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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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초원에서는 삶과 죽음이 하나다. 다른 동물이 죽음으로 공양해 주지 못하면 어떤 동물도 살아남지 못한다. 모든 동물은 먹고 살아야 하는 밥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사자의 무리조차 어린 자식을 하이에나에게 내어주지 않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여러 이유로 어린 사자 한 마리가 늠름한 어른 사자로 성장할 가능성은 15% 내외다. 가장 강한 동물조차 보장된 삶은 없다.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고 날마다 혼재하는 치열한 무대가 바로 세렝게티다. 이것이 바로 생태계다.
한 마리의 흑표범이 먹이를 잡았다. 그리고 목덜미를 물고 나무 위로 오른다. 커다란 가지에 걸어두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먹이를 즐긴다. 나무 밑둥에는 여러 마리의 하이에나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거나 서성인다. 식사를 마친 검은 표범은 가장 안락한 나무 가지를 골라 늘어지게 잠을 잔다. 배가 고프면 나무 가지에 걸어 둔 먹이로 가서 다시 서두름 없이 우아하게 식사를 한다. 나무 밑 하이에나들이 먹이를 탐내지만 표범은 개의치 않는다. 표범이 잡은 먹이를 다 먹어치울 때 까지 포식의 시간은 며칠이고 지속된다. 세랭게티의 검은 표범만이 즐기는 삶의 방식이다. 표범은 짝짓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혼자다. 자유롭다. 표범의 삶은 부드럽게 빛나는 벨벳같은 제 몸을 닮았다. 나는 1인 기업가는 표범 같은 존재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10년 전 1인 기업이란 개념에 불과했다. 지금 1인 기업은 하나의 실험이 되었다. 10년 후 1인 기업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학교를 마치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려하고, 지금 직장인인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직장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직장인이라는 직업은 여전히 절반 이상의 노동인구가 종사하는 가장 일반적인 직업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는 더 어려워지고, 직장에서의 체류기간 역시 짧아질 것이다. 기업은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내면서 커지는데, 어째서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묻는다. 경기 때문일까 ? 경기가 좋은 때 고용은 증가하고, 경기가 후퇴하면 고용이 준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일시적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가 좋은 때조차 좋은 고용은 늘 모자라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기업이 고용의 증가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기계는 이미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논리적 사유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된 시스템은 인간 보다 더 정교하게 회사가 요구하는 행정적 프로세스들을 아무 불만없이 밤새워 해치울 수 있다.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에서만 새로운 고용은 창출될 것이고 늘어 날 것이다. 이것이 나는 직업을 보는 건강하고 냉정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사람들은 조직을 떠나 한 마리의 표범처럼 살아야 한다. 스스로 강해지고 스스로 일어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죽을 때 까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스스로 잡은 먹이를 자신의 성소에 걸어 두고, 천천히 자유롭게 즐기는 법은 세렝게티의 표범만이 누리는 브띠끄 라이프다. 그러므로 표범은 가장 자유로운 1인 기업가의 상징이다.
1인 기업가는 반드시 필살기를 배워 익혀야한다. 들키지 않고 먹이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포복의 기술과 짧은 거리를 먹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단거리 질주능력 그리고 잡은 먹이를 끌고 나뭇가지 위로 높이 오를 수 있는 도약의 기술은 표범의 필살기다. 마찬가지로 1인 기업가는 차별적 필살기를 체화시켜 두어야 한다. 가장 최적의 수련시간과 장소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이다. 이때 현재의 업무 중에서 적성에 잘 맞는 테스크를 골라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그 분야에서만은 회사에서 가장 잘하거나 동종업계 최고의 실력을 획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필살기를 익혔다고하여 그것으로 1인 기업가로 비즈니스를 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차별적 필살기를 갖춘 자신의 존재를 마케팅 할 수 있어야 한다. 1인 마케팅에 성공한 다음에야 비로소 브랜드 파워를 갖출 수 있다. 브랜드란 시장이 부르는 내 이름이며, 브랜드의 크기가 몸값의 크기를 결정한다. 혼자 먹고 살아야 하는 1인 기업가에게 마켓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마켓 쉐어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마인드 쉐어다. 그 분야의 최고의 몸값은 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마음의 점유도에 비례한다. 마음을 장악할 때 고객은 팬과 매니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이 다른 고객들을 불러 옴으로써 재구매가 이루어진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구매하느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일단 내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이 얼마나 내 서비스를 좋아하느냐가 1 인 기업가에게는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1인 기업가는 마켓 쉐어 보다는 마인드 쉐어에 집중해야한다.
1인 기업가로 대가가 되는 마지막 단계는 라이프 쉐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다. 서비스를 구입한 팬과 매니어가 그 서비스로 인해 하루의 일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될 때, 가치는 극대화 된다. 예를들어 아이폰을 구입한 한 젊은이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모든 생활이 아이폰과 함께 이루어진다. 아이폰은 주인의 생활 자체에 분리할 수 없는 일체가 된 것이다. 이때 이 상품의 라이프 쉐어는 절대적이다. 마찬가지로 한 자기 계발 전문가의 서비스를 구매한 한 팬이 그의 모델과 방법론을 적용하여 생활의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면, 그 자기계발 전문가는 구매자의 라이프 쉐어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마인드 쉐어를 넘어 라이프 쉐어에 이른 1인 기업가를 그 분야의 대가라고 부른다.
나는 1년에 300번의 강연을 하는 1인 기업가를 보았다. 이 정도의 횟수를 소화하려면 하루에 두 세 번 강연을 할 때도 부지기수다. 그는 그것을 자랑한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강연가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퍼포먼스는 하나의 강연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 집중을 이루어 내는 데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마인드 쉐어와 라이프 쉐어를 이루어 낼 수 없기 때문에 단명할 것이다. 종종 탁월한 능력을 지닌 1인 기업가들은 더 오랫동안 번창할 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실수는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함정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세렝게티의 표범은 먹이를 구할 때 전력을 다하지만 자신의 먹이 이상을 사냥하지 않는다. 그래야 자신의 삶이 먹이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훌륭한 1인 기업가는 상인의 혼 보다는 예술가의 혼을 닮아 있어야 한다. 자유롭지 않으면 창의적일 수 없으며, 예술이 아니면 팬과 매니어의 마음을 이끌고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 경영 6월)
전 강연을 통해 구본형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그 강연을 통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으며,
나를 꿈틀거리게 한 그 사람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이게 바로 1인 기업인의 마케팅이란 생각을 한다.
필요에 의해 찾아나서는 그래서 내 생활에 끌어 들이고 싶은
그만이 지닌 능력과 감각이란 생각이 든다.
에너지 집중을 위해 많은 강연을 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자유를 느끼는 멋찐 구본형선생님....
제가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인물중에 한 분 이십니다.
요즘 필살기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공간에서나마 선생님의 글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