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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5일 09시 06분 등록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지요. 당신은 매일 열심히 일합니다.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어느 날, 홀로 호수가 있는 숲 속으로 쉬러 갔습니다. 그리고 호수를 바라보며, 내게도 지금보다 더 좋은 시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호수 한 복판에서 수염이 허연 신령님이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너무도 놀라 달아나려고 합니다. 이때 산신령이 이렇게 말합니다.

"놀래지 마라. 열심히 일했으니 소원을 들어 주마. 네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섯 가지단어 말해 보아라. 다 들어 줄테니 하나씩 말해 보거라" 이거, 횡재다. 뭘 말할까.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라고 할 때,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다섯 가지 단어는 무엇인지요 ? 어쩌면 돈이 가장 먼저 튀어 나올 지 모릅니다. 그게 있으면 뭐든지 자유롭게 다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동안 돈이 원수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건강도 소중하고, 가족도 소중하고, 친구도 소중하고, 나도 소중하고, 꿈도 소중하고, 사랑도 소중하고, 명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고....... 돈으로 할 수 없는 소중한 일도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신은 머리를 짜내 그 중에서 다섯 가지 소중한 단어를 고르고 산신령님은 고맙게도 모두 이 소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참 멋진 인생을 7년동안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7년이 지나 이 산신령님이 다시 나타나서는 앞으로 7년 만에 하나 씩 소중한 단어를 빼앗아 가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 그렇게 행복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누린 것을 하나씩 내놓라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참 어려운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부터 내 놓아야 할까요 ? 당신이 마지막 까지 꼭 들고 있고 싶은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 실제로 이와 비슷한 질문을 여러 나라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는 군요. 재미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경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꼭 쥐고 놓지 않은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무엇을 끝까지 쥐고 있었을까요 ?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당신의 경우는 어떠했는지요 ?

가족처럼 복잡한 것이 없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라는 사람은 '좋던 나쁘던 큰 사업에 처자식은 방해물이다' 라고 말합니다. 베트남의 존경받는 국부 호치민은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이 가족에게 마음을 기울이면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평생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재치있는 독설로 유명한 버나드 쇼는 '가정이란 딸에게는 지옥이고, 아내에게는 노동현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은 본능적인 것이며, 건강한 사회의 기초입니다. 가족들 이 평화롭게 머물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쉴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먼저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 않고는 회사나 사회나 국가나 인류를 위한 사랑도 자라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가장 따뜻해야할 가정 안에서 온갖 치유하기 어려운 폭력과 상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가족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을 나라의 지도자로 뽑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가정의 경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회에서 당한 억울함과 상처를 위로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휴식처로서의 가정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 행복한 가정은 다행스럽게도 모두 닮아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기쁨을 서로 나눌 줄 압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둘 있는데 일 년에 한 번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꽤 긴 여행을 다녀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다른 비용은 모두 검소하게 쓰지만 가족 여행은 꼭 합니다. 가족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기쁨을 공유할 때, 서로를 위한 기쁨이 되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지론은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되면, 가족 여행조차 함께 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나는 십 여년 정도는 기쁨을 추억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행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늘 뒤전으로 밀리는 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돈과 시간의 덫에 늘 걸리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선 순위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멋진 것을 위해서, 조금씩 돈을 모아 간다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들은 압니다. 영화도 같이 보고, 음악회도 함께 가고, 먼저 서로 잘 놀아 기쁨을 나누면 웃음이 많아집니다. 웃음이 많은 곳, 그곳이 가장 좋은 휴식처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더욱 공고해져 서로 안아 쉬게합니다. 나는 한 사람이 빠듯한 월급으로는 어려워 좀 잘 살아 보려고 시작한 무리한 투자에 실패한 후 가정마저 깨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쁜 일이 생기고, 서로 조금씩의 잘못을 소리쳐 공격하다보면 감정이 점증되어 격앙되고 송곳처럼 상처를 주고 이내 서로 정이 떨어져 갈라서게 됩니다. 작은 불행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 불행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가정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을 먼저 성찰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은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우울증이 정신을 약하게 합니다. 정말 고약한 병입니다. 그 역시 그 불행에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일찍 들어가려고 애쓰고, 온화한 낯빛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아내를 위해 노래도 만들어 주고, 그녀를 위해 노래도 불러 줍니다. 종종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일이 참 견디기 어려운 일일 때도 무던히 잘 참습니다. 그는 기다립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될 수 있다 여깁니다. 마치 봄바람이 얼음을 녹이듯 천천히 그러나 확고하게 기다립니다. 나는 그가 건강한 아내를 다시 찾으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불행이 그를 더 강하고 사려 깊은 남자로 만드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가정은 싸움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됩니다. 싸움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의견을 내다보면 다툴 때가 있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다 보면 감정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근 30년이나 떨어져 살다 만나 함께 사는 것이 부부니, 성격도 다르고 기질도 다르고 좋아하는 취미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크고 작은 다툼이 없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다툼이 없는 가정은 이상한 가정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상대방을 꼭 쥐고 있어 다른 하나가 참기 때문에 생긴 껍질만 평화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 불가피한 소통 과정이 바로 갈등과 다툼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툼이 있더라도 상처를 주지 않는 기술이며,빨리 화해하는 기술입니다. 나는 이 기술은 교전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간단합니다. '폭력은 없고, 욕하지 않고, 문제가 된 그 일 하나만을 따지되 지난 일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상대에 대한 증오를 그날 밤 안에 풀고 함께 잠든다는 것' 이것이 전부입니다. 쉽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은 그러고 싶은데 상대가 그렇지 않다고요 ? 그래서 한번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고요 ? 바로 그 분노만 제어하면 다툼도 훌륭한 전우애로 전환 될 수 있습니다.

살다보며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인생은 어느 때나 멋진 배움들로 가득합니다. 인연이닿아 남편과 아내가 되고 부모와 자식이 되었으니 사랑할 수 있을 때 까지 사랑하고, 사랑할 수 없을 때도 사랑하다 보면, 사랑으로 인생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휴식처란 짧은 수영복을 입고, 파라솔 밑 긴의자에 편안히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하얀 비치만이 아닙니다. 사랑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감동이 있는 인생의 휴식처입니다. 아내의 감탄, 남편의 감동, 이것이 바로 직장과 사회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무한 리필할 수 있는 전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하나 만들어 내세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람 있고, 위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더욱이 그것은 나만이 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사업이니까요.

(무림제지를 위한 기고, 2010년 5월 24일 )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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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25 10:04:19 *.36.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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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2010.05.25 12:31:30 *.170.243.226
아침부터 아픈 배를 움켜잡고 자료 만들어서 급하게 처리하고 났더니..
너무 기진맥진해 있던 찬라였습니다..
선생님의 글이..너무도 따스하네요...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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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10.05.26 00:09:17 *.216.169.233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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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2010.05.26 10:56:32 *.222.60.2
오늘 아침..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글이 떠 올랐습니다..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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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26 13:05:45 *.30.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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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010.05.27 13:20:20 *.116.190.222
emoticon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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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
2010.06.01 14:31:22 *.199.121.184
이곳은 행복을 충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배터리가 닳으면 재충전을 하여 다시 사용하듯 말이죠.
이 곳은 어딜까요? ^^
구 보스(?!)의 날이 선 듯하며 부드러운 글들은
울타리 너머로 달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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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9:34:07 *.212.217.154

가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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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15:08:17 *.223.31.2

가정의 행복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되겠지요.

어제, 부모님과 조금 다투고 기분이 좋지 않았었습니다.

마침 선생님의 글이 제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한 가족이란 무었일까요?

선생님 말씀처럼 갈등하나없이 깨끗한 도화지 마냥 무색 무취의 켄버스는 아니겠지요.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다가설때

그런 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추운겨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정에 따스한 기운 담아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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