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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57분 등록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 받다 - 한국경제 신문 12월 1일,2001
김용석/이승환, 휴머니스트, 2001

'동양철학자와 서양철학자가 체스인지 바둑인지를 두고 있다고 상상했다. 나는 서른 시간이나 걸린 이 대국을 집에서 관전했다. 국면의 전환에 따라 미묘한 표정들이 얼굴을 스쳐가고, 손의 모양과 그 놀림이 말보다 더한 어떤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그들의 대담 대국 놀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구경꾼 같았다. 오랜 동안의 대담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 천상으로 올라간 철학은 도무지 땅으로 내려오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려오지 않아도 좋았다. 천상에 있는 것들이 모두 비현실적이고 무용지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빛은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비춰 주었다. 그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뛰는 사내였다. 내가 인생을 되는대로 살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별빛 속에서 였다. 달과 별처럼 하늘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땅으로 내려오지 못한다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

달빛과 별빛이 없다면, 우리의 밤은 어두움 뿐일 것이다. 무한 식성을 가진듯한 하이에나와 비슷한 발음의 하이에크와 그 추종자들은 윤리가 없는 경제학을 주장하고, 약육강식, 자연도태, 적자생존의 제국주의적 사회진화론이 밤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것을 '자생적 질서'라고 부르고 있다. 달빛과 별빛이 없다면 인간이 끼어들 수 없는 경제학이 인간을 지배하게되는 암흑으로 빠져들 것이다. 가장 성공한 사람조차도 '성공의 실패' 를 입증하는 사례가 되거나 '풍요로운 노예'로 전락할 것이고, 분배와 사회적 정의는 인류의 언어 속에서 사라진 개념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 달빛과 별빛을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내 생각에 두 철학자들은 철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내려오지 못함으로써 대담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의 성공'을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서로 이야기함으로써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들은 '우리'가 되었고, '우리 속에 존재하는 사이'를 인정함으로써 집단에 매몰되는 개인을 경계하는가 하면, 극단적 개인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관계의 위기를 극복한 것 같다. 어떻게 아느냐고 ? 대담 후 그들은 서로 긴 편지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한사람이 증자의 글을 빌어 '벗'이라 부르고 싶어했고, 또 한 사람은 '선술집에서 서로를 위로하게'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진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끊임없는 준비가 기다림 자체가 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동의한다. 나는 공식적으로 철학자가 아닌 일상 속의 생활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일상인은 기다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아직 꿈이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꿈 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 자신을 보게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별이 없는 꿈은 잊혀진 꿈이다'라는 엘뤼아르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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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19:06:01 *.212.217.154

언젠가 현실이 될 그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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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15:23:41 *.143.63.210

기다리는 철학자 처럼,

기다리는 보통의 사람 처럼,

내 꿈을 가슴에 품고, 그것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언젠가 그 꿈 안에 살게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긴 호흡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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