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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5시 54분 등록
월간 '작은 이야기' (2000. 6)-인물과 배경
작은 사진첩 여러 개를 사다 아이들 사진을 정리해 주었다. 잘 나온 것들만 추려내어 시기별로 분류하여 꽂아 넣으면서 그 시절 그 장소로 되돌아가는 마음속의 시간 여행을 즐긴다. 아무런 공간적 시간적 제약도 없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의식의 힘에 새삼 놀라며, 정리가 끝난 개운함 속에 사진첩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아, 어느 사진첩에도 끼지 못한 잘못 나온 사진들은 어떻하나?

다시 버려야할 사진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았다. 대개다 초점이 흐리게 나
왔거나 표정이 신통찮은 것들이다. 얼굴의 초점이 흐린 것들은 모두 배경이
선명하다. 그 때 그 장소들은 배경 자체 속에 독립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
기 보다는 얼굴 속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있다. 바다는 그 푸르름을 표정 속에
남겨 놓는다. 그래서 바다가에서 찍은 사진들의 얼굴 속에는 파도 소리가 담
겨있다. 사진 속의 바다와 인물은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그럴 듯한 사진이 된다. 그런 사진들은 모두 사진첩 속에 끼어 들었지만, 그
렇지 못한 것들은 이렇게 한 곳에 모여 버려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가족
의 얼굴이 나와 있는 사진을 마음의 거리낌없이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쓰레
기 통 속에서 나 뒹구는 사진들을 상상하기는 싫다. 가위질을 하여 조각 내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태우기도 마땅찮다. 기껏 다시 모아서 봉투에 넣어 두었
다. ( 누가 그럴 듯한 방법을 알고 있다면 내게도 알려주었으면 한다.)

사진을 보며 인물과 배경의 조화를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역사의 조건은 주어진 것이다. 조건을 변경시킬 수는 없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그저 환경의 희생자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
다.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의 제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들어 지는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완용은 조선왕조를 버리고 힘의 논리를 따라 나라를 일본에 팔았다.
상황이 그를 지배하였고, 더러운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명성황후는 마지막
숨을 몰아 쉬는 왕조를 위해 끝까지 황후로 버티어 남으려하였다. 그리고 그
녀는 자신의 집에서 피살되었다. 이완용은 역사적 사진 속에서 일본이라는 배
경이 강하고 그의 얼굴은 흐리고 작아 아무도 사진첩에 간직하고 싶지 않은
역사적 장면 사진이다. 명성황후의 사진은 거의 같은 시대 찍혀진 것이지만
그녀의 얼굴은 또렷하고 그 표정에 그 시대를 담고 있다. 그녀 뒤의 일본의
모습은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어둡고 불안한 정교한 배경일 뿐이다. 나는 그
녀를 볼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 시대의 조선
남자들을 떠올리며, 그 바지저고리들의 헛방귀질이 이번 어업협정에서 바다를
빼앗긴 꼴값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걱정한다. 강화도 조약이후 조선은 계
속 헛방귀질을 계속하다 상징적으로 가장 고귀한 여인이 살해되도록 방관하고
말았다.

변화를 시대에 적응해 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잘
못을 지적하고 싶다. 가장 훌륭한 변화에의 대응은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다. 미래를 만들어 냄으로서 미래에 대응해 가는 것이다. 그들은 추종자
가 되어 세상의 변화를 뒤쫒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
냄으로서 새로운 추종자를 만들어 낸다.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
다. 그러나 그들에게 실패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을 위한 과정
이 있을 뿐이다.

사진을 보며, 내 일생의 기록 군데군데 선명하게 찍혀있는 증거들을 기억
하며, 배경이 인물을 지배한 장면들에 부끄러워한다. 무사처럼 선이 굵고 또
선비처럼 섬세할 수 있을까? 혹은 수양하는 선비처럼 근신하면서 가슴 속 가
득 담이 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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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19:46:57 *.212.217.154

배경과 인물,

적응과 창조적 변화

추종과 만들어 감.


꿈꾸며 바라고, 탐하다 보면,

그 곁에 있게되겠지요.

그렇게 되고 뒤 돌아볼 때,

모든것이 순리처럼 변화 해 있지 싶습니다.


오직 내 안의 즐거움을 쫒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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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14:54:57 *.49.69.123

새로운 변화를 선도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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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12:04:17 *.117.42.58

역사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해석이 달라지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명성황후 또한 그러하겠지요.


조선의 운명과 함께한 비운의 황비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있던

어두운 그녀의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며

그녀에대한 평가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복잡해졌습니다.


모든것들또한 이렇게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는것이겠지요.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도가 지나치면 독이되는 법 처럼 말이지요.


역사적 인물의 다양한 평가를 보면서

스스로 한가지측면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면을 살필수 있는 경영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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