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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36분 등록
* 동아일보 2001년 1월 3일 '오피니언' 을 위해 쓴 칼럼입니다

일년의 끝은 겨울이다. 그러나 일년의 시작도 역시 겨울이다. 중국인들은 음력 설을 춘절이라고 부르지만, 그 봄은 겨울 보다 더 추운 봄이다. 새해는 따뜻한 봄에 시작되지 않는다. 새로운 탄생은 과거의 죽음 속에서 아프게 준비된다. 하나의 씨앗이 어두운 대지 속에서 제몸을 썩히고 싹을 내는 이치를 생각해 보라. '죽음'과 '새로운 탄생'은 본질적 변화의 특성이다. 죽음 역시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인은 죽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직장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과거의 껍데기이며 유령이며 아직 사라지지 못한 잔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직이 '자신을 돌보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조직이 우리로 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일상화된 구조조정은 대량 실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정리해고된 사람들의 몫까지 하느라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치고 지긋지긋해졌다. 조직 내의 활력은 사라졌고 어디에서도 열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제적 변화의 종용에 이끌려 늘 변화의 대상이 되어온 사람들은 자발적 헌신과 창조력의 의미를 잊었다. 꿈을 잃음으로 영혼은 젊음을 잃었다.

창조적 힘과 열정이 회복되려면 정신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을 위한 위기가 따른다. 존재를 그만두지 않고는 더 나은 존재로 승화할 수 없다는 말은 옳다. 토인비(Anold J. Toynbee)는 이것을 '단절'(detachment)과 '변용'(transfigulation)이라고 부른다. 단절은 물러섬이다. 외적인 세계에서 내적인 세계로, 대우주에서 소우주로 그 중심을 옮김으로써, 황무지의 절망으로 부터 내적 잠재력의 영역으로 물러서는 것이다. 변용은 이 힘을 그 일부 만이라도 나날의 현실로 이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기 넘치는 재생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낡은 것의 부활이 아니라 새로운 것의 탄생만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

직장인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 속에 있는 '피고용자라는 그릇된 관계'를 죽여야한다. 기업과 개인은 수직적 고용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관계이며 성공을 위한 파트너이다. 자신을 1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라고 생각해야한다. 가장 안정적인 고용의 방법은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서 '가장 자기 다운 것'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자신을 자본화할 수 있어야한다. 빌 게이츠는 농장이나 유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가 거대한 공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지적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있는 통제력이다. 우리는 물리적 재화가 중요시 되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적 재화가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지식사회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무형적 재화는 개인의 기량이며 계발된 탈렌트이며, 현장에서 얻은 전문성이며, 이를 통해 기여한 업적이다. 또한 그것은 개인의 열정이며 헌신이며 정성이다. 그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이다. 스스로의 내부로 부터 강력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끄집어 내는 체계적 변용없이 우리는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없다.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공자의 말은 공자의 시대 보다 지금 더 빛나는 말이다. 배움과 익힘은 통해 우리는 새로워 질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새로움이 절실한 시기가 또 어디 있는가 ?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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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6 14:03:48 *.212.217.154

죽음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역설!

그런 역설에 늘 감탄합니다.

다시 다음으로 도약하기 위하여,

어떻게 스스로를 아름답게 죽일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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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10:33:37 *.10.131.30

가장 자기다운 것을 발견하는 것! 스스로를 고용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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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3 11:56:29 *.212.217.154

조직원이 어떻게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유지한채 조직에 충성하게만들수 있는것인가.

이것은 모든 중간관리자와 조직경영자들의 고민이겠지요.


조직과 개인을 별개의 이익집단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새로운 차원으로의 경영의 단초가 될수 있을것입니다.


 그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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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1 13:54:32 *.242.149.132

'회사' 라는 조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미래는 어떠할까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회사의 종말.

그 말에는 다양한 층위의 개념과 현상과 저마다 다른 모습의 얼굴들이 있습니다.


1인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또 다른 조직과 회사를 꿈꾸어 봅니다.

제가 꿈 꾸는 그 회사의 모습은 어떠해야할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에 대해서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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