춘삼월 봄이 오니, 넌 참지 못하고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리.    emoticon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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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1.01.23 22:32:29 *.177.21.17
또하나의 빛나는 별로 싸부님은 다가가시는군요.
시와 같은 삶, 시와 같은 하루, 시와 같은 울림.
그속에 저도 취해 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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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20:09:29 *.160.33.89
승호야,  속도 신통치 않은데,  술 마니 많이 먹지 마라.   
일 끝나면 상무에게 잡히지 말고 재빨리 보나에게 달려 가도록 해라.  휙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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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11.01.24 11:08:18 *.93.112.125
깊어지면 하나가 되는 모양입니다.
저는 사부님께서 훨씬 이전에 받으실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리며 건강하십시오.
참고로 저는 안드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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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20:38:45 *.160.33.89
로마의 성바오로 성당  문앞에 진리의 검을 든 바오로가 서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트레 폰타네 순교 성당에 바오로의 참수 장면이 부조되어 있고,  
성당 안  제단에 참수된 바오로의 머리 조상이 덩그렇게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특히 걸출한 여제자들이 많았다는구나.  가장 아꼈던 공동체였던 필리피 교회의 창시자도 리디아라는
최초의 여제자였고,  그의 제자로서 최초의 여성 순교자가 된 성 테클라의 이야기도 대단하더구나.  
훌륭한 스승은 역시 훌륭한 여제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창용아.   너도 부러워 말고
시시한 남자들 대신 걸출한 여제자를 잘 키우 도록해라. 
그러러면 전화 질문도  제때에 잘 받아 주고  문자에도 재빨리 답해주면  좋아한다.    너도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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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2011.01.25 11:34:02 *.65.215.173
사부님을 알게 된 이후로 늘 사부님처럼 사는 꿈을 꾸는 철이입니다.^^
아~ 저도 세례받아야 하나요?^^  ㅎㅎ

사부님 축하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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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6 10:47:09 *.160.33.89

연구원 중에서 두 번째로 멋지게 생긴 철아,   이 세상에는 아주 많은 다양한 신들이 있단다. 
어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어떤 방식을 믿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사는 것이다.  종교는 곧 삶이니까.   언젠가 너도  회심하겠지 ?    
때가 되면 오너라.  그때는  날라리 대부가 날라리 대자를 맞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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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13:36:06 *.124.233.1
사부님의 기쁨에 온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저 또한 기쁩니다.

하늘로 비상하는 새가..
하얀 물살을 일으키고, 파아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는 뱃 머리의 여신이..
춤추는 조르바가..

아주 많은 그림들이 펼쳐집니다.
삶의 기쁨에 온 마음으로 함께 하는 아름다운 그림이요..
그 자리에 저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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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6 10:49:11 *.160.33.89
경인이는  진실한 사람이지.   속에 것이 밖으로 배어나와 숨길 수 없는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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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09:29:45 *.170.174.217

신에게 올리는 기도,

나에게로 향하는 기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신이란 존재, 절대자라는 존재.

저도 언젠가는 알게 될까요???

그 날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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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9 11:15:33 *.143.63.210

무슨무슨 종교를 가지지 않더라도,

내 안의 숨겨진 힘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바로 신에대한 기도가 아닐까요?

언젠가 종교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이런 자유스러움조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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