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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30일 13시 51분 등록
2000년 6월 19일 월요일

정숭호가 만난 사람
기업경영·혁신 전문가 구본형

"직장인이여, 돈보다 비전을 찾아라"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위해''더 나은 생활을 위해',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떠나고 싶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기도 한다.

쉼 업이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구본형(具本亨.47)을 만났다.
'불 타는 유조선 선원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다. 불길이 번지는 갑판에서 그대로 타죽을 것인가, 캄캄하긴 하지만 삶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 저 아래 암흑의 바다로 뛰어내릴 것인가. 뛰어내려라. 익숙한곳과 결별하라.' 2년 전 그가 써낸 '익숙한 것과의 결별' 첫 구절이다. 이 도발적인 문구 때문일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당시 이 나라 곳곳에서 번지고 있던 IMF사태라는 불길에 망연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을 자극했다.

그의 부추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익숙한 곳과 결별하고, 새로운 길로떠나고 있다. 그를 만나 '떠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역시 올 2월, 20년이나 머물러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직장, 한국 IBM을 떠난 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 그들은 왜 떠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돈과 비전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돈이 이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보다는 자신에 대한 비전이 직장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국내서는 아직 이직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나오지않았지만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10명중 9명은 돈이나 근무 여건같은 요소보다는 '지금 이 직장에 계속 있으면 내가 하는 분야에서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되느냐, 나를 계발할 수 있느냐'를 먼저 따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직장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다른
직장에서 그 비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문성부터 확보하라

-당신은 그동안 써낸 책이나, 강연에서 '떠나려면 전문성을 확보하라'고 말해왔다. 당신이 말하는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에 대한 비전을 갖는다는 건 그 직장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과 같다.

전문성을 확보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떠날 생각이 없어도 오라는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특정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분류보다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고 싶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분야에서 언제든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말이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자신이 맡은 일을 더욱 넓고 깊게 하는 것이 전문성을 키우는 길이다.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깊게 하기 위해서도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을 알게 된다."

네트워크 형성해야 전문가-네트워크라는 말과 마당발이라는 말에는 무슨 차이가 있나. 둘다 인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은데.

"마당발은 전방위적 로비력을 갖춘 사람을 말하는 것 아닌가. 흔히 기업에서 마당발이라 하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더 잘하기 위해 언제나 필요한 전문가를 불러들여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성과에 대한 보수도 마당발의 경우는 막연하고 모호하게 책정되지만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준에서 보수가 책정된다. 지금까지는 마당발이 더 유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를 갖춘 사람이 더욱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젠 移職이 능력의 상징?
-떠나는 사람들은 행복한가.
"IMF때는 떠나는 사람들이 슬펐다. 남은 사람이 행복했고. 떠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닷컴시대에 접어든 요즘에는 남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분위기 아닌가. 슬퍼한다는 말이 지나치다면 허전해 한다고 하자. 슬퍼하건 허전해 하건, 떠나는 것은 능력과 비전이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때가 아닌가."

-당신 말은 남아있는 사람은 모두 능력도 비전도 없다는 뜻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로운 기회를 노린다고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바깥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지금 있는 곳에서 자신의 변화를 꾀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꾀하는 사람도 비전 이 있는 사람이다. 정열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

-그런 정열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직장에서 견디겠는가.

얼마전 119구조대 대원들을 상대로 자기개혁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낮은 보수와 살인적 근로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공조직 가운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들을 보고 내가 더 놀랐다. 여러 대원들에게 물었더니 모두가 '일초가 시급한 구조현장에서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려워도 그 일을 계속하면 자기성장이 보장되고, 부가가치로 되돌아 온다는 것만 확인된다면,

다시 말해 비전이 보인다면 보수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창조적으로 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이건 '나 아니면 안된다'는 것과는 다르다."

처신따라 '창조적 閑職' 가능

-당신은 비전이 없는 직장을 불타는 유조선에 비유했다. 당신은 왜 직장을 그만 두고 뛰어내렸나. 당신도 불타는 유조선에서 뛰어내린 것인가.
"그건 아니다. 내가 20년 다녔던 직장을 내 스스로 그만 둔 것은 내 자신의 비전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IBM에 입사 한 후 15년 가까이 직무개선 업무를 맡았는데 관련 서적을 읽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 분야에서만은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책도 쓰게 되었고... 판매과 영업이 가장 중요한 기업에서 주류가 아닌 일을 맡은 것이 내가 직무개선과 조직혁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어느 조직에도 한직(閑職)이 없을 수 없지만 어떻게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창조적 한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직장을 그만 두고 뛰어내린 곳이 결코 캄캄한 암흑의 바다는 아니었다는 말인 것같다. 그만 두고 난 후 행복한가.

"나는 세가지가 충족되면 누구든 전보다 행복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전보다 자유로군가, 전보다 경제적으로 개선되었는가, 전보다 의미가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가가 그 세가지다.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전보다 자유로와져쏘, 책을 낸 후 인세가 아직도 들어오고 강연수입료도 만만찮으니 경제적으로도 개선되었으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하고 있으니 일에도 만족을 느낀다.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지 않나."

/편집국 부국장 soongchung@hk.co.kr
사진=원유헌 기자


기업초청강연 쇄도하는 '1인기업' 사장

●구본형은 누구

직장을 떠난 구본형은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는 회사다. 회사 이름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www.bhgoo.com).' 그의 직함은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다. 모든 '떠남' 혹은 '결별'은 곧 '변화'라고 생각하면서 오래전부터 스스로 '변화전문가'라고 불러온 그로서는 다른 이름을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 '떠나는 것은 변하는 것이다.
떠나기 위해서는 변하라'가 그의 명제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떠난 후 그는 두달 가까이 남도를 여행했다. 그야말로 익숙한 곳과 결별 하기 위해서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매일 아침 해야했던 면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에서도 벗어나야 했다. 그런 것들을 가족에게도 알리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내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의 시각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결별을 하지 못해서일까. 그는 인터뷰 자리에 양복 대신 허드레옷(?)과 벙거지를 쓰고 나타났다.

그는 지금까지 세권의 책을 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월드클래스를 향하여'다. 앞의 두 권은 경제, 경영 서적임에도 10만권씩이나 팔렸다. 모두 변화를 꾀하는 30~40대를 자극하기에 알맞은 예화와 인용이 그의 목소리와 함께 읽기 좋은 문체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인지 베스트셀러 목록만 보고 그의 책을 접한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하긴 아직 변화의 필요성을 잘 모를 수밖에 없을 그들이 '떠남'을 강조하는 그의 글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회사는 요즘 유행하는 경영 컨설팅 업체다.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아 그 자체로는 큰 수입이 없는 것같다. 하지만 그는 20년 직장생활과 책을 낸 후 형성한 '네트워크'가 확실하므로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영진단을 원하는 기업이 있으면 한국 최고의 노무전문가 재무전문가 관리전문가 법무전문가 등을 동원,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전문가그룹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한국 최고의 조직개혁전문가라는 생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에게도 '네트워크'
를 제대로 꾸미기 위해 최고가 되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름이 알려진 탓인지 그는 요즘 기업체 초청강연을 자주 나간다. 한번 강연에 100만원을 맏는 그는 5월에만 10군데 기업에서 변화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너가 말하는 변화, 다른 말로는 기업혁신 이론은 결국 미국의 이론 아니냐. 너도 미국계 회사를 다녔고 그 기업문화에서 자라지 않았느냐. 한국 현실에 맞는, 한국인에 맞는 변화의 모델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번에 다녀온 여행이 책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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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11:07:49 *.212.217.154

초창기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는 감회가 새롭네요^^

이때가 막 회사를 박차고 나오셔서 1인기업을 실험하고 계셨던 때였군요.

그리고 그때에도 이 사이트를 통해서 한 우물을 파신거였구요.

비오는 수요일 아침, 그때 그 시절의 선생님 모습을 그려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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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11:40:32 *.241.242.156

다시 인터뷰를 읽어보니,

실제 어감이주는 뉘앙스를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꽤나 공격적인 인터뷰어의 질문에

참으로 침착하게 답하신것에 눈길이 갑니다.


스스로 부딛쳐 겪어서 채득한 지혜와

단순 머리로 깨우친 지식의 차이이겠지요.


이제 첫발을 내딛는 제가 명심하고 본 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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