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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7일 10시 56분 등록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어느 날 작은 도시의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저녁 모임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경기는 어려웠고, 실업은 늘었으며, 매출은 줄었다. 사람들은 의기소침해 있었고 모두 정부와 불경기를 탓했다. 글로벌 환경도 좋지 않아 경기의 회복을 더욱 어둡게 했던 때였으므로 그녀를 초청한 주체측은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메시지를 기대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그녀는 아주 커다란 종이 한 장을 들고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종이의 한 가운데에 마크 펜으로 선명한 검은 점을 하나 찍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는지요 ? "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응답했다. "검은 점 하나요" 그녀는 다시 확인했다. "검은 점 하나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지요 ? " 사람들은 유심히 그 커다란 백지 위에는 살폈지만 역시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하얀 종이 말입니다. 인생에서, 비즈니스에서, 가정에서, 개인적인 일에서나 공적인 일에서 우리는 바로 이 검은 점 하나와 같은 작은 실수와 실패 때문에 온통 마음이 심란해 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이 하얀 여백입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꿈을 그려넣을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부정적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향이 있다. 실수가 마음에 걸리고, 나를 탓하게 된다. 열패감에 빠지게 하고 후회하게 하고 되씹게 만든다. 그것을 우리는 자기반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 감독은 배움 보다는 좌절과 자기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자제력을 요구하고 더 근신할 것을 명하지만 자제력이란 소모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사용하다 보면 파김치가 되고 만다. 커다란 하얀 종이에 찍힌 검은 점 하나라는 어둠에 집착하게 됨으로써 삶의 밝음을 상실한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며, 기쁨과 축복을 삶으로부터 박탈해 가는 어리석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히 자기성찰이 강한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와 잘못에 대하여 엄격한 편이라 더욱 많이 볶아대는 기질이다. 
 
  스스로에게 늘 타이른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다음 샷이며, 다음 샷에서 성공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는 것을 설득해 본다. 그러나 뻔한 곳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수시로 잃곤 했다. 그리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고, 작은 실수와 실망이 생겨날 때 마다 나를 훈련하곤 한다. 소심한 내가 조금 씩 바뀌어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밝음 경영'이라고 부른다.

나는 우선 밝음 경영에 대한 나의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나의 가정은 이렇다.

"나는 이 우주를 항해하는 행성이다. 수없이 많은 다른 별들이 바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우주를 닮았다. 따라서 나도 우주의 법칙에 따른다. 우주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다. 어둠은 나의 약점이기도 하고 나의 문제점이기도 하고 나의 실수와 상처이기도 하다. 밝음은 나의 강점이며, 나의 성공이기도 하고 나의 감탄과 삶의 기쁨이기도 하다. 나는 늘 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잘못을 고치고, 못하는 것을 잘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 지금부터, 당장 이 생각을 뒤집도록 하자. 나는 어둠을 품은 밝음이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나의 밝음을 확산하는 것이다. 어둠을 지우는 대신 먼저 밝음을 키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 전략이다. "

그리고 이 가정을 지지할 전술적 실행 원칙을 신속하게 정했다.

첫째, 무슨 일을 계획하든 어두운 부분, 즉 문제를 먼저 고치려 하지마라. 그 대신 밝은 부분, 즉 잘하는 일을 확장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라. 책을 읽고, 이론을 체계화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몰입하라. 그 일들이 내 하루를 지배하게 하라.

둘째, 잘하는 일에 몰입하여 신속히 작은 승리를 만들어 내라. 승리는 가장 짜릿한 동기부여다. 일 년에 한 권은 책을 내라. 책은 훌륭한 성과물이다. 한 해에 열 명씩 연구원을 배출하고 프로그램들을 돌려 절실한 젊은이들을 만나라. 사람이 남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일 년에 두 번은 꽤 긴 여행을 가라. 자유를 즐길 수 있어야 자유인이다. 일주일에 3번은 강연해라. 그러나 그 이상은 하지 마라. 아읏풋과 인풋의 균형을 잡아라.

셋째, 끊임없이 삶의 에너지를 주입하라. 에너지는 기분과 감정이다.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감성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삶의 기쁨을 느끼고 감탄이 많은 하루를 보내라. 더 많이 산에 다니고, 더 많이 새소리를 듣고, 더 많이 좋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이 꽃과 채소를 기르고, 뿌리가 젖을 정도로 물을 줘라. 사심 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이가 많아서도 새친구를 사귀어라.

명심하자. 너무나 많은 자제력을 요구하는 극기 훈련은 삶의 기쁨을 앗아가 영혼을 지치게 한다. 자제력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서만' 쓰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는 데 써야할 에너지를 비축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고 에너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지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찬란한 봄에 감사한다. 밝음 경영은 내 안의 봄을 키우는 것이다. 내 안의 여름을 키우는 것이고, 내 안의 가을을 키워 열매 맺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조용히 명상하듯 숙고하여, 계획대로 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집착과 미련을 떨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차원이 달라진 새로운 세상을 말이다.

(혁신경영 원고 2010 5월 )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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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1:59:14 *.106.7.10
마치 저에게 주시는 글 같습니다.
부족함에 집착하기 보다 제 존재의 힘을 믿고 앞으로 가겠습니다. 
저의 밝은 면을 더 열심히 키워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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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5.17 13:42:55 *.35.254.135
어제 카탐 정모에서 오랜시간동안
몰입하여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하시는
선생님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이 밝은 경영자임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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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2010.05.18 01:12:03 *.233.245.242

글 잘 읽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방안을 서성이듯, 이 글은 저를 창가 앞에서 서성이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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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2010.05.18 12:03:49 *.106.111.211
매일 아침 저만의 묵상시간에 강사님의 글을 읽곤 합니다.
그날 이후....매일....

저 역시 작은 점  하나에 힘들어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작은 점 하나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처럼....
남아 있는 여백에 얼마든지 내가 하고싶고, 되고싶고,갖고 싶은 것들을 그려 넣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내 자신에게 엄격한....그래서 늘 제 자신을 볶는 사람이지만...
전 그런 제 자신이 그래도 너무너무 좋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동그랗고 윤기나게 가꾸어 갈 것입니다.

아마도 구본형 강사님의 좋은 글들이 저를 더 윤기나게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드리고 이런 공간을 함께 할 수 있음에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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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9 17:51:53 *.212.217.154

밝음경영

0. 스스로 삶의 철학을 정의할 것.

1. 단점이 아닌, 장점에 힘 쓸 것.

2. 잘하는 일에 몰입하여 작은 승리를 쌓을 것.

3.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 하지 말고, 웃음과 작은발견의 경이에 감찬하고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도록 스스로를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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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14:49:25 *.32.9.56

오늘 아침,

작다면 사소하지만,

크다면 제법 심각한 문제가

제 비지니스 핵심에서 발생했습니다.

일종의 위기상황인것이지요.


심각한 얼굴을 하면서

하루종일 조직을 우울하게 몰아넣을수도 있었던 상황을,

유쾌하고 즐겁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듯 넘어갔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선생님의 가르침이 체화된것이 아닐지.


저 또한 선생님과 비슷하게

스스로 많은부분을 엄격하게 제단하는 스타일인지라,

늘 조심하면서 상황을 즐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뜻을 기울이면 이루게 되는 법이지요.


추운 겨울문턱에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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