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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5일 07시 23분 등록

 "인간의 마음 속에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닌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고,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말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심지어 나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것들 까지도 말할 수 있었다. "

내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나, 그 중에서 가장 원형적인 인격은 남자 속에 들어 있는 아니마, 혹은 여자 속에 들어 있는 아니무스다. 예를 들어 남성의 무의식 속에는 전형적이고 원형적인 형상이 들어 있는데 카를 융은 이것을 아니마라고 부른다. 정신의 병은 인격의 병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성을 구별하지 못하면 질환을 앓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내용을 구별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내용은 격리 되어야 한다. 격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그 내용을 인격화하여 의식으로 하여금 그 인격과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의식에서 힘을 제거해 낼 수 있다. 이것이 자신의 무의식과의 교제의 한 방법이다.

종종 남자들은 내면에 들어 있는 여성인 아니마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 놓음으로써 현혹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니마는 남자의 환상을 예술로 믿게 하고, 남자의 마음 속에 '이해 받지 못한 불운한 예술가'라고 부추기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예술성이 현실과 일상을 소홀히 해도 좋은 특권을 부여했다고 설득할 수도 있다. 만약 남자가 그녀의 소리를 따라 예술가처럼 현실을 무시하고 살게될 때, 그녀는 어느 날 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하는 터무니 없는 일이 예술인지 아세요? 웃기는군요. " 이때 남자는 아니마의 변덕과 이중성 때문에 파멸하고 말 수 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의식이다. 의식이 무의식을 이해하고 분명한 자신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한다. 중심을 잡는다는 뜻은 무의식의 전제와 횡포에 대하여 지적인 반응을 한다는 것이고, 윤리적 의무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가족과 직업'이라는 일상의 발판을 잃으면, 위험한 내면 세계의 탐험에서 되돌아 올 곳을 잃게 된다. 무의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즉 현실과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내면에 갇히게 된다. 망상과 환청과 환각이 지배하는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된다.

그렇다고 아니마를 그냥 무조건 배척하면 안된다. 그녀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이미지를 의식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바로 그녀이며, 합리성을 추구하는 우리시대가 잃어버린 신화적 환상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잃는 순간 우리는 평범 그 자체가 되고 만다. 유혹당해 완전히 빠져서도 안되고, 결코 잃어서도 안되는 것, 그것이 아니마다. 그래서 의식으로서의 나와 무의식으로서의 또 다른 인격인 그녀를 분명히 구별짓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융은 자신의 아니마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법을 썼다. 그녀가 그를 이해하도록 말이다. 융은 자신의 아니마가 교활하게 종종 책략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솔직하게 글로 써서 아니마가 딴 소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야기하려고 마음 먹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적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과는 달리 이미 확고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융은 훗날 아니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무의식의 내용을 직접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아니마와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무의식의 이미지들을 꿈을 통해 직접 추론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게된 것이다. 아니마란 델파이 신전의 시빌처럼 남자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사제인 모양이다.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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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7.05 14:51:34 *.197.63.9
심중에 두고 항상 속으로만 되니이는 안타까움 가운데는 이런 것들이 있지요. 내가 그의 아니마를 목격하기 전 사부님을 먼저 만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운명의 아쉬움. 그저 내 안의 아니무스가 중심을 잡으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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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11:55:42 *.212.217.154

내 안의 아니마라...

내 안에있는 그 누군가가,

'그'가 아닌 '그녀'라니... 무언가 새롭내요^^

언젠가 한번, 잊혀진 옛 사랑을 추억하듯,

내 안의 그녀에게도 한통의 편지를 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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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44:54 *.212.217.154

빛과 그림자.

음과 양.

해와 달.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전혀 다른것에 기대어 존재한다는 패러독스.


그 이치를 이해할 때

우리는 실패와 성공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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