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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08시 19분 등록

이럴 수가 있나? 니체를 읽다 나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실망한다.

니체는 두 권의 자서전을 썼다. 한 번은 삶의 초기에 또 한 번은 삶의 말기에 썼다. 니체에게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실험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삶은 철학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하여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 , 그것이 니체에게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살고, 삶에 따라 몸으로 사유했다.

나는 오십이 되던 해부터 매 10년 마다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첫 번 째 자서전,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썼다. 나 역시 나의 삶이 기록 되어야하고, 나 역시 내 삶이 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삶이 나의 연구의 대상이고 내 삶이 나의 예술이라 생각했다. 니체를 모방하려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따른 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실망했다. 그러나 또한 흥미롭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나를 지지해 준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응원인가 ?

니체의 삶에 대한 사유를 관통하는 일관된 생각은 삶의 예술가 정신이었다. 언젠가 그가 말했다.

Wir aber wollen die Dichter unseres Lebens sein 
우리는 우리 삶의 시인이고자 한다

나는 변화경영전문가로 마흔 세 살에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십의 중반에서 '변화경영의 사상가' 로 나를 부르고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나는 시인이 되고 싶어한다. 이미 내 명함의 한 자락에 'Life As a Poem' 라는 글귀를 맞추어 두었다. '삶을 시처럼 산다' 이것이 말년의 내 인생의 등불이 되게 하려했다.

니체를 읽다 나는 실망한다. 184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죽은 그가 이미 그렇게 살고 싶어 했었다. 또 그는 나를 앞지른다. 그러나 또 얼마나 훌륭한 응원인가 ?

언젠가 철학사가 들뢰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철학사를 뒤적이다 마음이 끌리는 철학자를 만나면 그 철학자를 뒤에서 덮쳐 '계간(鷄姦)을 했다' 라고 말이다. 예를들면 칸트 철학에 대한 주해서는 칸트를 뒤에서 덮쳐서 만들어 낸 칸트와 자신의 사생아인데, 아마 칸트가 본다면 놀라 자빠질 만큼 끔찍한 얼굴을 가진 사생아라는 것이다. 니체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니체를 뒤에서 덮쳐 사생아를 만들려고 하니, 어느새 니체가 자신을 덮치고 있더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니체에 대한 생각이 자신의 사생아가 아니라 니체의 사생아였다는 뜻이다. 아마 들뢰즈의 사유에 니체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오늘 생각한다. 니체는 얼굴이 없다. 너무도 무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변모의 달인이며 변신의 귀재다. 디오니소스인가하면 쇼펜하우어이고 바그너이며 차라투스트라다. 그는 "계속되는 변화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정체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자기를 생성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니체는 방랑자였다. 늘 떠나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항상 떠나온 사람이었다. 그가 옳다. 항상 자신을 떠나지 않고는 자신을 찾을 수 없다.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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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0.06.03 08:55:04 *.109.61.147
사부님 읽고 또 읽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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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2010.06.03 11:00:04 *.106.111.211
Wir aber wollen die Dichter unseres Lebens sein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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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연
2010.06.04 09:54:03 *.117.120.182
니체가 "우리는 우리 삶의 시인이고자 한다 "라고 말했고, 구본형 선생님이 "삶을 시처럼 산다"를 말년 인생의 등불로 하고 싶다는 말씀...감동적입니다. 많이 배움니다. 공감합니다. 좋습니다. 삶의 비타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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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10:27:03 *.74.188.162
저는 사부님 때문에 늘 '실망'합니다.
홀로 사유하다 '앗싸! 이거다' 싶어 행동으로 옮기려 하면
이미 그곳에는 사부님이 저만치 앞서가고 계시더군요. 

이제는 그 '실망'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앞으로 달려갈 힘이 더욱 더 차오릅니다. 
실망이 곧 '응원'이요, '격려'이며, 또한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었군요.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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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14:04:32 *.225.66.212

어제 서점에서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니체의 말' 을 사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려고 그랬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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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12:01:42 *.212.217.154

그래도, 먼옛날의 낮모르는 타지사람의 글 보다,

선생님의 글을, 저는 훨씬 더 좋아합니다^^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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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23:41:31 *.139.108.171

시간이 지나 변하는 생각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생각들.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떠남과 되돌아옴,

겨울과 여름

마치 음과 양 처럼

조화로울때

우리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겠지요.


2019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지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그렇게 되어 갈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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